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선택
  • [책의 향기/밑줄 긋기]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책의 향기/밑줄 긋기]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빌리 홀리데이, 덱스터 고든, 듀크 조단, 듀크 엘링턴, 쳇 베이커, 줄리 런던, 카를라 브루니, 샤를로뜨 갱스부르, 좋아하는 영화의 OST들, 그리고 다소 유명하지 않은 재즈 트리오나 쿼텟의 앨범들. 조금 귀찮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직접 앨범을 골라서 음악을 듣게 되면 그 순간이 쉽사…

    • 2021-05-22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미기후

    [책의 향기/밑줄 긋기]미기후

    몸통에서 목이 쑥 빠져나온 것 같다/얼굴은 육체의 덤인 것 같다 혹인 것 같다 부록인 것 같다/어떤 부록은 본문보다 길고//어깨에서 팔이 쑥 빠져나오고/손목에서 손가락들이 새털처럼 찢어지고/가늘게 떨면서//어둠을 털면서/온몸을 기울여 총채를 들고 있다/팔 하나가 인생보다 길고//긴 팔…

    • 2021-05-15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하늘의 별은 내가 다 심었지/시인은 가끔 거짓말을 하네/하늘의 별을 포기 포기 심느라/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지/흙 묻은 손을 보여주며 밤새워 어둠 속에서 밭일하던 시인/손톱 밑에는 반짝이는 별의 금물이 들었네//마취총에 맞아서 하루하루 비틀대며 가는 사람들/불안의 마취총에 맞아, 분…

    • 2021-05-08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백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백

    세상한테 떼쓰며 대들던 소년은 가출을 하고, 세상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려고 몸부림치던 사람은 출가를 한다. 가출과 출가, 이 두 가지 여행 중에 더 진정성을 갖는 여행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출가보다 가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훌쩍 건너가 버리는 출가는 이 세…

    • 2021-05-01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픔을 돌보지 않는 너에게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픔을 돌보지 않는 너에게

    시월의 숲은 초록의 여운이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이 숲을 청년이라 부르기 망설여진다. 무언가 비밀을 알아버린 어른 같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소멸을 짐작한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의 어리고 젊은 시절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어른은 깨달아버린 비밀을 모른 체할 수 없는 사람이다. …

    • 2021-04-24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일기시대

    [책의 향기/밑줄 긋기]일기시대

    그리고 플래시를 켜고 복권을 긁었다. 또 1000원이 당첨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10분을 걸어 예의 편의점에 가서 당첨된 복권을 새 복권으로 바꾼 다음 다시 내천으로 갔다. 이쯤 되니 뭔가 저의가 있는 것 같았다. 신이 살아갈 최소한의 빌미로서 1000원을 우리 삶에 던져 놓고 …

    • 2021-04-1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는 너랑 같이 있을 때 행복해 보였고 나는 너랑 있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너를 보고 있으면 너는 나와 너무나 달라서 나는 너를 외우고 너를 따라 해봤었지만 나는 네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점점 쌓이게 됐고 매번 너의 눈을 쳐다보면서 …

    • 2021-04-10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책의 향기/밑줄 긋기]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개의 현자와 영웅은 집 밖으로 쫓겨난다. 자의든 타의든 안락한 마을과 익숙한 관계를 떠나 길 위로 내몰린다. 큰 인물이 된다는 건 지금의 작은 나를 버려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자신은 물론이고 남도 바꿀 수 없다. 현자와 영웅…

    • 2021-04-03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그대라는 자연 앞에서/내 사랑은 단순해요//금강에서 비원까지/차례로 수국이 켜지던 날도//홍수를 타고/불이 떠내려가던 여름/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과육을 파먹다/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순진한 포만으로//돌이킬 수 없으니/…

    • 2021-03-2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나의 삶은 근사하지 못했다. 대체로 견디는 쪽에 서 있었다. 나 없이도 세계는 날마다 환했고, 나 없음이 더욱 선명해지는 그런 날들을 자주 바라보았다. 그런 날은 꽃집으로 식물을 보러 갔다. 이름 모르는 식물 앞에서 사는 게 이런 거냐고 물었다. 이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오래 묻곤 했…

    • 2021-03-20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써칭 포 캔디맨

    [책의 향기/밑줄 긋기]써칭 포 캔디맨

    …(전략)…. 이것이 떨어지면 삶이 유지될 수도, 신생할 수도, 재생할 수도 없게 된다. 이것의 성분은 공포감 20%, 경외감 30%, 해방감 40%인데, 이것이 일정한 탄성을 지니는 이유는 소량의 모멸감과 죄책감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신뢰감과 충만감이 증가…

    • 2021-03-13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불만의 집

    [책의 향기/밑줄 긋기]불만의 집

    에세드라가 그를 전담했다. … 엄마는 잠깐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러면 네 인생을 망치고 있는 그 망할 여편네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겨야겠구나. 우리 뜻대로 되려면 한두 달 정도 침대 신세를 지게 하는 게 좋겠어.” 10월 말경, 에세드라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

    • 2021-03-0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달에서의 하룻밤

    [책의 향기/밑줄 긋기]달에서의 하룻밤

    현실의 경계가 크게 재조정되어 조각보처럼 덕지덕지 붙은 지형을 반드시 파악해야 했다. 반창고로 트레이싱페이퍼를 벽에 붙이고 불가능한 지형도를 이해해보려 했지만, 어린아이의 보물 지도처럼 터무니없는 논리를 담은, 쪼개진 도표 말고는 아무것도 구성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써, 거울이 …

    • 2021-02-2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가든 파티

    [책의 향기/밑줄 긋기]가든 파티

    이제 로라는 언덕을 내려가서 그 어딘가, 한 남자가 죽어 누워 있는 곳으로 가려 하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 하지만 어쩐지 로라 안에는 키스, 목소리,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웃음소리, 으깨진 풀 냄새가 꽉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 너무 이상해! 희끄무레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

    • 2021-01-30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우리는 목조계단을 쌓아올렸습니다./신체의 일부를 보여주면서/손에 쥔 적 없는 마음을 밀어넣으면서/눈을 마주 보면서/팔과 다리로 탑을 쌓았습니다./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폭설을 내려주시어/들어갈 수 없는 길을 알게 하소서/한 토막의 슬픔으로/무너진 사람이/혼자 …

    • 2021-01-23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