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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하기 어려운, 국가의 완벽 통제”[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성공하기 어려운, 국가의 완벽 통제”[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그림책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을 펼치면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한 수박밭 한가운데 농사꾼 앙통이 우두커니 서 있다. 그의 주변에는 잘 익어 탐스러운 수박이 가득하건만 앙통은 세상을 다 잃은 듯 좌절한 모습이다. 누군가가 수박 한 통을 훔쳐갔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박 한 통이 사라졌다는 문…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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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속 눈물에 ‘아니꼽다’ 한 홍대용[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그림속 눈물에 ‘아니꼽다’ 한 홍대용[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사람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 법이라는데, 간혹 외국 여행이 그 변화의 계기를 줄 때가 있다. 외국 여행이 쉽지 않던 조선시대에도 공식적인 외국 여행 기회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일이었다. 17세기에는 조선 지식인들이 중국 현지 구경을 해보겠다는 열망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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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신도 반해버린 달콤한 위안[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사신도 반해버린 달콤한 위안[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나는 블라우스가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선뜻 사서 입지는 않는다. 옷을 사 입을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옷이 예쁘다고 해서 그 옷을 입은 자신이 예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옷을 사 입을 때는 단순히 예쁜 옷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

    •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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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러지지 않는 사람만이 웃긴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쓰러지지 않는 사람만이 웃긴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동북아구술문화연구회(동북구연)에 다녀왔다. 이렇게 말하면 학회에 다녀온 줄 알겠지만 동북구연은 학회가 아니라 젊은 스탠딩 코미디언 모임이다. 당신이 소파에 누워 TV 코미디 프로를 시청하는 동안 이 젊은이들은 서울 을지로에서 격주로 만나 자신들의 농담 실력을 갈고닦아 왔다. 아무나 이…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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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삶의 위엄을 내려놓는 일[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치매, 삶의 위엄을 내려놓는 일[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나도 치매가 두렵다. 죽음은 그만큼 두렵지 않다. 죽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그에 대해 정교하게 두려워하기도 어렵다. 의식이 소멸한 죽음 상태에서는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치매는 다르다. 인지 기능은 현격히 저하되었는데, 의식은 소멸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감당…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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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전하는 인간 실존의 위대함[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도전하는 인간 실존의 위대함[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는 신에게 감히 도전한 이들이 나온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유혹한 익시온, 인간에게 불을 건네준 프로메테우스의 증손자답게 죽음의 신을 능멸한 시시포스, 아들 펠롭스를 삶아서 신에게 거짓 대접하려고 한 탄탈로스. 19세기에 출판된 호라티우스 작품집 속 삽화에 나오는 것처럼…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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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싫다, 사물이 더 아름답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인간이 싫다, 사물이 더 아름답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글에는 ‘자산어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玆山魚譜)’는 19세기 조선을 다룬다. 19세기에는 주류 학문 경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흐름, 즉 세계의 경험적 탐구에 대한 드높은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이준익 감독은 그 관심의 결과인 정약전(…

    •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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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이 질주한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식물이 질주한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글에는 ‘미나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유학 막바지 시절 이야기다. 졸업이 다가오니 새삼 취업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지난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니, 무작정 귀국한다고 취직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구직활동을 하게 되었다. 지…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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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본은 여기에 없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원본은 여기에 없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중국 역사상 가장 큰 권력을 쥐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20세기 이전에는 진시황(秦始皇)이나 주원장(朱元璋), 20세기 이후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을 꼽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진시황, 마오쩌둥, 주원장은 모두 정치 권력뿐 아니라 문화 권력까지 장악하려 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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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글에는 영화 ‘소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학 시절에 지나칠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하는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왜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좀 더 근사한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오, 그런가. 이 대답은 오래 뇌리에 남았다. 공…

    •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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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동선, 동선의 시대[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시대의 동선, 동선의 시대[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 경로 추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람들의 동선이 주목받는 시절이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동선은 좀처럼 박물관으로 향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시장이 자주 문을 닫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볼 것을 갈구하지만, 그 욕구는 박물관이 아닌 온라인…

    •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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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 속의 삶, 물 위의 낱말[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시간 속의 삶, 물 위의 낱말[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연말연시를 맞아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독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원하는 청탁서가 날아왔다. 답장을 쓴다. “절망을 밀어낼 희망과 위로를 말할 자신이 없어 사양합니다. 너른 양해 바랍니다.” 희망이 없어도, 누구나 자기 삶의 제약과 …

    •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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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제의 부속품이 만난 변화의 순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체제의 부속품이 만난 변화의 순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글에는 영화 ‘타인의 삶’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변하는가?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영화 ‘타인의 삶’에 나오는 구 동독의 고위 관료는 말한다. “인간은 변하지 않아.” 인간을 자기 예측대로 통제하고 싶은 사람은 인간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이…

    •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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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월적 세계를 엿본 자, 나인가 나비인가[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초월적 세계를 엿본 자, 나인가 나비인가[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장자(莊子)’의 내용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호접몽(胡蝶夢)이다.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데, 막상 꿈을 깨어 보니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더라는 그 유명한 이야기. 영화 ‘매트릭스’가 활용하기 이전부터 호접몽 이야기는 많은 사…

    •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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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하지 않는 영혼[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정주하지 않는 영혼[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번영하는 도시와 그 안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한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태평성시도는 현실을 핍진하게 그린다기보다는 존재했으면 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도시 상태를 그린다. 반면 한국 회화사에서 현실의 도시 속 거지 그림을 찾기는 쉽지 않다.…

    •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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