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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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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봉제인형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봉제인형

    예민한 데다 겁도 많은 막내 조카는 처음으로 제 방이 생기자 아니나 다를까, 침대 머리맡에 베이지색 곰 인형 먼저 눕혀 놓았다. 혼자 잘 때 무서운데 그 인형을 껴안고 자면 조금 괜찮아진다고. 조카들이 갓난아기였을 때 어느 자리에선가 희고 푹신푹신한 대형 곰 인형이 생겨 두 팔로 껴안…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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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도시락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도시락

    몇 년 전에 낯선 도시로 가서 살게 되었을 때, 한 에디터가 도시락 통 하나를 선물로 준 적이 있다. 단순한 직사각형 디자인과 옥색 빛깔이 무척이나 세련됐지만, 2단짜리 도시락인데도 밥과 찬을 담기에는 너무 작아 보여서 한참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게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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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타자기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타자기

    나는 이 글을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한글만 쓸 수 있는 구식 노트북으로 쓰고 있다. 소설이나 모든 원고 작업도 이 노트북으로만 한다. 사실 이 노트북은 고장 난 지 오래됐지만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말하자면 타이핑 기능밖에 안 되는 ‘글 쓰는 사물’인 셈이다. 딱히 이 때문…

    •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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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페이퍼 클립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페이퍼 클립

    지난주부터 개학과 개강이 시작됐다. 개학 전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조카들의 연필, 일기장, 네임펜 같은 학용품들을 챙겨주고 나도 작업실로 돌아와 문구용품을 점검했다. 포스트잇, 녹색 하이테크포인트 펜, 색색의 페이퍼 클립은 한 학기를 보낼 만큼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하니까. 소설창…

    • 201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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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외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외투

    한 선배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모여 각자 준비해온 포도주와 빵을 차려놓고 모임을 가졌다. 그 사무실이 편해서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저녁값 술값 부담을 줄여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1년 전 모임 때도 그랬다. 난방을 줄여 놓고 사무실에서 세 사람 다 외투를 껴입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

    •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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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깡통따개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깡통따개

    자주 이용하는 식품전문 쇼핑몰에서 작은 토마토 홀을 주문했는데 착오가 생겼는지 무려 2.5kg짜리가 배송돼 왔다. 그 캔을 들고 조카들에게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러 갔다. 올리브 오일에 양파를 볶다가 토마토 홀을 넣으려고 할 때에야 그 캔이 원터치 방식이 아니라 캔 오프너로 가장자…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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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만화경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만화경

    티눈 비슷한 게 생겨서 피부과에 갔더니 발을 들여다본 의사가 “많이 걸어 다니느냐”고 물었다. 발이 너무 울퉁불퉁하게 생긴 걸까. 아무려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걸어 다니는 건 사실이다. 내가 지나다니는 한적한 도로변에는 유리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 앞까지 크고 작은 유리와 거울…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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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코백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코백

    나는 세 종류의 일간지를 읽는데 그래서 날마다 놀라고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 일들이 더 생긴다. 최근에는 일회용 제품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기사들을 여러 번 보았다. 카페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컵들이 하루 5t 트럭 한 대 분량이나 되고, 종이컵은 안쪽에 폴리에틸렌으로 코…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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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트렁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트렁크

    고아로 자란 엘리는 한 농장의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가족을 잃고 혼자 살고 있던 집주인과 결혼을 한다. 양과 닭을 키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달걀을 배달하러 간다. 크게 낙담할 일도 슬픔도 기쁨도 없을 것 같은 날들만 이어진다면 소설은 진행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

    •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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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일기장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일기장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해가 바뀌면 ‘새해 결심’이라고 몇 가지 정도는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적게 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올해 첫 일기를 들춰보니 ‘일기를 더 자주 쓰고 휴대전화 보는 시간 줄이고, 더 많이 읽고 쓰는 그런 한 해를 만들어야지’라고 써놓았…

    •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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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장갑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장갑

    지난 학기 학생들이 종강 후에도 모여서 소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해서 학교에 나가보았다. 내가 맡고 있는 강의는 ‘소설창작’인데 4학년이 되면 취업을 위한 강의 위주라 이제 창작 수업을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었다. 날도 추운데 월요일 저녁마다 실습실에 나와 소설을…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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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어캡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어캡

    튼튼한 골판지로 만들어진 각종 상자나 에어캡을 버릴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두 가지 모두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멀쩡한 데다, 필요할 때 찾으면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 선별한 박스들은 소포 부칠 때를 대비해 모아두기도 하고 오래돼서 기포가 빠지거나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아진 …

    •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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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탁상시계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탁상시계

    사발시계라고 아시는지. 둥근 사발 모양의 탁상시계. 새해 첫날을 작업실 청소를 하면서 보냈다. 책장 먼지를 털고 마른 걸레로 책등도 문지르고, 그러다가 눈에 띄는 책들을 꺼내 몇 장씩 읽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리고 말았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으로 잘 알려진 윤오영 선생 수필 ‘사발시…

    •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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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슬리퍼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슬리퍼

    연말까지 약속이 몇 개 있으니 머리를 짧게 자르지 말고 다듬어 달라고 하자 헤어숍 주인이 송년 모임이냐고 물었다. 그렇기도 하고 생일이 아직 안 지나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사각사각, 내 머리칼을 자르면서 아주머니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런지 자신의 생일이 되면 유난히 엄마…

    • 20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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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레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레몬

    겨울방학 동안 다른 도시에 가 있게 된 한 사진학과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첫 번째 연말 선물을 받았다. 냉장고도 다 비웠고 이제 내일 출발하면 된다면서 나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 봉투에 든 것을 확인한 순간,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미국 아이오와에서 석 달 동안 세…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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