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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물고기’ 명태 유래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0〉

    ‘조선의 물고기’ 명태 유래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0〉

    용바위를 끼고 불어치는 북서풍은 날카로웠고, 매바위는 빙벽으로 앞치마를 두른 듯했다. 용바위와 매바위 옆을 스치듯 흐르는 개울은 바닥까지 얼어붙었고, 진부령과 미시령을 타고 넘는 칼바람은 덕장에 걸린 명태를 황태로 만들고 있었다. 콧속이 쩍쩍 달라붙도록 춥고, 바람이 내복을 뚫고 들어…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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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작불에 구워 먹던 추억의 쥐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9〉

    장작불에 구워 먹던 추억의 쥐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9〉

    입이 작아서 피하고 싶고, 뿔이 달려서 골칫거리였던 물고기. 경남 남해 창선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때 갯바위 낚시는 재밌는 놀이였다. 어떤 날은 낚싯바늘을 툭툭 치는 느낌이 불길할 때가 있다. 미끼만 쏙쏙 뽑아 먹고 챔질을 해도 좀처럼 낚이지 않는다. 쥐치는 입이 낚싯바늘보다 작아 …

    •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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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기념물이었던 장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8〉

    천연기념물이었던 장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8〉

    “이 장어는 한국에서 먹으면 잡혀갑니다. 천연기념물이거든요. 제주도 천지연 폭포 일대에서 서식하는 희귀한 물고기지만 베트남에서는 흔한 장어니까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얼마 전 베트남에서 장어구이를 앞에 두고 일행에게 내가 설명한 말이다. 과거에는 옳았으나 지금은 틀린 표현이다. 천지…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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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원들의 수익 분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7〉

    선원들의 수익 분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7〉

    “그날 어래호는 오후 세 시께 향일포를 떠났다. 이춘개와 선원 네 명이 탔다. 선원 중 한 명은 화장을 맡은 보조원이었다. 명태를 판 돈에서 출어 경비를 제하고 남은 돈을 100이라고 할 때, 선주이며 선장인 이춘개가 30을 갖고 선원 세 명이 각자 15씩 45를 가져가고 보조원에게 …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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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시어업 죽방렴의 가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6〉

    원시어업 죽방렴의 가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6〉

    명절 전 배를 타고 목욕탕 가는 일은 연례행사였다. 섬 소년에게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했다. 삼천포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본 죽방렴은 늘 궁금증을 자아냈다. 물고기가 왜 스스로 들어가서 갇히는지, 깊은 바다에 말뚝은 어떻게 박을 수 있었는지 등을 어른들에게 묻곤 했…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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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횟집에서 수족관을 확인하는 이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5〉

    횟집에서 수족관을 확인하는 이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5〉

    지난해 제주에서 생활할 때 모 교수에게 전화를 받았다. 횟집에서 다금바리 회를 먹고 있는데 ‘서울에서 먹는 건 진짜 다금바리인가 아닌가’라는 논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전화했단다. 전화상으로 판별할 방법이 없으니 다음에 초대하면 상세히 알려주겠다며 마무리한 일이 있다. 횟집…

    •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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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나간 명태의 귀환을 바라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4〉

    집 나간 명태의 귀환을 바라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4〉

    사람들은 명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명태 사진을 보여주고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강의할 때 헤엄치는 명태를 화면에 띄워놓고 질문하면 한두 명이 손드는 정도다. 살아있는 명태를 볼 기회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터. 요즘 수산계는 명태 논쟁으로…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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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밥상의 ‘숨은 지휘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3〉

    한국인 밥상의 ‘숨은 지휘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3〉

    ‘우리네 식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고기는 뭘까요?’ 해양문화를 주제로 강연할 때 즐겨하는 질문이다. 빈번히 호명되는 물고기는 고등어, 갈치, 조기, 명태, 가자미 등이다.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나는 멸치라고 말한다. 밥상의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맛을 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하…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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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는 왜 연평 바다에서 사라졌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2〉

    조기는 왜 연평 바다에서 사라졌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2〉

    명태는 남하하지 않고, 조기는 북상하지 않는다. 20세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잡히던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다. 명태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총어획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위상이 대단했으나 1986년 47만 t을 정점으로 급감해 2008년은 통계에 잡힌 어획량이 ‘0’이었다. 2…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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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동강 재첩의 추억[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1〉

    낙동강 재첩의 추억[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1〉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 재첩국 아지매의 목소리가 잠결에 환청처럼 크게 들렸다가 점점 멀어지며 희미해질 즈음 급하게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곤 했다. 골목길을 누비던 재첩국 아지매의 독특한 억양과 목소리를 부산의 중장년층은 기억할 터.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부추를 썰어 넣은 맑고 은…

    •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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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와 소비자의 직거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0〉

    어부와 소비자의 직거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0〉

    “당신은 해양문화를 전공하니까 커뮤니티 플랫폼이 어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미래를 내다보는 해양민속학자가 되시길.” 지난주 아내가 보낸 문자메시지다. 지금껏 칼럼을 쓰면서 아내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해산물에 대해 잘 모르는 아…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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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리던 물고기에서 귀한 물고기로[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9〉

    버리던 물고기에서 귀한 물고기로[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9〉

    경남 남해군 창선도에서 섬 소년으로 자랄 때 바닷가는 놀이터였다. 여름방학 때는 수영하다가 조개, 홍합을 채취하거나 족대질로 갯가재 등을 잡아서 구워 먹으며 점심밥을 대신하기 일쑤였다. 사시사철 즐기던 놀이로는 낚시만 한 게 없었다. 그 시절엔 초등학생쯤 되면 스스로 만든 낚싯대를 여…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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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산물 맛은 유통에서부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8〉

    수산물 맛은 유통에서부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8〉

    예전에는 비늘 없는 천한 생선이라 했다. 요즘은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수산물 자리를 놓고 오징어와 엎치락뒤치락한다. 2000년대 이후 연근해 어업에서 줄곧 3대 어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등어 얘기다. 대부분의 고등어는 대형선망어선으로 잡는데 전량 부산공동어시장으로 입항해 국내 …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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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림의 어업, ‘숭어들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7〉

    기다림의 어업, ‘숭어들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7〉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노인들은 반신반의한 눈빛으로 대강당에 앉아 있었다. 서울 소재 박물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서해안 어업에 대해 강의한다니 미덥지 않았을 터. 조기, 꽃게, 젓새우, 숭어 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틈틈이 질문을 했다. 서해에서 흔히 보던 어류였을 테니 나이 지긋한 청중들…

    •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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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어의 섬, 욕지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6〉

    고등어의 섬, 욕지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6〉

    얼마 전, 욕지도로 가족 여행을 갔었다. 통영에서 뱃길로 32km, 1시간쯤 걸리는 섬이다. 해안 둘레길을 드라이브한 후 과거 고등어 파시(波市)로 명성이 자자했던 자부포(좌부랑개)에 들렀다. 아내와 아들에게 파시를 설명하려다가 그만뒀다. 낡은 건물이 즐비한 곳으로 데려와서 지루하게 …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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