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 나 오늘 뻐카충… 교문에 생지 떴다… 너 방토 나줘…

동아일보 입력 2010-07-20 03:00수정 2010-07-2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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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임모 양(11). 임 양은 4월 20일 자신의 생일파티에 반 친구들을 불렀다. 최모 군(11)은 임 양에게 포장된 선물을 건네며 말했다. “자, 이거 생선.”

생선이라니? 선물로 꽁치라도 구워 왔단 말인가? 설마….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스친 임 양이 “생선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최 군이 답했다. “‘생일선물’의 줄임말이잖아! 넌 그것도 모르냐?” 최 군이 준 ‘생선’은 결국 샤프, 지우개, 노트로 밝혀졌다.

초중고생 사이에선 줄임말이 대세다.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 인터넷에서 파생된 신조어가 일상 속에서도 쓰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닐 터. 하지만 요즘 학생들, 별별 말을 다 줄인다.

긴 문장만이 아니다. 네다섯 글자의 단어나 짧은 문구도 줄인다. ‘몰컴’은? ‘몰래 하는 컴퓨터’. ‘마뻐’는? ‘마을버스’다. 굳이 줄일 필요가 없는 말을 줄여 쓰는 이유는 뭘까? 학생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문장의 길이를 줄여 보다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특히 요즘 학생들이 애용하는 단문 블로그 ‘미투데이’도 문자 수가 150자로 제한돼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학생들이 줄여 쓰는 대표적인 말이 ‘뻐카충’. ‘버스카드 충전’의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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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장모 양(17·서울 종로구)은 “예를 들어 ‘나 오늘 버스카드 충전해야함’을 표현할 때 ‘나 오늘 뻐카충’으로 쓰면 훨씬 빠르고 경제적으로 말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다음은 초등 6학년 신모 양(12·서울 종로구)의 말.

“같은 뜻이라도 짧게 줄여 말하니까 왠지 새로운 단어 같아서 재밌어요. 또 어른들은 못 알아듣는, 우리만의 말을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고요. 점심시간에 ‘내 방토 먹을 사람?’ ‘너 방토 나 줘’라며 대화를 나눴는데 선생님이 ‘방토’가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특별히 가르쳐 드렸죠. 방울토마토라고.”

어떤 학생들은 간혹 줄임말로 교사 눈을 피해 변명할 여지를 남겨놓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고1 조모 양(16·서울 서대문구)은 어느 날 등굣길에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야, 교문에 생지 떴다’. ‘생지’는 학생들의 매무새와 품행을 지도하는 ‘생활지도부’의 줄임말. 문자를 해석하면 ‘야, 교문에 생활지도부 선생님 계신다’ 정도가 된다.

조 양은 “혹시 생지 선생님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문자나 쪽지에 썼다가 걸렸을 경우에도 둘러대기 수월하다”고 했다.

이밖에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 몇 가지. ‘후후’는 ‘프렌치 후라이’, ‘전쪽’은 ‘전체쪽지’, ‘개쪽’은 ‘개별쪽지’, ‘문상’은 ‘문화상품권’이다. 또 영어 약자를 사용한 특수 경우로는 ‘SC’가 있다. ‘센 척’의 줄임말이다.


학생들의 이런 줄임말 사용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언어습관이 잘못될까 우려스러울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여자중학교 국어교사는 “줄임말은 학생들이 집단 내 동질감이나 재미를 위해 쓰는 일시적인 유행 현상이라고 본다”면서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이를 또래문화로 인정하고 자녀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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