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선원 98일간 냉동고 보관…원양어선, 회항않고 계속 조업

동아일보 입력 2010-06-05 03:00수정 2010-06-0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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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유족과 합의했다”
국과수, 사인규명 위해 부검
남빙양(南氷洋·남극대륙 주위 해역)에서 조업하는 국내 굴지의 원양선사 소속 크릴새우 잡이 어선에서 선원이 사망했지만 회사 측이 비용 등을 이유로 98일 동안 시신을 한국으로 운구하지 않은 채 어선의 냉동창고에 안치해 놓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4일 부산해양경찰과 원양업계에 따르면 D산업 소속 크릴 조업선인 동산호 선원 김모 씨(42)는 1월 22일 부산항에서 이 배에 승선해 조업을 하기 위해 남빙양으로 가던 중 2월 17일 뉴질랜드 동북쪽 1260km 해상(서경 170도, 남위 35도)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숨졌다.

하지만 동산호는 당시 가장 가까운 항구가 있는 뉴질랜드로 회항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기 위해 남빙양으로 항해했다. 배가 조업을 강행하는 동안 김 씨의 시신은 바다에서 잡은 크릴새우를 보관하는 원양어선 냉동창고 내의 분리된 공간에 따로 안치됐다. 김 씨의 시신은 이후 4월 8일 크릴운반선인 ‘사로닉브리즈’ 편에 옮겨졌고 지난달 25일에야 부산항으로 운구돼 3일 뒤 화장됐다.

경찰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영해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국 대사관에 즉각 통보하고 처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씨가 숨진 곳은 공해(公海)상이어서 동산호 측은 부산해경에만 연락을 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한 원양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죽었는데 가장 가까운 항구로 회항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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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D산업 측은 “김 씨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선원들 동의하에 예우를 갖춰 안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바다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근처 항구로 회항해 해당 국가에 신고하고 검찰 지휘를 받아 부검을 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회항할 경우 조업 일정 차질 등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김 씨 가족과 상의한 뒤 합의 하에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매형 박모 씨(54)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이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고 김 씨의 사인을 규명 중이다. 김 씨의 시신은 지난달 28일 부산법의학연구소에 보내져 부검이 실시됐으며 부검 결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졌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아무리 가족과 합의를 했어도 수개월 동안 배에 시신을 방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과수에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한 뒤 이달 중순 이후 사망 원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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