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인정욕망은 함께 간다.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그것은 늘 결핍이거나 미달이다. 그래서 상처투성이다. 하지만 어떤 결핍이 ‘상처’로 인지되려면 시간적 지속성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상처는 일종의 ‘기억’이다. 거울이 공간적 형상이라면 기억은 시간의 형식이다. 공간이 일…
아프고 괴로우면 그때 비로소 세상과 타인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앓는 ‘마음의 병’은 놀랍게도 그 반대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해!” “왜 사람들은 나만 미워할까?” 하며 오직 자신만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불행은 안중에 없다. 그만큼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다…
어렸을 적 잘 씻지를 않아서인지 자주 종기가 났다. 종기가 나면 몸살을 앓듯 끙끙 아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종기가 거의 없다. 온갖 백신으로 전방위적인 방어벽을 설치하기 때문. 그 대신 아토피라는 ‘괴질’을 앓는다. 10명 중 4명꼴이란다. 그런데 아토피보다 더 무서…
나는 KBS2 ‘개그콘서트’의 열렬한 팬이다. 당연히 개그맨들을 좋아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나는 연예인들 가운데 개그맨을 가장 존경한다. 무엇보다 각양각색의 ‘울퉁불퉁한’ 얼굴 때문이다. 몸매 역시 다양하기 그지없다. 드라마에선 참 보기 어려운 캐릭터들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
갑자기 거의 모든 이가 젊어졌다. 아니 젊어졌다기보다 어려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20대 후반인가 싶으면 40대가 훌쩍 넘었고, 30대 중반인가 하면 50대인 경우도 있다. 10대와 20대의 구별은 아예 불가능하다. 성형이 보편화되면서 ‘동안’이 범국민적 현상이 된 것이다. 그…
남성은 서열과 위계에 민첩하고, 여성은 공감과 유대에 민감하다. 전자는 잘 짜여진 조직에 적합하고, 후자는 유연한 네트워크에 잘 맞는다. 전자는 수량과 사이즈에 열광하고, 후자는 질과 밀도를 중시한다. 디지털 문명이 여성성과 ‘궁합이 더 잘 맞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디지털은 유동한…
인류학자 나카자와 신이치에 따르면 역사상 모든 부족은 남성에게 통과의례를 부여했다. 성인식 때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남성은 주기적으로 혹독한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다름 아닌 자연의 ‘비밀지(秘密知)’를 체득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자연의 산물이다. 따라서 삶을…
마하트마 간디. 비폭력의 상징이자 위대한 영혼으로 추앙받는 이가 설파하는 진리는 극히 단순하다. 스와라지, 자치가 곧 그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 노동하고, 그 노동의 힘으로 정신적으로 자립하고, 그 자립하는 정신들이 상호호혜의 관계를 맺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이상적인 꿈. …
북한산 아래 우이동 쪽으로 가다보면 도선사라는 절이 있다. 그 입구에 아주 눈에 띄는 불상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좀 웃긴다. 포대화상! 시커멓고 넓적한 얼굴에 몸매도 2.5등신 정도 될까 싶다. 비호감인데 보는 순간 웃음이 빵 터진다. 표정이 너무 천진난만해서다. 그는 커다란 포대(…
정규직의 공통점은? 빚이 많다. 변호사, 의사 등 소위 ‘사’자 직업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빚이 ‘아주’ 많다. 잘 나가는 스타들의 공통점은? 빚이 ‘억수로’ 많다! 보기엔 참 그럴 듯한데, 실상을 보면 정작 백수들보다도 더 불안하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첫째, 다다익선의…
벽초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은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 곧 ‘일곱 두령’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천민에다 백수지만 이들에겐 정규직은 물론이고 정착 자체에 대한 욕망이 없다. 하여 그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난다. 친구를 만나러. 유람을 하러. 혹은 도주와 복수를 위해. 물론 빈손이다…
변승업은 조선 시대 장안 최고의 부자였다. 그는 노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 지위가 높은 공경들을 많이 섬겨 보았다. 그런데 나라의 권력을 한 손에 틀어쥐고서 집안 살림이나 챙기는 위인치고 그 부귀영화가 3대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하여 이 재산을 흩어버리지 않는다면 …
‘장자’에 나오는 일화 한 토막. 장주(莊周)가 한 관리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그가 “곧 세금을 거둘 테니 그때 거금 300금을 빌려주겠노라”고 말했다. 발끈한 장주, 즉각 붕어에 대한 우화로 대거리를 한다. 조그만 웅덩이에 물이 말라 붕어가 장자에게 구원을 요청했
최근 떠도는 말 중에 ‘놓지 마, 정신줄’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정신줄 잡고 있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리라. 한데 ‘정신줄을 잡는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몸과 마음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고,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따라가면 된다. 그…
암과 우울증.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두 가지 질병(혹은 키워드)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뭉치고 막힌다는 것. 전자는 몸 안의 세포가 돌연 불멸을 선언하면서 이웃 세포들과의 소통을 끊어버리는 것이고, 후자는 심리 혹은 정서가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선 이런 증상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