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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이은규]봄날의 딸기, 낡은 구두 한 켤레

    언젠가 당신은 고흐의 구두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어두운, 환한 빛을 뒤로한 가죽구두 한 켤레. 어느 날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쓴다. “다짐했다. 봄에 딸기를 먹는 일도 인생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건 일 년 가운데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고 지금은 가야 할 길이 멀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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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간복균]어지러운 세상… 난향에 묻혀 먼 산을 바라보네

    입춘이 지났다. 바야흐로 난초의 향기가 한창인 계절이다. 내게는 30여 분(盆)의 난초가 있다. 1년 내내 소일 삼아 기르면서 섣달부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난들이 입춘이 지나면서부터 앞다투어 연초록 꽃대를 밀어 올리더니 이제는 만개해 온 집안이 난향으로 가득하

    • 201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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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김애양]조선족 여인의 참을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산부인과 진찰대에 누운 환자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마취해 주세요, 마취.” 5년 전에 끼운 피임기구인 루프를 제거하는 순간이다. 그녀가 착용한 루프는 T자 모양에다 꼬리처럼 실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그 줄만 잡아당기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질상 아

    • 20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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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전수림]막걸리 한 사발에 젓가락 장단 맞추시던 아버지

    날이 춥다. 나는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1960, 70년대 모두가 힘들고 고단하던, 그러나 가슴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영화를 골랐다. 그 영화엔 내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허름한 술집에서 상다리가 부서져라 젓가락 장단을 맞추고,

    • 201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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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박소명]한겨울밤의 이야기

    고향 집에는 눈이 참 자주 내렸다. 저녁 무렵 눈이 날리면 아버지는 닭장을 더 단단히 살폈다. 이런 날에 닭을 노리는 노련한 살쾡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닭들은 횃대에 나란히 앉아서 눈 쌓이는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잘 마른 장작으로 군불을 땠다. 굵은 고

    • 201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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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박동수]햇살에 기대어 바람에 기대어

    햇살이 따듯하다. 나는 지금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호수 둘레로 길게 쭉 펼쳐진 덱을 걷는다. 봄 여름 가을에는 꽃들로 풍성한 호수 주변의 꽃밭들이었는데 지금은 텅 비어 있다. 나무들도 잎새를 다 떨어내고 나목으로 춥게 서 있다. 이렇게 겨울은 우리에게서 무엇인가

    • 20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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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찻잔을 들며/김윤숭]지리산 자락에서 둥굴레차를 마시며

    단풍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지리산이 이제 낙엽이 지고 쓸쓸한 겨울철로 접어들었다. 지리산문학관은 경남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 가는 길에 있는데 을씨년스러운 겨울 풍경에 둘러싸여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고향의 안온함과 훈

    • 201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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