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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을 일궈온 미역바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6〉

    천년을 일궈온 미역바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6〉

    호미와 긴 막대기에 날카로운 날이 부착된 도구를 들고 해녀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십 명이 일주일 넘게 같은 행동을 반복했으나 여느 때와 달리 한결같이 빈손이었다. 한나절을 물밑에서 바위 표면만 긁었으니 그럴 수밖에. 입동 전후로 매년 반복하는 이 일을 동해안 주민들은 기세작업 혹…

    •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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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의 선물 갯벌, 방심은 금물[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5〉

    자연의 선물 갯벌, 방심은 금물[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5〉

    갯벌은 축복의 공간이다. 다양한 해양생물 서식지로, 흑두루미 등 멸종위기 물새의 주요 월동지다. 육상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을 정화하고, 수많은 어민의 생업 터전이 되는 곳이 갯벌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드문 광활한 갯벌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아마존강 하구,…

    •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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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 해녀의 바다 사용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4〉

    육지 해녀의 바다 사용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4〉

    삶의 양상을 기록하는 일은 대중에게 역사의 발언권을 주는 일이다. 현장 기록은 사실을 엮어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삶의 현장 깊숙이 들어가서 오랜 시간 참여하고 관찰하려 한다. 삼척과 울산 어촌에서 주민들과 사계절을 함께 생활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한 적이 있다. 두 마을의 …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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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척 아지매들의 본향, 부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3〉

    억척 아지매들의 본향, 부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3〉

    삶의 무늬는 소리로 기억된다. 이른 새벽 싱싱한 생선을 확보하려는 자갈치 아지매의 우렁찬 목소리. ‘재칫국(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며 골목을 누비던 재첩국 아지매. 선박에 매달려 철판을 두드리던 깡깡이 아지매. 이 아지매들이 내는 소리는 항도 부산을 움직이는 심장소리였다. 소리로 상기…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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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에서 준치는 준치가 아니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2〉

    제주도에서 준치는 준치가 아니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2〉

    바다는 넓고 물고기 종류는 많다. 먹어보면 앎이 깊어진다는 믿음으로 식사든 안주든 대체로 해산물을 시킨다. 제주도로 생활 근거지를 옮긴 지 한 달쯤 됐을 때다. 안주를 시키기 위해 차림표를 펼치자 준치가 눈에 들어왔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으니 먹어보자며 친구에게 동의를 구했다. …

    •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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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루질의 추억[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1〉

    해루질의 추억[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1〉

    하굣길, 아이들은 가방과 옷을 벗어두고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고, 해질녘 집으로 향했다. 여름방학 전까지 섬 아이들 일상이었다. 학교와 바다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자맥질하며 놀고 있을 때 양동이와 족대를 든 선생님이 우리를 불렀다. 양어장에 넣을 물고기를 잡아달…

    •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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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공포를 버티려는 어부들의 몸짓[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0〉

    바다의 공포를 버티려는 어부들의 몸짓[김창일의 갯마을 탐구]〈60〉

    전국의 어촌을 다니며 수많은 종류의 배를 탔고, 일손을 거들기 위해 뱃일을 익혔다. 어민 생활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선원처럼 노동에 동참했다. 울산 제전마을에 10개월간 상주하며 해양 문화를 조사할 때 장어잡이 어선에서 투망과 양망하는 일을 자주 도왔다. 선장 눈에는 물가에 내놓은…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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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으로 물고기 잡는 망지기 노인[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9〉

    눈으로 물고기 잡는 망지기 노인[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9〉

    수 킬로미터 떨어진 물고기 떼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때를 기다리는 침묵의 사냥꾼이 있다. 이른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군사지역에 머무는 망지기 노인을 만나려는 시도는 여러 번 무위로 돌아갔다. 조업 막바지 시기였기에 그를 만나지 못한다면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했다. 애타는 마음에 항구…

    •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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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태 파악 시급한 세계 4위 섬 보유국[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8〉

    실태 파악 시급한 세계 4위 섬 보유국[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8〉

    섬을 비우던 때가 있었다. 섬 거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쇄환정책(刷還政策)은 왜구의 침탈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고, 섬이 왜구의 근거지로 활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또 죄인이 섬으로 도망쳐 숨는 것을 방지하고, 조세 수취와 부역 동원의 편의를 위한 방편이었다. 섬은 방어와 중앙집…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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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인어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7〉

    행복한 인어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7〉

    난바르 촬영을 위해 해녀 운반선에 승선했다. 여러 날 이 섬 저 섬을 돌면서 배 위나 섬에서 숙식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을 ‘난바르’라 한다. 운반선이 방파제 밖으로 나가자마자 거친 파도가 뱃머리에 부딪혔다. 물질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선장은 배를 선착장으로 되돌렸다. 내친김에 해녀…

    •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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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로 가는 물고기의 여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6〉

    육지로 가는 물고기의 여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6〉

    물고기 잡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새벽 2시에 어선을 탔다. 배 위에서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은 용광로처럼 보였다. 어종마다 튀어 오르는 몸짓이 달랐고, 달빛에 비친 비늘은 은색으로 빛났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항구에 도착하려고 선장은 배의 속력을 높였다. 먼저 도착한 어선 수십 척이 …

    •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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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덕도에서 만난 제주해녀[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5〉

    가덕도에서 만난 제주해녀[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5〉

    가덕도 해양문화를 조사하던 필자는 지역 해녀가 아님에도 바다로 뛰어드는 해녀들을 먼발치에서 봤다. 어디서 왔는지 알기 위해 뭍으로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렸다. 4명의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해안가로 나와서 쉴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부산 영도에 거주하는 제주 출신 해녀로 젊…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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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대지기를 꿈꾸던 화가 친구에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4〉

    등대지기를 꿈꾸던 화가 친구에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4〉

    “송일만 어귀에서 대형 수송선박들은 만의 양쪽 돌출부에서 바다 한가운데로 뻗어나온 방파제 끝의 좌록우적(左綠右赤) 무인등대 사이를 통과했다.” 김훈의 단편소설 ‘항로표지’의 문장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다. 왜 좌록우적(왼쪽에 녹색, 오른쪽에 적색)이라고 했을까?…

    •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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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공동체를 꽃피울 방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3〉

    바다 공동체를 꽃피울 방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3〉

    ‘텃세’라는 말. 귀어(歸漁)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막막하고, 어민들은 억울하다. 필자는 어촌 곳곳을 다니며 해양문화를 조사하면서 양쪽 말을 종종 듣는다. 귀어인들의 불만은 “바다에 주인이 어디 있냐? 어촌계 장벽이 높다. 외지인에게 야박하다”로 귀결된다. 반면 어민들은 “어촌에 대한 …

    •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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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로의 세계, 물고기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2〉

    미로의 세계, 물고기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2〉

    남해도의 어촌을 조사하던 2012년 여름. 정치망(물고기가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기 어렵게 만든 어구)에 잡힌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동행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그물을 올리자 잔뜩 잡힌 멸치 속에 80cm 내외의 물고기 대여섯 마리가 섞여 있었다. 선장은 ‘돈 되는 건…

    •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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