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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겨버린 전통 배의 명맥[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6〉

    끊겨버린 전통 배의 명맥[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6〉

    조선시대에 많은 사람이 표류해 죽었고, 일부는 귀환해 이야기를 남겼다. 특히 제주와 뭍을 오가던 배가 난파되거나 표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10여 편의 표류기가 수록된 ‘지영록’(2018년 보물 지정) 번역서 편찬 업무를 담당할 때 궁금한 점이 있었다. 지영록에 ‘김대황표해일록’이라는 …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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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복판으로 떠나는 물고기 여행[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5〉

    서울 한복판으로 떠나는 물고기 여행[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5〉

    조기는 운다. 개구리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 “조기 떼가 떠올라 우는 소리에 주민들은 잠을 설쳤어요. 물속에서 우는 조기 떼는 대나무 속을 뚫은 울통으로 찾았습니다. 대나무가 어군탐지기 역할을 한 겁니다.” 연평도 토박이 정씨 노인(94)은 조기 어군이 서해로 북상하지 않은 지 50여…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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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겸의 굴비와 임경업의 조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4〉

    이자겸의 굴비와 임경업의 조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4〉

    골목골목마다 비린내가 풍겼다. 굴비의 본고장에 서 있음을 냄새로 느낄 수 있었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는 인도 간다라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첫발을 디딘 포구로 알려져 있다. ‘성인이 불교를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의미가 법성포(法聖浦) 지명에 들어 있다. 간다라 유물관, 간다라 형…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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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시 많은 물고기, 나무라지 말라[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3〉

    가시 많은 물고기, 나무라지 말라[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3〉

    맛은 개별적이지만 밥상은 공동체 문화를 응축한 축소판이다. 맛의 문화적 정보는 사회마다 다른데 같은 사회 내에서도 연령층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며칠 전 청어조림이 구내식당 메뉴였다. 예상대로 식당은 한산했다. 오전에 같은 부서 직원들이 모여서 점심 메뉴를 놓고 이야기하는 소…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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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위의 스승과 화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2〉

    길 위의 스승과 화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2〉

    바닷가는 스산했고 샛바람은 짠 내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생선 장수 노파만이 인적 없는 다대포항 한쪽 모퉁이를 지키고 있었다. 불쑥 나타난 우리 일행의 왁자지껄한 소리에도 노인의 시선은 바다를 향해 있었다. 중년 남성 너덧이 생선을 구입할 거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는 듯 가까이 가도 …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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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한 물고기, 귀한 물고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1〉

    천한 물고기, 귀한 물고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1〉

    “해 질 녁 망지기 노인이 동쪽 언덕에 있는 망대에 오릅니다. 바다를 살피다가 멸치 떼가 몰려오면 징을 쳐서 동네 사람들을 모읍니다. 한쪽 벼릿줄은 육지에 묶어놓고, 배에 그물을 싣고 노를 저어요. 멸치 떼를 반원형으로 에워싸며 뭍에 닿으면 기다리던 사람들이 양쪽 벼릿줄을 힘껏 당깁니…

    •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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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물고기’ 명태 유래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0〉

    ‘조선의 물고기’ 명태 유래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90〉

    용바위를 끼고 불어치는 북서풍은 날카로웠고, 매바위는 빙벽으로 앞치마를 두른 듯했다. 용바위와 매바위 옆을 스치듯 흐르는 개울은 바닥까지 얼어붙었고, 진부령과 미시령을 타고 넘는 칼바람은 덕장에 걸린 명태를 황태로 만들고 있었다. 콧속이 쩍쩍 달라붙도록 춥고, 바람이 내복을 뚫고 들어…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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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작불에 구워 먹던 추억의 쥐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9〉

    장작불에 구워 먹던 추억의 쥐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9〉

    입이 작아서 피하고 싶고, 뿔이 달려서 골칫거리였던 물고기. 경남 남해 창선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때 갯바위 낚시는 재밌는 놀이였다. 어떤 날은 낚싯바늘을 툭툭 치는 느낌이 불길할 때가 있다. 미끼만 쏙쏙 뽑아 먹고 챔질을 해도 좀처럼 낚이지 않는다. 쥐치는 입이 낚싯바늘보다 작아 …

    •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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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기념물이었던 장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8〉

    천연기념물이었던 장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8〉

    “이 장어는 한국에서 먹으면 잡혀갑니다. 천연기념물이거든요. 제주도 천지연 폭포 일대에서 서식하는 희귀한 물고기지만 베트남에서는 흔한 장어니까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얼마 전 베트남에서 장어구이를 앞에 두고 일행에게 내가 설명한 말이다. 과거에는 옳았으나 지금은 틀린 표현이다. 천지…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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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원들의 수익 분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7〉

    선원들의 수익 분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7〉

    “그날 어래호는 오후 세 시께 향일포를 떠났다. 이춘개와 선원 네 명이 탔다. 선원 중 한 명은 화장을 맡은 보조원이었다. 명태를 판 돈에서 출어 경비를 제하고 남은 돈을 100이라고 할 때, 선주이며 선장인 이춘개가 30을 갖고 선원 세 명이 각자 15씩 45를 가져가고 보조원에게 …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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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시어업 죽방렴의 가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6〉

    원시어업 죽방렴의 가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6〉

    명절 전 배를 타고 목욕탕 가는 일은 연례행사였다. 섬 소년에게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했다. 삼천포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본 죽방렴은 늘 궁금증을 자아냈다. 물고기가 왜 스스로 들어가서 갇히는지, 깊은 바다에 말뚝은 어떻게 박을 수 있었는지 등을 어른들에게 묻곤 했…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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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횟집에서 수족관을 확인하는 이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5〉

    횟집에서 수족관을 확인하는 이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5〉

    지난해 제주에서 생활할 때 모 교수에게 전화를 받았다. 횟집에서 다금바리 회를 먹고 있는데 ‘서울에서 먹는 건 진짜 다금바리인가 아닌가’라는 논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전화했단다. 전화상으로 판별할 방법이 없으니 다음에 초대하면 상세히 알려주겠다며 마무리한 일이 있다. 횟집…

    •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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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나간 명태의 귀환을 바라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4〉

    집 나간 명태의 귀환을 바라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4〉

    사람들은 명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명태 사진을 보여주고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강의할 때 헤엄치는 명태를 화면에 띄워놓고 질문하면 한두 명이 손드는 정도다. 살아있는 명태를 볼 기회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터. 요즘 수산계는 명태 논쟁으로…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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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밥상의 ‘숨은 지휘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3〉

    한국인 밥상의 ‘숨은 지휘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3〉

    ‘우리네 식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고기는 뭘까요?’ 해양문화를 주제로 강연할 때 즐겨하는 질문이다. 빈번히 호명되는 물고기는 고등어, 갈치, 조기, 명태, 가자미 등이다.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나는 멸치라고 말한다. 밥상의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맛을 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하…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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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는 왜 연평 바다에서 사라졌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2〉

    조기는 왜 연평 바다에서 사라졌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2〉

    명태는 남하하지 않고, 조기는 북상하지 않는다. 20세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잡히던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다. 명태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총어획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위상이 대단했으나 1986년 47만 t을 정점으로 급감해 2008년은 통계에 잡힌 어획량이 ‘0’이었다. 2…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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