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주인 찾아가세요’…“中 밀입국자들 얼마나 웃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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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5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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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수상한 고무보트를 발견해 신고
해경 “양식장 수산물 절도범 보트” 밀입국 의혹 일축
해변에 “보트를 보관하고 있으니 주인은 연락 달라” 안내문 붙여
주민들 “밀입국한 중국인들이 봤다면 비웃었을 것”

지난 4월 해경이 ‘밀입국 용’이 아니라고 일축했던 태안 해변의 수상한 고무보트는 결국 밀입국용이 맞았던 것으로 드러나며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5일 언론브리핑에서 지난 4월19일 충남 태안 해안에서 발견된 고무보트는 중국인들의 밀입국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해경은 “밀입국자로 의심되는 인물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국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결과 이들을 포함한 중국인 5명이 4월 18일 오후 5시경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해변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항해 이튿날 태안 의항해수욕장 인근 해변으로 밀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 20일 의항해수욕장에서 주민들은 수상한 고무보트를 발견해 신고했다.

이 사건을 두고 ‘밀입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으나, 해경은 “양식장 수산물 절도범일 가능성이 크다”며 밀입국과 대공 용의점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러면서 보트가 발견된 해변에 “보트를 보관하고 있으니 소유자 또는 소유자를 아는 분은 연락 달라”는 안내문만 붙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태안에서 밀입국 의심보트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지난달 31일 이와 관련된 탐문 수사를 하던 중 제보를 받았고, 수상한 2명을 체포해 조사한 결과 정체불명의 보트는 ‘밀입국용’이 맞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해경은 “당시에는 서해안 특성상 표류 보트가 많고, 양식장 절도에 이용되는 보트도 많아 그렇게 판단했다”며 “하지만 2명의 용의자가 붙잡히면서 밀입국 사건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검거된 이들은 모두 과거에 한국에서 불법체류 했다가 쫓겨난 전력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군과 해경의 해안 경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며 비난했다.

주민 김모 씨는 “보트 주인을 찾는다고 파출소에 전단을 걸었는데 알고 보니 밀입국 중국인들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전단을 밀입국한 중국인들이 봤다면 속으로 얼마나 웃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지역 주민들이 밀입국 가능성에 대해 해경에 이야기 했는데도, 해경은 해산물 절취를 할 목적의 보트라고 했다”라며 “군과 경찰은 해안 초소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냐”며 물었다.

한편, 전날(4일)에도 태안 신진도 인근 방파제에서 4월 발견 보트와 색만 다르고 거의 유사한 고무보트가 발견됐다. 당국은 이 보트도 밀입국에 사용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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