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수학동아와 함께하는 수학이야기]HB 2B 4B··· 연필 끝 기호, 무슨 뜻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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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기구가 바로 연필이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연필로 쓰자. 연필로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면 되기 때문이다.

○ 연필의 성격을 알려면?

연필이나 샤프심의 성질이 궁금하다면 끝부분에 새겨진 기호를 보자. 대부분의 연필은 끝부분에 HB라고 적혀 있다. 미술 시간에 쓰는 스케치용 연필에는 4B라는 표기가 뚜렷하다. 이때 B는 검다는 뜻인 영어단어 black의 머리글자, H는 딱딱하다는 뜻인 hard의 머리글자다.

연필이나 샤프심은 9H부터 6B까지 총 17가지로 나눌 수 있다. H 앞의 숫자가 클수록 단단하고, B 앞의 숫자가 클수록 부드럽고 진하게 써진다. HB는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충분히 진해서 공책에 필기할 때 가장 많이 쓴다. HB보다 조금 단단한 경우 F라고 쓰는데, ‘굳은’이라는 뜻인 영어단어 firm의 머리글자다.

이러한 기호는 심이 구부러지는 강도에 따라 정한다. 1MPa(메가파스칼)은 1㎟당 100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다. 구부림 강도가 50MPa인 HB 연필은 연필심의 넓이가 1㎟이라면 5kg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뜻이다.

강도는 심에 들어가는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 바꿀 수 있다. 심은 흑연에 점토를 섞어 만드는데, 점토를 많이 넣으면 단단해지고 흑연을 많이 넣으면 짙고 부드러워진다.

○ 연필계의 종결자는 정육각형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뾰족한 물건을 이용해 점토판에 기록을 남겼다. 이때 갈대나 나뭇가지 끝을 다듬어 만든 것을 최초의 연필로 볼 수 있다. 요즘처럼 흑연을 사용한 연필은 1565년 영국에서 탄생했다. 1564년 흑연 광산이 발견되자, 이듬해 흑연막대에 실을 감거나 나무에 흑연막대를 끼워 만든 연필이 등장한 것이다.

초창기 연필은 사각형이었다. 나무에 홈을 파고 흑연 덩어리를 홈에 넣고 갈아낸 다음, 그 위에 다른 나무 조각을 붙여 만들었다. 하지만 흑연 덩어리를 홈에 맞추는 과정에서 버리는 흑연이 많았다. 순수한 흑연은 부드러워 잘 부러지는 것도 문제였다. 1795년 프랑스의 기술자 니콜라 자크 콩테는 처음으로 흑연에 점토를 섞어 잘 부러지지 않는 연필심을 만들었다. 뒤이어 위아래의 모양이 같은 홈 사이에 연필심을 넣고 붙이는 방법도 개발됐다. 연필심이 튼튼해진 덕분에 연필의 모양과 길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럼 연필은 어떤 모양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을까? 연필을 잡을 때를 생각해 보자. 가운데 손가락으로 연필을 받친 다음, 엄지와 검지로 연필을 가볍게 쥐는 것이 연필을 바로 잡는 방법이다. 그러면 엄지와 검지는 자연스럽게 둥근 모양이 된다. 종이와 연필의 각도는 50∼60도가 적당하다. 각도가 크면 힘이 많이 들고, 작으면 글씨를 바르게 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때 세 손가락은 삼각형을 이룬다. 그래서 연필을 삼각형으로 만들면 가장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연필의 세 면이 각 손가락과 가장 넓게 맞닿기 때문이다.

삼각형 연필은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공장에서 연필을 찍어낼 때 위아래의 나무 모양을 다르게 만들어야 하고, 연필을 만든 다음에 버리는 나무도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각형과 역삼각형을 섞어 만들면 버리는 나무는 없앨 수 있지만, 연필심의 높이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사각형으로 만들면 잡기가 불편하다. 원모양 연필은 연필심을 감싸는 나무가 가장 적게 들고 모양도 예쁘지만 책상 위에서 굴러 떨어지기 쉽다.

이런 이유로 현재 가장 많이 쓰는 연필은 정육각형이다. 정육각형은 둥근 연필심을 감싸는 나무가 적게 들고 버리는 나무도 적다. 연필을 쥘 때도 삼각형 연필처럼 세 손가락과 맞닿는 면이 넓다. 원모양 연필처럼 책상 위를 마구 구르지도 않아서 가장 일반적인 연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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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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