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 투자받은 업체 대표, 작년 7월… 靑고위직 만나 라임 구명 시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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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진위 수사중… 靑방문해 집무실에서 30분 면담
“라임 투자금 차질” 도움 요청에 靑고위직 다음날 “내 소관 아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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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던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지난해 7월 청와대 고위 관계자 A 씨를 청와대에서 만나 라임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차량 부품 제조사 스타모빌리티의 이모 대표(58)는 지난해 7월 28일 오후 2시 20분경 청와대 연풍문에서 신원 확인을 거쳐 A 씨의 집무실로 이동해 A 씨를 약 30분 동안 만났다. 이 대표가 이틀 전 A 씨에게 “차 한잔 가능하시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A 씨가 “일요일에 사무실에서 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면담 도중 A 씨에게 “라임으로부터 전환사채 투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겨서 어려워졌다”면서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그러는데 도움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6월 라임으로부터 4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스타모빌리티는 같은 해 7월 23일 전환사채 대금 200억여 원을 라임에서 추가로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라임의 펀드 수익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금융감독원이 같은 해 6월부터 사전조사에 나서면서 투자를 받지 못했다.

면담 뒤 이 대표는 A 씨가 건넨 구글 개인 이메일 주소로 라임 측 입장이 담긴 참고자료 4건을 첨부파일과 함께 이메일로 전달했다. A 씨는 그 다음 날 이 대표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내 소관이 아니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A 씨와 함께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지난달 14일 이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내용 등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서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의 부탁을 받은 뒤 A 씨에게 2년 만에 처음 연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B 의원을 1시간 가까이 비공개 면담했다. 당시 B 의원은 금감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이 전 부사장은 B 의원에게 “경쟁사들이 라임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와 B 의원을 만나기 전인 지난해 7월 17∼22일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를 통해 현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돈의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라임 사태를 막아 달라거나 보호해 달라며 돈을 준 적이 전혀 없다. 김 전 회장 측에서 받은 3000만 원은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만난 적은 있고, 라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길래 ‘금융 관련 기구에 자진 조사를 신청하라’고 했고,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A 씨는 또 “그날 본 뒤로 이 대표와 어떠한 만남도, 어떠한 연락도 한 적 없다. 금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불쾌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B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도예 yea@donga.com·김태성 기자
#라임자산운용#로비 의혹#스타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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