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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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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적 초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물리학적 초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물리학 개념 중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있다. 무질서도(無秩序度)를 말한다. 예를 들어 향수 뚜껑을 열면 병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던 액체 향수가 공기 중으로 무질서하게 퍼져 나간다. 기체가 된 향수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도는 증가한다. 이런…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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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특이점[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인생의 특이점[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추운 겨울 새벽 출근길. 살짝 열린 연구실 문틈 사이로 책상에 앉아 있는 대학원생의 모습이 보인다. 밤을 새운 것일까?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보고 있다. 끝없는 공부. 저 학생은 자신이 끝 모를 공부의 시작점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까? 앞으로 거쳐야 할 수많은 고비, 가는 길마다 지…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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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머리’와 블랙홀[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대머리’와 블랙홀[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학기 말이 다가오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기말 시험을 치러야 하고,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졸업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항상 그렇듯 한 학기를 마무리할 때면 “아 벌써”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 위층 생명과학과 이 교수의 박사과정 학생이 이번 학기에 졸업한다. 박사 학위를 받…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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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슬픔 그리고 양자역학[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죽음, 슬픔 그리고 양자역학[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찾아올 때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을지로3가역은 나에게 가장 슬픈 지하철역이다. 몇 해 전 아버님이 을지로3가에 있는 백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버님이 입원하신 후, 나는 학교 일정을 끝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3가역에 내려 죽을 사들고 병문안을 하러…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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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타인을 이긴 무모한 고집[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아인슈타인을 이긴 무모한 고집[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얼마 전 학회 참석차 아르메니아공화국에 다녀왔다. 출발 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무력충돌이 있어 양쪽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걱정했지만 도착해보니 학회장 주변은 가을 날씨처럼 평온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 아래, 코카서스 지역의 포도 익어가는 소…

    •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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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보다도 어려운 세상[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물리학보다도 어려운 세상[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20년 전 연구실 졸업생들을 얼마 전에 만났다. 일본에서 사는 제자가 서울을 방문한 터라 환영회 겸 겸사겸사 모이게 되었다. 그 제자는 내 첫 박사학위 제자로, 일본으로 건너가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후 지금까지 쭉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본의 연구소에서 연구 …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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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비싼 꿈일지라도[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세상에서 가장 비싼 꿈일지라도[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나는 달에 대한 꿈이 있다. 실향민도 아닌데 ‘달’을 그리워한다.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았는데, 1969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아폴로 키드다. 초등학교 때, 우주비행사가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을 향해 3일간 날아간 후 달에 착륙해 국기를 꽂고, 월석…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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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이 뭐라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논문이 뭐라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일요일 논문을 쓰기 위해 학교 연구실 책상 주위를 배회했지만 두 줄을 넘길 수 없었다.” 사학과 원로 고 이기백 교수의 수필에 나온 한 문장이다. 논문 쓰는 일이 주업인 내게 이 한 줄의 문장은 지금까지도 위안이 되곤 한다. 논문을 쓰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논문 쓰는 일…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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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 평가를 받아들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강의 평가를 받아들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대학에 강의 평가 제도가 있다. 학생들은 강의 평가를 해야 자신의 성적을 알 수 있으니 대부분 무기명으로 강의평을 적고 점수를 매겨 강의를 평가한다. 이 강의 평가 점수는 전체 교수들과 비교되어 다시 상대적인 점수로 평가된다. 이런 제도는 30년 전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상상조차 할…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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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운명적 인연[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삶의 방향을 바꾸는 운명적 인연[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코카서스 산자락 아르메니아공화국의 알센 박사가 우리 연구실에 왔다. 매년 방학이면 연구실을 방문해서 함께 연구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온 것이다. 희끗희끗 흰머리에, 둥글게 나온 배까지, 더 교수다워져서 나타났다. 알센 박사는 아르메니아공화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서울에서…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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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과학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대학 2학년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웠다. 1980년대 초반 당시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1954년 IBM에서 개발한, 지금은 화석처럼 변한 ‘포트란’이라는 프로그램을 밤새워 공부한 후 연필로 작성해 제출하면, 전산실의 여직원이 한 줄 한 줄 타이핑해서 천공…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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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친애하는 과학자 친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나의 친애하는 과학자 친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이 교수, 연구비 됐어!” 위층에 있는 생명과학과 이 교수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웬만해서는 전화를 하지 않는 친구다. 작년엔 과학재단 연구비 지원 사업에 프로젝트를 신청했다가 그만 떨어졌다. 그때 그 소식을 듣고 내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가 “개구리는?!”이었다. 연구비 심…

    •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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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자들 얼굴을 볼 수 있는 스승의 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제자들 얼굴을 볼 수 있는 스승의 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나에겐 멋진 스승이 한 분 계시다. 유학 시절 지도교수 연구실은 내 연구실과 같은 층에 있었다. 평소에 많이 소통하고 지냈지만, 서로 바쁠 때는 편지와 메모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집에 가기 전 장문의 연구 리포트를 지도교수 연구실 문 앞에 붙여놓으면 답장이 그다음 날 연구실 문 앞에…

    •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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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적분의 쓸모는 어디까지일까?[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미적분의 쓸모는 어디까지일까?[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누구나 “이거다!” 하는 때가 있다. 소설가는 한 인간의 서사를 들을 때, 시인은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은유가 떠오를 때, 사진가는 빛이 만드는 공간을 볼 때, 정치인은 역사적 소명을 마주할 때가 바로 그때일 것이다. 물리학자인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 …

    •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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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 전 찾았던 우크라 하르키우[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25년 전 찾았던 우크라 하르키우[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를 방문한 것은 25년 전이다. 당시 나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내가 있던 대학 연구실은 우크라이나의 V M 스비스타노프 교수를 초청했다. 그는 하르키우 저온연구소 소장으로, 극저온 실험에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대가였다. 나는 그가 쓴 모든 논문을 외울 정도였…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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