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태야, 자수해라… 늙은 아비의 마지막 소원이다”

동아일보 입력 2010-03-10 03:00수정 2010-03-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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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자 아버지 눈물 호소사건 다음날 찾아와서담 뛰어넘어 사라져“유족들께 너무 죄송”
이유리 양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가 2008년 교도소 복역 중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 부산=강은지 기자
“그놈 사람 만들어 보려고 우리가 얼마나 애를 끓였는데…. 또 큰일 저지른 걸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혼내주려고 이렇게 몽둥이까지 갖다 놨어.”

이유리 양 성폭행 살해 사건 피의자인 김길태 씨(33)의 아버지 김모 씨(69)는 9일 부산 사상구 덕포1동 자택을 찾아간 기자를 보고 속이 타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막노동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김 씨는 “내 손녀 같은 아이에게 길태가 몹쓸 짓을 했어. 오늘도 방송에서 여자 애 얼굴을 봤는데 그 부모에게 너무 죄송스러워”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없던 김 씨 부부는 1978년 그를 입양한 뒤 친아들처럼 길렀다. “길태가 초중학교 때만 해도 착했는데. 고교 때 친구를 잘못 만나 삐뚤어지더라고. 내성적이고 말이 없어. 그동안 하도 일을 저질러 인연을 끊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자식이니….”

김 씨는 한때는 아들을 믿었다. “늘 ‘출소하면 새 사람 되겠다’고 편지를 보냈는데 그거 보고 철이 들었나 해서 돈 보내주고…. 지금 생각하면 다 우리 속인 것 같아. 나와서도 ‘이제 맘 잡고 착실하게 살자’고 하면 항상 ‘예’라고 그러고는 또 사고를 치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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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6월 아들이 출소하자 운전을 배워 취직하라고 권했다. “경기 수원시 이삿짐센터에서 한 달 일하더니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 힘들고 돈이 적어서 못하겠다고 하더라구. 그때 무조건 취직을 시켰어야 했는데….”

김 씨가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이 양의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현관문이 아닌 담쪽으로 넘어가기에 “너 또 사고를 쳤냐”라고 물었지만 대답도 하지 않고 나갔다. 뇌졸중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김 씨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몸져누워 눈물만 흘리고 있다. 김 씨는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했다.

“길태야. 자수해라. 늦었지만 빨리 자수해야 돼. 늙은 아비의 마지막 소원이다. 내 말 꼭 들었으면 좋으련만….”

부산=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영상 = 故 이유리 양이 가는 마지막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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