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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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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사적인 주말 [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아주 사적인 주말 [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박사후과정을 밟기 위해 프랑스 노르망디 연구소에 갔다. 도착한 날 지도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이라고 적은 종이 한 장을 줬다. 이 종이는 만사형통 프리패스권이었다. 식당에서도 기숙사에서도 동네에서도 이 종이를 보여주면 모두 나의 편의를 봐줬다. 종…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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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선이 필요한 세상[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곡선이 필요한 세상[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학기 초 동아리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학교가 북적거린다. 봄날이면 찾아오는 가장 눈에 띄는 대학 풍경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할 때는 학교 안에 경찰이 상주했고, 시위와 최루탄이 터지면 몸싸움을 하고 수업이 중단되었다. 일반물리학은 휴교령이 떨어져 채 한 달도 배우지 못했다. 하지…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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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선택은 없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나쁜 선택은 없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지도 학생이 면담을 신청했다. 무슨 상담을 할지 짐작이 됐다. 요즘 학부생 가운데 자퇴하고 다른 학교로 편입하거나 다시 대학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많다. 어떤 학과는 자퇴하는 신입생 수가 많아 학교 당국이 놀랄 정도다. 이런 움직임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새로운 세대의 흐름일까? …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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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어지지 않을 결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멀어지지 않을 결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연구실 대학원생의 책상 위에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고독이라는 병’이라는 책이 놓여 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다. 그때 나는 토요일 오후 학교 앞 헌책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1960년대 출판된 낡은 표지의 ‘고독이라는 병’을 읽고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나에게…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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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적 초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물리학적 초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물리학 개념 중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있다. 무질서도(無秩序度)를 말한다. 예를 들어 향수 뚜껑을 열면 병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던 액체 향수가 공기 중으로 무질서하게 퍼져 나간다. 기체가 된 향수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도는 증가한다. 이런…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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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특이점[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인생의 특이점[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추운 겨울 새벽 출근길. 살짝 열린 연구실 문틈 사이로 책상에 앉아 있는 대학원생의 모습이 보인다. 밤을 새운 것일까?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보고 있다. 끝없는 공부. 저 학생은 자신이 끝 모를 공부의 시작점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까? 앞으로 거쳐야 할 수많은 고비, 가는 길마다 지…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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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머리’와 블랙홀[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대머리’와 블랙홀[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학기 말이 다가오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기말 시험을 치러야 하고,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졸업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항상 그렇듯 한 학기를 마무리할 때면 “아 벌써”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 위층 생명과학과 이 교수의 박사과정 학생이 이번 학기에 졸업한다. 박사 학위를 받…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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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슬픔 그리고 양자역학[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죽음, 슬픔 그리고 양자역학[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찾아올 때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을지로3가역은 나에게 가장 슬픈 지하철역이다. 몇 해 전 아버님이 을지로3가에 있는 백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버님이 입원하신 후, 나는 학교 일정을 끝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3가역에 내려 죽을 사들고 병문안을 하러…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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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타인을 이긴 무모한 고집[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아인슈타인을 이긴 무모한 고집[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얼마 전 학회 참석차 아르메니아공화국에 다녀왔다. 출발 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무력충돌이 있어 양쪽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걱정했지만 도착해보니 학회장 주변은 가을 날씨처럼 평온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 아래, 코카서스 지역의 포도 익어가는 소…

    •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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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보다도 어려운 세상[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물리학보다도 어려운 세상[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20년 전 연구실 졸업생들을 얼마 전에 만났다. 일본에서 사는 제자가 서울을 방문한 터라 환영회 겸 겸사겸사 모이게 되었다. 그 제자는 내 첫 박사학위 제자로, 일본으로 건너가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후 지금까지 쭉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본의 연구소에서 연구 …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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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비싼 꿈일지라도[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세상에서 가장 비싼 꿈일지라도[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나는 달에 대한 꿈이 있다. 실향민도 아닌데 ‘달’을 그리워한다.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았는데, 1969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아폴로 키드다. 초등학교 때, 우주비행사가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을 향해 3일간 날아간 후 달에 착륙해 국기를 꽂고, 월석…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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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이 뭐라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논문이 뭐라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일요일 논문을 쓰기 위해 학교 연구실 책상 주위를 배회했지만 두 줄을 넘길 수 없었다.” 사학과 원로 고 이기백 교수의 수필에 나온 한 문장이다. 논문 쓰는 일이 주업인 내게 이 한 줄의 문장은 지금까지도 위안이 되곤 한다. 논문을 쓰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논문 쓰는 일…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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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 평가를 받아들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강의 평가를 받아들고[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대학에 강의 평가 제도가 있다. 학생들은 강의 평가를 해야 자신의 성적을 알 수 있으니 대부분 무기명으로 강의평을 적고 점수를 매겨 강의를 평가한다. 이 강의 평가 점수는 전체 교수들과 비교되어 다시 상대적인 점수로 평가된다. 이런 제도는 30년 전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상상조차 할…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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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운명적 인연[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삶의 방향을 바꾸는 운명적 인연[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코카서스 산자락 아르메니아공화국의 알센 박사가 우리 연구실에 왔다. 매년 방학이면 연구실을 방문해서 함께 연구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온 것이다. 희끗희끗 흰머리에, 둥글게 나온 배까지, 더 교수다워져서 나타났다. 알센 박사는 아르메니아공화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서울에서…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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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과학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대학 2학년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웠다. 1980년대 초반 당시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1954년 IBM에서 개발한, 지금은 화석처럼 변한 ‘포트란’이라는 프로그램을 밤새워 공부한 후 연필로 작성해 제출하면, 전산실의 여직원이 한 줄 한 줄 타이핑해서 천공…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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