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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야동만 하루 40편… “음란물 심의, 이 고통 누가 알까”

입력 2011-09-20 03:00업데이트 2011-09-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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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심의위 유해정보심의팀의 고충
“멀쩡한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뭐 하는 짓들이야. 쯧쯧.”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16층에서는 이따금 방문객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번듯한 사무실에서 정장 차림의 말쑥한 직원들이 고화질의 모니터 화면에 노골적인 성(性)행위 장면을 띄워 놓고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직원들끼리 ‘야동(음란 동영상)’을 틀어놓은 채 토론도 벌인다. “이거, ‘거기’가 보이는 거 맞아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잖아요. 자세히 보세요.”

이들은 야동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감시’하는 중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에서는 여성 4명을 포함해 13명의 직원이 1인당 하루 평균 40건에 이르는 인터넷 음란 게시물의 음란성 여부를 심의한다. 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적발하거나 일반인과 경찰 등 정부기관에서 신고해온 음란물 건수는 지난 한 해 동안만 9744건이었다.

직원들은 주로 컴퓨터로 일한다. 모니터 옆에 두꺼운 종이를 양쪽에 붙여 놓거나 화면 보호용 특수 코팅지를 모니터에 붙여 ‘업무 중 화면’을 보호하는 직원이 많다. 택배 배달 기사나 녹즙 배달 직원 등에게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음란물 보는 게 직업인 이들은 특히 남자인 친구나 지인들에게 “좋은 일 한다” “괜찮은 동영상 있으면 보내라”라는 부러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음란물 심의 경력 10년차인 남자 직원조차 “음란물 심의를 시작한 뒤 2주 동안 영상이 떠오르면서 구역질이 나 밥 먹기조차 힘들었다”고 할 정도로 팀원들의 고충은 크다. 유해정보심의팀에는 전통적으로 미혼 직원이 많고,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변태 성인물을 많이 본 탓에 이성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자체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과도한 음란물 노출에 따른 후유증은 남녀가 다르다. 남성들은 시시때때로 음란물의 장면이 연상되고 주변 사람들과 음란물의 장면이 겹치면서 ‘나는 원래부터 음란한 사람인가. 이상한 취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고백한다.

여성들은 불쾌감과 수치심에 시달리기 일쑤다. 올해로 음란물 심의 경력이 5년차인 한 미혼 여직원은 “지금도 특정 신체부위를 클로즈업하거나 분비물을 묘사하는 등의 장면을 보면 구역질이 나고 온몸이 떨린다. 20∼30분간 쉬다가 다시 업무를 본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위원회는 정신과 전문의를 불러 심의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 형식의 집단 상담을 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음란물 과다 노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란물 심의 업무를 2년 이상 맡지 않도록 보직을 바꿔주고 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직업적으로 음란물을 보는 사람들은 음란물에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사람보다 부정적 영향은 덜 받지만 노출 정도를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즐거운 영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정신적 중화 장치를 제도적으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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