코로나 확산으로 수도권으로 인구이동 확대…지방소멸 위험 가속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6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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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충북에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지역 제조업 공장에 취업한 오모 씨(21·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 권고사직을 당했다. 곧장 새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이미 아르바이트 채용공고조차 씨가 마른 뒤였다. 한 달간 취업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던 오 씨는 결국 그나마 일자리가 있을 것 같은 곳을 찾아 인천의 친척집에 머물기로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도권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계약직 자리를 구했다.

오 씨는 “일자리를 구하러 갑자기 낯선 도시에서 지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고향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면 바로 돌아가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몰라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 씨처럼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고용정보원의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 3,4월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800명)보다 2.1배로, 2018년(9400명)과 비교하면 2.9배로 늘었다.

올 1,2월 수도권으로의 순유입 인구(2만8200명)는 지난해(2만6100명)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상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는 연초에 입학과 취업 등으로 늘다가 3월 들어 줄어든다. 하지만 올해는 3월에도 1,2월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고용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특히 비수도권이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대량 실업이 발생하자 일거리를 찾는 인구가 수도권으로 급격히 몰렸다.

특히 올 3,4월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 중 75.5%(2만700명)는 20대였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대거 고향을 등진 셈이다. 20대는 2018년 같은 기간 1만3000명, 지난해 1만3700명이 수도권으로 유입됐다.

고향인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20대 남성 박모 씨도 그 중 하나다. 전부터 많지 않았던 부산 지역 일자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박 씨는 결국 서울행 기차표를 끊고 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생활비가 부담스럽지만 취업문이 아예 닫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채용공고뿐만 아니라 취업 스터디도 대부분 서울과 경기에 몰려있다”며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그나마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호 한국고용정부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인구이동이 확대되고, 지방소멸 위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도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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