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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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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례식과 티타임[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8〉

    장례식과 티타임[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8〉

    외숙모가 돌아가셨다. 당뇨 합병증이 심해지면서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 외숙모를 곁에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외숙모 가족의 마음고생도 헤아리기 힘들다. 그게 벌써 한 달 전 일이고,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될 무렵이었다. 그 무렵부터 외숙모 같은 중환자는 격리돼…

    •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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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나 개인적인 재난[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7〉

    너무나 개인적인 재난[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7〉

    여덟 살 여름 무렵이었다. 그 무렵 살던 동네에 집중호우로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홍수가 났다. 저지대 주택 단지는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그 단지에 세 들어 살던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른들은 쓰레받기와 양동이로 물을 퍼내고 그나마 멀쩡한 살림살이를 구해내느라 정신없이…

    •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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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한의 불[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6〉

    최소한의 불[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6〉

    대구경북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부모님이 계신 경북 왜관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게다가 어머니는 몇 주 전부터 인후통을 동반한 감기 증상이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걱정할까 봐 그 사실을 최근까지 숨겼고, 나는 어머니한테 얼른 검사부터 받아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어머니…

    •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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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5〉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5〉

    얼마 전까지 머리가 어깨에 닿을 만큼 길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 기르는 까닭을 물었다. 머리를 기른 게 아니라 한동안 이발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대답을 수차례 반복하다 나중에는 아예 목에 팻말을 걸고 다닐까 궁리하기도 했다. 가령 이런 식의 팻말. ‘제 머리요? 그냥 기른 거임!…

    •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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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들[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4〉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들[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4〉

    산책길에 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날 때였다. 단지 내에는 ‘어린이 승강장’이라고 적힌, 버스 정류장처럼 꾸민 간이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어린이 승강장에 어린이는 없고 할머니 네 분이 나란히 앉아 계셨다. 그 무렵이 오후 4시쯤이었으니까 할머니들은 어린이집 다니는 손주들의 하원…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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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계획이 다 있었는데…[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3〉

    나는 계획이 다 있었는데…[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3〉

    원고 마감이 겹쳐 송년회 술자리 참석이 불투명해졌지만, 나는 계획이 다 있었다. 게다가 하필 이 시국에 모처럼 대청소하기로 했지만, 계획이 다 있었다. 등교하는 아이의 아침을 챙기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해치운다. 부리나케 청소기를 돌린 다음 뒷일은 아내에게 맡기고, 나는 점심시간 전…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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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 내가 지켜야 하나[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2>

    내 아이, 내가 지켜야 하나[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2>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주변은 ‘논현동 먹자골목’이라고 서울에서 손꼽히는 유흥가다. 놀이터나 학원보다 유흥업소가 훨씬 많고, 학교 주변은 그 유흥업소를 찾는 어른들의 차량과 꽉 막히는 대로를 우회하려는 차량으로 늘 혼잡한 편이다. 늘 혼잡해서 그런지 과속방지턱은커녕 차량을 통제하는 신…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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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도 해봤어?[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1〉

    아빠도 해봤어?[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1〉

    학부모 여러분, 모두 하고 계십니까? 하고 계시다면 어디까지 해보셨습니까? 자녀 성(性)교육 말입니다. 저는 사실 우리나라 공교육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제 학창 시절과 달리 성교육 정도는 학교에서 어련히 알아서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에게 느닷없이…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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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0〉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10〉

    지난겨울 아내의 만화책 ‘두 여자 이야기’ 프랑스어판이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공식 경쟁 부문에 올랐다. 그 덕분에 우리 집 세 식구는 예정에 없던 여행을 하게 됐다. 앙굴렘은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42km 떨어진 작은 성곽도시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은…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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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꼰대가 만드는 꼰대의 위기[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9〉

    꼰대가 만드는 꼰대의 위기[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9〉

    “가을 수련회 취소됐대.” 우리 집 초딩이 가방을 팽개치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1박 2일로 예정된 수련회가 갑자기 당일치기 현장학습으로 바뀌었다나 뭐라나. 몇 달 전 우리 초딩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표정으로 가정통신문 한 통을 건넸다. 그동안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는 …

    •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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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룸의 착각[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8〉

    골룸의 착각[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8〉

    아무 영화나 한 편 보다 잘까 했다. 그런데 TV 리모컨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채널을 바꿀 수도, 음량을 조절할 수도 없었다. 화면을 송출하는 셋톱박스에는 전원 버튼밖에 없었다. TV는 오로지 리모컨으로만 통제할 수 있었고, 하필 음소거 상태였다. 마침 화면 속 홈쇼핑 호스트들…

    •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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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범택시는 사랑을 싣고[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7〉

    모범택시는 사랑을 싣고[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7〉

    처가댁 다녀오는 길이었다. 모처럼 낮술도 한잔했고, 우리 집 세 식구는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정거장에는 모범택시 한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반택시 잡아타려고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런데 등 뒤에서 경적이 세차게 울렸다. 모범택시 기사는 차창을 내려 손짓까지 하…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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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호 5번 ‘오로나민C’가 비난받은 이유[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6〉

    기호 5번 ‘오로나민C’가 비난받은 이유[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6〉

    동네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손님이 수입 맥주를 계산하면서 목청껏 말했다. “이거 일본 맥주 아니죠?” 자신의 애국심을 알아주길 바란 듯했다. 그 동네 편의점에는 일본인 점원도 있다. 만일 그 손님이 일본인 점원이 근무하는 시간대에 찾아와서 그랬다면 어땠을까. 며칠 전 아…

    •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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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4〉아빠의 쓸모

    [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4〉아빠의 쓸모

    아내가 홀연히 캐나다로 떠났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캐나다에서 보냈던 아내는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만화로 만들던 중이었다. 나는 초안을 읽자마자 지금까지 이런 만화는 없었다며 있는 힘껏 아내의 차기작을 칭송했다. 꼭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초안만으로도 그동안 아내 …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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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3〉어느 파렴치한 독재자의 고백

    [권용득의 사는게 코미디]〈3〉어느 파렴치한 독재자의 고백

    아이는 내가 자기를 호되게 꾸짖은 순간을 일일이 기억한다.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여섯 살 때 아빠가 나 무릎 꿇리고 무거운 책 들게 했잖아.” “일곱 살 때 아빠가 내 손바닥을 플라스틱 자로 때렸잖아.” 하필 이런 얘기는 자기를 최고로 아끼는 할머니 앞에서만 기다렸다는 듯 나온…

    •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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