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본 음악가 중 누가 제일 인상적이었나요?” 곧잘 받는 질문이다. 다양한 인터뷰이가 뇌 주름 가득 먼지처럼 들어앉아서일까. 명료한 답이 얼른 나오지 않는다. 단, 몇몇 장면만은 사진처럼 또렷이 남아 있다. 이를테면 3년 전, 미국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케빈 컨을 만났을 때…
51년 전,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인류는 이제 토성의 가장 큰 달인 타이탄마저 점령하려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6년에 드론 ‘드래건플라이’를 날려 보낼 예정이다. 1.5기압의 대기를 지닌 타이탄은 커다란 호수와 모래언덕이 장관을 이루며 태초의 지구를 연상케 한다고 한…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맑음. 시계. #329 Pink Floyd ‘Time’(1973년) 저녁형 인간, 아니 심야형 인간으로서 내게 아침 알람 소리는 천사들의 합창이 아니다. 신이 막 태어난 싱그러운 하루를 선사해주는 축복의 송가라기보다는 지옥문이 열리는 소리처럼 끔찍하…
나뭇잎 지는 것을 바라보면 착잡해진다. 불과 몇 달 전, 연두색 잎을 내놨던 수줍은 나무는 지난 계절에 아리따운 꽃잎도 떨어내고 초록 잎마저 붉거나 노랗게 물들였다. 황홀한 추색(秋色)이 실은 나무의 유서. 하나둘 잎을 잃어 앙상해지는 나무를 볼 때면 어쩐지 내 맘도 서글퍼져 버…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흐림. 비운의 복서. #327 Sun Kil Moon ‘Duk Koo Kim’(2003년) “아, 나 마크 코즐렉 진짜 좋아하는데…. 혹시 코즐렉이 AC/DC 노래 커버한 앨범 들어봤어?” 며칠 전 음악가 S, 기획자 Y와 차를 타고 가다 오랜만에…
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맑음. 오직 사랑하는 이 들만이…. #326 Blue Oyster Cult ‘(Don't Fear) the Reaper’(1976년)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어려서부터 가장 큰 의문이었다. 산 사람 중에 죽어본 사람이 없으므로 속 시원…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 흐림. 펴놓은 책. #325 Tahiti 80 ‘Open Book’(2013년) U2, 더 1975, M83, UB40, B612, 1415, 49 몰핀즈, 36 크레이지피스츠…. 고유명사에 숫자가 들어가면 일이 커진다. 언어권을 막론하고 호기심을 자…
2019년 10월 1일 화요일 흐림. 나비효과. #324 Sting ‘The Last Ship’(2013년)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만들어 낼까. 기상학에 조예가 있기는커녕 오늘의 날씨도 체크 안 해 비를 맞기 일쑤이지만 나비효과는 믿는 편이다. 이 얘기를 …
2019년 9월 10일 화요일 비. 돛단배. #323 Chet Atkins ‘Sails’(1987년) 이렇게 비가 내리면 이제는 영화 ‘기생충’이 생각난다. 따지고 보면 물처럼 순한 게 없는데 그들이 뭉쳐 순리에 따라 낮은 곳에 임하면 때로 무엇보다 사나운 난리를 부린다. 물난리다. …
2019년 8월 13일 화요일 흐림. SOS. #322 Metallica ‘Don't Tread on Me’(1991년) 산림을 홀로 헤매다 굶주린 맹수와 눈이 마주친다면? 가진 거라곤 휴대전화 한 대뿐이라면?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얼마 전 캐나다 브…
2019년 7월 9일 화요일 맑음. 칵테일 사랑. #321 Rupert Holmes ‘Escape(The Piña Colada Song)’(1979년) 어젯밤, 음악가 B가 임시 바텐더로 변신한 바에 갔다. 독특한 풍미의 칵테일을 몇 잔 들이켜니 열대의 바닷가에라도 온 듯했다. 어차…
2008년 6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큰불이 났다. 스튜디오 중 6197번 건물이 전소했다. 그곳에는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놀이기구와 촬영지, 전시관이 있었다. 스튜디오는 빠르게 복구됐다. 스튜디오는 세계 최대의 영화 관련 문화시설의 명성을 지금까지…
2019년 7월 2일 화요일 맑음. 로봇 전쟁. #320 The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2002년) ‘그녀의 이름은 요시미/가라테 검은 띠지/도시를 위해 일하는데/육체를 단련해야 해’ 노래 가사처럼 앨범 표지에는 인디언 소…
2019년 6월 25일 화요일 맑음. 네가 많아. #319 Bill Callahan ‘Too Many Birds’(2009년) 시인과 촌장 3집 ‘숲’에 가시나무의 기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숲은 숲이되 이런 숲이 아니었으리라. 마지막 곡 ‘숲’의 말미에서 카메라가 멀어지듯 음향이 …
2019년 6월 11일 화요일 맑음. ‘헛사랑’. #318 Sharon Van Etten ‘NoOne's Easy to Love’(2019년) A는 소모적 사랑을 하고 있었다. B를 만나면 행복해 보였지만 시간문제였다. 밤이 오면 A는 B를 향해 울며 소리 지르기 일쑤였다. 사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