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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밀을 뿌리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포도나무 아래서]<53>

    호밀을 뿌리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포도나무 아래서]<53>

    “호밀이 이렇게 키가 클 줄 몰랐네. 생각지도 않게 부자가 됐어. 한 줌의 호밀을 뿌렸을 뿐인데 이렇게 숲을 이루어주다니 정말 신기해! 키가 나보다 더 크다!” 레돔은 호밀밭을 돌아다니며 감탄한다. 비가 내리자 호밀이 흠씬 더 자랐다. 작년 겨울 국립종자원에 연락해 소독하지 않은 씨앗…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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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비가 꼭 오겠지[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2〉

    내일은 비가 꼭 오겠지[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2〉

    포도나무 심기 3차 농활, 이제 우리는 깔딱 고개를 넘었다. 4월 들어 총 13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고 사이사이에 어우러져 포도나무의 친구가 되어 줄 다양한 품종의 나무들도 200여 그루 심었다. 아마존 산불로 사라진 나무들이 수안보 언덕 포도나무로 환생해 지구의 팔딱이는 초록 심장…

    •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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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사로운 봄날, 청춘들의 곡괭이질[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1〉

    따사로운 봄날, 청춘들의 곡괭이질[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1〉

    “여기 이렇게 대나무 꽂힌 자리에 곡괭이로 구멍을 파야 합니다. 30cm 정도 깊이로 파서 묘목을 구덩이에 넣어요. 그 다음엔 금방 파낸 촉촉한 흙을 잘게 부숴서 충분히 덮어서 꼭꼭 눌러준 뒤 여기 이 귀리랑 보리를 베어서 그 위를 수북하게 짚과 함께 덮어줍니다. 그 다음엔 이 보호 …

    •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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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아름다워’ 농법[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0〉

    ‘인생은 아름다워’ 농법[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0〉

    “저렇게 심으면 포도나무 다 얼어 죽을 텐데 말입니다. 프랑스 남자라서 뭘 모르나 본데 여긴 한국이라니까…. 겨울 못 넘겨. 그리고 포도밭에 저렇게 보리랑 귀리를 잔뜩 뿌려서 어쩌려고 해요?” 프랑스 남자와 대화가 안 되니까 내가 밭에 가면 이웃이 와서 이런저런 말들을 한다. 나는 걱…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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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에 순종하며 일하는 봄날[포도나무 아래서]〈49〉

    계절에 순종하며 일하는 봄날[포도나무 아래서]〈49〉

    “보온병에 따뜻한 차 좀 가져가고 싶은데 모과차가 어디에 있지?” 바깥은 아직 어두운데 레돔이 나를 깨운다. 단꿈에 젖어 있던 나는 겨우 이불 속에서 나와 보니 그는 벌써 아침을 다 먹었다. 아침이라고 해봐야 마른 빵 두 조각과 커피, 사과 콩포트(과일을 설탕에 졸인 디저트)가 전부다…

    •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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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허에서 찾아낸 귀한 것들[포도나무 아래서]〈48〉

    폐허에서 찾아낸 귀한 것들[포도나무 아래서]〈48〉

    세상이 뒤숭숭하니 동선이 단순해졌다. 집과 양조장만 오간다. 가장 먼저 내추럴와인 살롱이 취소됐고 뒤이어 농부시장 혜화 마르쉐가 취소됐다. 포항 재래돼지고기 공방 방문이 취소되고 수안보 온천 만남도 취소됐다. 동사무소 요가도 취소됐고 동네 친구들과의 독서와 그림 모임도 취소되고 시드르…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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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님, 미안해요[포도나무 아래서]〈47〉

    땅님, 미안해요[포도나무 아래서]〈47〉

    우리 양조장에 매주 이틀씩 일하러 오는 빨간 장화 총각, 그는 중학교 때 우연히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선물로 받은 것을 뭔지도 모르고 마셨는데 ‘우엑’ 하면서 뱉어냈다고 한다. 그런데 혀에 남은 깔깔한 맛이 너무나 인상 깊어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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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가장 멀리서 온 아버지의 빵[포도나무 아래서]〈46〉

    세상 가장 멀리서 온 아버지의 빵[포도나무 아래서]〈46〉

    “아직도 못 받았다고? 설마 아직도 드골 공항에 묶여 있는 건 아니겠지? 구운 지 벌써 1주일이 지났는데 껍질이 다 말라버리겠다. 이번엔 나랑 같이 너의 누이 실비가 함께 만들었다. 네 엄마는 정말 크게 만들었는데 네 누이 것은 작다….” 시아버님이 매일 전화해서 도착 여부를 묻는 소…

    •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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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울 땐 효모로 사과파이를 굽는다[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

    추울 땐 효모로 사과파이를 굽는다[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

    “1월에 양조장에서는 무엇을 하죠? 요즘엔 농사를 짓지 않으니 시간이 좀 넉넉한 때 아닌가요? 이럴 때 여행도 좀 다니고 해야겠네요.” 사람들은 우리가 겨울엔 좀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겨울이 오면 팔도를 다녀보리라 계획을 짜지만 막상 겨울이 되면 꼼짝할 수가…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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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에도 와인을 만듭니다[포도나무 아래서]〈44〉

    새해에도 와인을 만듭니다[포도나무 아래서]〈44〉

    “이제 내 초등 동창생들이 여섯 명 남았다. 모두 스물넷이었는데 말이다! 작년에 셋 떠나버리고, 하나는 지금 병원에서 불려 갈 준비 중이다. 내 예감인데 내년 새해에 나는 여기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새해 별자리 운세를 봤는데 올해 너희는 무척 바쁠 것이라고 한다. 올해도 얼굴 보기 …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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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모는 과일주의 영혼[포도나무 아래서]〈43〉

    효모는 과일주의 영혼[포도나무 아래서]〈43〉

    “술은 1년에 몇 번 만드세요? 한 달에 몇 병씩 만드세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일주는 1년에 한 번 만든다. 수확하는 그때를 놓치면 술을 담글 수 없다. 껍질에 붙은 효모로 발효하는 술은 과일 자체의 신선함이 중요하다. 야생 효모는 갓 수확했을 때 가장 많이 붙어있…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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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이 배고프다고 하네[포도나무 아래서]〈42〉

    땅이 배고프다고 하네[포도나무 아래서]〈42〉

    눈이 오고 다음 날 물이 얼었다. 땅도 얼었다. 12월이다. 이제 땅은 인간이 자신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로소 농부도 일에서 풀려났다. 아이고 겨울 아저씨, 감사합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돌아가던 밭일에서 벗어나 따뜻한 아랫목에서 뒹굴며 게으름을 부릴 수 있게 …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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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잎이 떨어지면 뿌리는 더 바빠진다[포도나무 아래서]〈41〉

    잎이 떨어지면 뿌리는 더 바빠진다[포도나무 아래서]〈41〉

    가로수 잎들이 떨어지는 계절, 레돔은 낙엽을 쓸어 담아 포대 가득 넣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더니 저것을 좀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한다. 아, 다 가져가세요! 아저씨들의 흔쾌한 허락에 레돔은 낙엽 포대를 트럭 가득 실어 밭을 향해 날아가듯 달려간다. “저 나무들에게는 정말…

    •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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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밭의 빨간 장화 총각[포도나무 아래서]〈40〉

    포도밭의 빨간 장화 총각[포도나무 아래서]〈40〉

    “아, 맛있는 냄새가 나요.” 빨간 장화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렇게 말한다. 매주 이틀씩 양조장 일을 도와주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는 미래의 와인 메이커 청년이다. 올 때마다 빨간 장화를 신고 일하기 때문에 그를 보면 모두가 “그 빨간 장화 총각?” 하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빨…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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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를 노래하는 땅으로 만들어 줄 거야[포도나무 아래서]〈39〉

    너를 노래하는 땅으로 만들어 줄 거야[포도나무 아래서]〈39〉

    어, 산이 언제 저렇게 물들어버렸지? 관리기(소형 농기계의 일종)를 몰고 다니며 땅을 일구던 농부가 먼 산을 보더니 이렇게 중얼거린다.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는데 허리를 펴보니 가을이 깊어 있다. 산 아래 들판에서는 벼를 털고, 이쪽저쪽에서 콩을 타작하고, 들깨를 털어 날리고 있…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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