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출연해 김어준 주장 반박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 윤미향, 사리사욕 위해 배신”
대구 수요집회, 지나는 길에 참석… 4분간 머물며 “같이 투쟁하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가 28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를 “(할머니들을) 배신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회에 갔다”며 다시 한 번 비난했다.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 씨가 “왜곡된 정보를 줬다”며 배후설을 주장한 것에 대해선 “내가 바보냐, 치매냐”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27일 대구에서 열린 위안부 관련 집회에는 참가를 알리지 않고 깜짝 등장해 “(기자회견에서) 할 말 다했다. 믿고 같이 투쟁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 배후설에 “꼬투리 잡을 게 없어서…”
이 할머니는 28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윤 당선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죄를 받아야 하는 사람을 어떻게 국회의원을 시키느냐. 이 나라는 법도 없느냐”며 날을 세웠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왜 30년 동안 해결한다 해놓고 팔아먹었는가. 책임이 있으니 완수를 해야지. 위안부 이용했으니까 이 죄도 큰데 팽개치고 맘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 씨가 제기한 배후설에는 한참 동안 울분을 표했다. 이 할머니는 “백번 천 번 얘기해도 나 혼자밖에 없다”며 “누구도 거드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이 할머니에게 줬다”며, 배후자로 7일 첫 번째 기자회견 때 할머니 옆에 있던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를 지목했다. 이 할머니는 최 대표에 대해 “기자 불러 모으는 걸 도왔을 뿐이다. 꼬투리 잡을 게 없어서 그걸 잡는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 씨에게 “오만한 생각”이라며 반박했던 할머니의 수양딸 A 씨도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문은 어머니가 적은 걸 표현 정도만 다듬었다. ‘아빠’라 쓴 걸 ‘아버지’로 바꾸는 정도”라 했다. A 씨는 또 “어머니가 ‘너무 감정적인 부분은 필요할까’ 등을 물으며 뺄 부분은 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후로 지목된 이들에 대해서는 “회견문 작성 당시 일행이 6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개입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단둘이 다른 방에서 상의하며 썼다”고 설명했다.
○ “위안부 문제 해결 방법을 바꾸는 게 본질”
대구 모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할머니는 27일 밤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대구시민 촛불 문화제’에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대구경북주권연대가 주최한 이 행사는 이날 처음 개최됐다.
함께 참석한 이 할머니의 측근은 “오후 8시경 식사한 뒤 숙소로 돌아가다가 차에서 집회를 여는 걸 보게 됐다. 할머니는 ‘우리(위안부) 때문에 고생한다’며 갑작스레 참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집회 사회자가 갑자기 나타난 이 할머니를 보고 “이용수 할머니가 오셨다”며 반가워하자 이 할머니는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할 말 다 했다. 그 말만 믿어라. 믿고 같이 투쟁하자”고 답했다. 이 할머니는 약 4분간 머물다가 자리를 떴다.
이 할머니는 두 차례 기자회견 뒤 주위에 “기자회견의 본질은 이게 아닌데,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할머니는 잘못된 방향과 방법으로 인해 수요집회 등에 참여하는 학생 등이 안쓰러워 회견을 자청했다”며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는 적고 정의기억연대 의혹만 부각되는 것 같아 속상해한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