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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해독 일기

    [책의 향기/밑줄 긋기]해독 일기

    나는 남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게 반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다시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내 신경을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울 속의 나에게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틀림없이 1958년의 어…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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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물숨의 약속

    [책의 향기/밑줄 긋기]물숨의 약속

    오로지 오리발과 물안경과 테왁에만 의지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확이 저조할 듯싶은 작업 방식은 해산물의 씨를 말리지 않기 위해 예부터 묵언으로 이어온 약속이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했어도 다음 세대들을 위해 바다를 지켜온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멋진 잠수복과 훌륭한 잠수 장비를 그녀…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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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생명 칸타타

    [책의 향기/밑줄 긋기]생명 칸타타

    “손의 온기가 채 식지도 않아 떠나가 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죽음, 끝 이런 걸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의 시작은 ‘생명’일 테니까요.”(김병종)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 끝이 나잖아요. 모든 생명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이 바로…

    •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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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순 생활자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순 생활자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는, 내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 내가 듣고 본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보통 뿔뿔이 흩어졌던 하루의 조각조각을 이어 붙이는 용도로, 삶을 재건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다. 도마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한다는 건 나를…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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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악의 꽃

    [책의 향기/밑줄 긋기]악의 꽃

    죽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슬프다, 살게 하니,/그것은 인생의 목적이요, 유일한 희망/선약처럼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취하게 하고,/우리에게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를 준다.//폭풍을 건너서, 눈을, 서리를 건너서,/그것은 우리네 캄캄한 지평선에서 깜박이는 불빛./그것은 책에도 적혀 …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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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밤이 오면 우리는

    [책의 향기/밑줄 긋기]밤이 오면 우리는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게 된 후로 나는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나는 빌리가 질문했던 인간의 조건을 생각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액체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인간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눈물, 땀, 피. 혹은 진물이나 오물. 나에게는 없다. 피도…

    •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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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옛 노래들은 뜨겁고 옛 노래들은 비장하고 옛 노래들은 서러워서 냉소적인 모든 세계의 시간을 자연신의 만신전 앞으로 데리고 갈 것 같기에, 좋은 노래는 옛 노래의 영혼이라는 혀를 가지고 있을 것 같기에, 새로 …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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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느 날, 집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느 날, 집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집을 짓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 위에든 마음속에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진짜 원하는 집을 그릴 땐 사실 자신이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마음…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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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올리브나무 아래

    [책의 향기/밑줄 긋기]올리브나무 아래

    나무는 심긴 그 순간부터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선택할 수 없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남고 푸르러야만 한다. 사람은 편하게 살고 싶고, 쉽게 살기를 바라지만, 강한 불볕과 모진 바람으로 인생을 단련시킨 자에게 고귀한 열매를 맺게 하는 건 하늘의 방식인가 …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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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무튼, 당근마켓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무튼, 당근마켓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들 또한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중고시장에 서 있다. 재고되기 위해. 거기서 마지막으로 새로워질 기회를 얻는다. 모든 미물은 새로워지고 싶다. 나에게 더는 필요하지 않은 소유가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온 바로 그 물건일 수 있다. 꼭 팔아야 하는 사정과 마침 그걸 찾…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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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그 작은 화원의 주인인 청년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꽃은 상황이 안온할 적에 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시달리게 되는 경우에 스스로 살고자 하는 몸부림 안에서 피게 되는 거라고. 창가에 두어 기온과 풍광의 부침을 겪는 난(蘭)과 꽃나무가 오히려 자주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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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친밀한 초록

    [책의 향기/밑줄 긋기]친밀한 초록

    그들이 뿌리내린 도시의 땅은 위태로웠다. … 흙 한 줌 없이 아슬아슬한 곳에 기대어 살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견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격려와 위로가 되었다. 어느 계단 사이에 난 꽃을 보려고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보고 싶은 친구의 안부를 묻듯 건물과 건물 사이 구석구석 …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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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재생의 부엌

    [책의 향기]재생의 부엌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엉켜 있을 땐 언제나 부엌에 들어와 섭니다. 그리고 숫돌을 꺼내 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에 잠긴 숫돌에서 솟아오르는 기포를 보면서 오늘은 실수 없이 칼을 잘 갈자고 다짐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한 도구를 들고 요리할 때는 기합부터 확실히 …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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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숲스러운 사이

    [책의 향기/밑줄 긋기]숲스러운 사이

    이 친구는 속명이 아라크니오데스이다. ‘거미줄 같은’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땅속에서 줄기 뿌리가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한 잎씩 땅 위로 낸 형상이다.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그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잎들이 지표면을 가득 덮고 있다. 우리가 보는 모습이 완전한 한 개체인 듯하지만, 알고 …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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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에 사십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에 사십니다

    기약할 수 없는 돌봄의 시간. 그 시작과 끝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보호자가 되어서 돌봄 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삶의 중요한 요소를 희생하는 선택과 맞닿기도 한다. 돌봄 가운데 선택과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랑도 분명 그 가운데에 있다.…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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