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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찾은 프랑스 알자스 시댁[포도나무 아래서]〈32〉

    3년 만에 찾은 프랑스 알자스 시댁[포도나무 아래서]〈32〉

    프랑스 알자스 시댁에 왔다. 한국에 산 지 거의 3년 만이다. 그동안 집에 가서 식구들 보고 오라고 말했지만 레돔은 거절했다. 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느냐고, 고향 음식이 먹고 싶지 않느냐고, 프랑스어로 수다 떨고 싶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좀 이상한 남…

    •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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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할 비법이 있을까요?[포도나무 아래서]〈31〉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할 비법이 있을까요?[포도나무 아래서]〈31〉

    “저는 이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이때를 ‘마의 3년’이라고 한다던데 생각해보니 저도 3년 차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힘듭니다. 선생님도 사업하는 중에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 적이 있는지,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며칠…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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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30〉‘땅나라 국무장관’이 피곤한 이유

    [포도나무 아래서]〈30〉‘땅나라 국무장관’이 피곤한 이유

    이웃 밭에서 땅갈이를 하고 있다. 뭔가를 심을 모양이다.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말린 다음 땅을 갈아엎고 있다. 기계로 세 번을 왔다 갔다 하니 노란 흙이 드러나고 안방처럼 깨끗해졌다. 뒤이어 다른 기계가 빠르게 골을 파고 검정 비닐을 덮는다. 이제 비닐에 구멍을 뚫어 씨앗을 넣으면 된…

    •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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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9〉‘프랑스 곱슬머리’에서 청국장 냄새가 나면…

    [포도나무 아래서]〈29〉‘프랑스 곱슬머리’에서 청국장 냄새가 나면…

    “버섯이랑 신선한 크림을 잔뜩 넣어서 조린 송아지 갈빗살, 이건 큰누나가 제일 잘해. 훈제한 돼지 넓적다리 푹 삶은 것에 여름감자튀김, 포도나무에 구운 어린 양고기에 해콩 삶은 것도 괜찮지. 작은누나가 한 쿠스쿠스는 또 어떻고. 모로코 사람보다 매운 소스를 더 잘해. 디저트는 슈납스 …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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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8〉늙은 여왕벌이 대군을 이끌고 왔다

    [포도나무 아래서]〈28〉늙은 여왕벌이 대군을 이끌고 왔다

    “여기 좀 와 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어!”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레돔인데 무슨 일인가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어 있던 벌통에 벌들이 떼를 지어 이사를 오고 있는 중이었다. 하늘 가득 날면서 붕붕 소리를 냈고 벌통 입구에는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와글거리며 안으로 들어가고…

    •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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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7〉동네 양조장에서 술 익는 향기가 퍼질 때

    [포도나무 아래서]〈27〉동네 양조장에서 술 익는 향기가 퍼질 때

    “깊은 숲속 나무 위에 나만의 작은 집을 짓고 싶어요. 인생이 공격수와 같은 거라면 그 집은 타임아웃 같은 것이죠. 작은 발코니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침실에 누워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을 내어 주셔요. 작은 건식 사우나가 있고 샤워는 숲의 바람을 느끼며 바깥에서 할 수 있으면…

    •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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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6>그의 휘파람에 새들이 말을 걸었다

    [포도나무 아래서]<26>그의 휘파람에 새들이 말을 걸었다

    작은 새 몇 마리가 날아간다. 포롱포롱 날면서 뭐라뭐라 지저귄다. 사실은 새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먹이를 많이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새의 기상 시간이 정확히 몇 시인지, 실컷 벌레를 잡아먹은 뒤의 스케줄이나 취미생활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과밭에 가서 지렁이 사냥…

    •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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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5〉남편의 이게 필요해, 저게 필요해

    [포도나무 아래서]〈25〉남편의 이게 필요해, 저게 필요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우리에겐 한 그루의 포도나무도 없었다. 길 가다 남의 집 담장이나 마당에 심어진 포도만 봐도 멈춰 서서 품종이 무엇인지 가지는 어떻게 뻗어갔는지 땅은 어떤지 ‘두릿두릿’ 살피며 긴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남의 집 포도밭과 포도나무가 참 부러웠다. “이 포도나무…

    •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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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4〉텃밭에서 싹 튼 봄 편지

    [포도나무 아래서]〈24〉텃밭에서 싹 튼 봄 편지

    “루바브가 올라오기 시작했어. 전부 아홉 그루야. 올해는 제대로 자랄 것 같아. 올여름엔 파이를 해먹을 수 있을 거야! 바질이랑 타임, 세이지도 올라온다. 아티초크는 아직 안 올라오네. 아티초크를 올린 피자가 먹고 싶다!” 레돔이 봄의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이것저것 올라오는 모든 …

    •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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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3〉나비와 닭이 노니는 낙원을 일구리라

    [포도나무 아래서]〈23〉나비와 닭이 노니는 낙원을 일구리라

    이윽고 땅을 샀다. 우리는 비로소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땅속에 53도의 뜨거운 물이 흐르는 충주 수안보면 한 모퉁이, 그동안 수없이 이곳을 다녔지만 그때는 남의 땅이었다. 모가 심긴 푸른 들에 바람이 불어 잔물결이 일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나비 제비가 깝쳐도 맨드라미 들마꽃…

    •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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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2〉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

    [포도나무 아래서]〈22〉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

    ‘그러니까 지금 행복합니까?’ ‘가장 행복했던 때 혹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죠.’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레돔은 여자 하나 믿고 한국에 왔다. 작은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금 그가 행복한지 어떤…

    •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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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1〉백 가지 사과, 혀가 꿈꾸는 백 가지 상상

    [포도나무 아래서]〈21〉백 가지 사과, 혀가 꿈꾸는 백 가지 상상

    “시드르가 없다고? 그렇다면 칼바도스도 없겠구나. 그러니까 사과술들 말이야. 사과 케이크나 파이도 없다는 거야? 사과를 졸여서 먹는 콩포트는? 이건 정말 맛있는데 왜 없지?” 레돔이 한국에 와서 처음 사과를 먹었을 때의 반응이었다.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가 먹은 것은 홍옥이었…

    •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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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0〉자급자족하는 아빠, 타급자족하는 아들

    [포도나무 아래서]〈20〉자급자족하는 아빠, 타급자족하는 아들

    중학교 2학년인 내 아들은 유튜브에 기타리스트 우상이 있다. 무엇이든 그를 따라 한다. 그와 같은 상표의 기타를 가지고 같은 머리띠를 매고 그와 똑같은 포즈, 고개를 갸웃이 하고 날마다 핑거스타일(손끝으로 현을 뽑아서 치는 방식) 기타를 친다. “엄마, 이 티셔츠랑 바지 어때? …

    •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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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9〉효모가 방귀 뀌면 술이 익어간다

    [포도나무 아래서]〈19〉효모가 방귀 뀌면 술이 익어간다

    “이제야 발효를 시작했군.” 레돔이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지난달 착즙해서 발효탱크 안에 들어간 사과즙이 ‘꿈틀’하더니 이윽고 콧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착즙한 지 꼭 3주 만이다. 지난해 우리는 세 번의 사과 착즙을 했다. 홍옥이 나오는 여름 착즙, 새로운 품종을 시험해보라고 가져…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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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8〉시아버님의 ‘호주머니’를 탐하라

    [포도나무 아래서]〈18〉시아버님의 ‘호주머니’를 탐하라

    “며느리에게. 이번 노엘에 너희가 우리와 함께 못 하는 것이 너무 아쉽구나. 이번 노엘 식사는 실비네 집에서 하기로 했다. 멧돼지 요리를 한다네. 노엘 저녁에 멧돼지는 처음이다. 너를 위한 노엘 선물 100유로, 12월 네 생일 선물 100유로, 이 금액을 네 계좌로 이체했다. 원하는…

    •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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