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민노총 틈새 ‘제3노총’ 탄력… 내달부터 복수노조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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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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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부터 한국에서도 복수노조시대가 열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단일노조 대신 복수노조가 일반화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건국 이후 처음이다. 복수노조는 1997년 개정법에서 허용됐으나 그동안 계속 시행을 유예하다 지난해 1월 1일 개정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함에 따라 실시되게 됐다.

본격적인 노조 ‘춘추전국시대’를 앞두고 기업과 노조 모두 초긴장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새로 노조가 생기거나 복수 노조가 출범하는 새로운 노사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 역시 커다란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내 노동계 지각변동 생기나


최근 노동조합이 없는 삼성 각 계열사의 고위 임원들은 요즘 자사 직원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언제 어느 회사에서 노조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 삼성그룹에는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7개사에 노조가 있지만 대부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그룹에 포함되거나 이른바 ‘페이퍼 노조’다. 대부분 계열사에는 그동안의 ‘무노조’ 경영으로 노조가 없다. 하지만 노동계가 복수노조의 타깃으로 삼성을 지목한 상태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삼성 계열사의 한 중간 간부는 “계열사별로 우리가 가장 먼저 생기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복수노조 시행은 국내 노동운동 및 노동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들려면 가입대상을 달리하지 않는 한 1사 1노조가 원칙이었다. 이 때문에 회사가 이른바 ‘어용 노조’ ‘페이퍼 노조’를 만들면 다른 노조의 설립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기존 노조의 독점 시대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노조 운영 방식도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기존 노조에 불만이 있을 경우 노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투표에 의한 물갈이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파벌이 생기고 상대 계파에 대한 각종 공격과 음해, 투서가 난무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런 공격 대신 별도의 노조를 만들면 된다. 더 투명하고 조합원을 위해 활동하는 노조에 가입자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노조끼리의 경쟁 시대가 온 것이다.

복수노조는 현재의 양대 노총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사업장 노조에서는 지나치게 투쟁적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친정부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태. 서울지하철노조를 시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제3노총’은 이런 불만에 대한 표출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복수노조로 노조 설립이 활발해질 경우 자연스럽게 제3노총 설립도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자 노총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막 오른 복수노조

이런 분위기 탓에 사업장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복수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 일부 지점근로자는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기존 노조와는 별도로 지점노동조합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대우증권의 지점노조 출범은 본점과 지점 간의 차별과 갈등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본점과 지점은 성과급도 다르고 급여체계와 근무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노조가 본점과 지점 근무자의 다양한 이해를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산업별 노조인 한국산업발전노동조합에 소속된 남부발전지부는 민주노총을 탈퇴한 근로자들이 중심이 돼 기업별 노조인 남부발전노동조합(가칭)을 설립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부·동서·서부·중부·남동 등 한국전력의 5개 자회사가 하나의 노조로 활동하고 있어 서로 이견이 있음에도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의 경우 일부 조합원이 다시 민주노총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수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KT는 과거 민주노총 소속 당시 노조 지휘부 등이 주축이 된 ‘민주동지회’를 중심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연말로 예정된 노조선거에도 출마할 예정이다. 노동계와 고용부에 따르면 이 밖에도 민주노총을 탈퇴한 상신브레이크, 서울지하철노조 등에서도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노조 미조직 직종이던 사무직과 연구직들도 노조를 조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3일 한국노총 산하 18개 산별노조가 복수노조 반대 서명을 한 것에 대해 “기존 노동조합 간부의 기득권 보호에 급급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복수노조 시행 후 예상되는 주요 변화 ::


―1사 1노조→노조 설립 제한 없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 시대→제3노총 설립 등 다자 노총 시대로
―사측이 어용노조로 노조 설립 방해→노조 설립 자유화로 방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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