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딸에게 어떤 일을 대할 때 성공과 실패, 합격과 불합격보다는 선택과 또 다른 선택의 개념으로 가르쳤다. 9년 전 한 사립초등학교 추첨을 앞두고 나는 평소 뽑기 운이 좋은 내가 함께 가야 한다며 딸과 함께 참석했다. 검은 바구니 안에 손을 집어넣어서 파란 공을 뽑으면 당첨,…
새해가 밝았다. 입버릇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올해 계획이 뭐냐고 물었다. 대부분이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돈 많이 버는 것?” “그냥 건강하게 별일 없이 사는 것?” 나이가 들수록 새해가 돼도 별 감흥이 없고, 계획도 안 세우게 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동그란 원에 한 시간 단위로…
사람은 ‘응원’을 받고 살아야 한다. 응원은 약간의 시간과 관심만 있어도 되는 거라 부담스럽지 않고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간단한 응원 덕분에 누군가는 다시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도전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응원을 받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
내가 어릴 때는 “너 어른 되면 대학 등록금이 없어져서 대학교도 공짜로 다니고, 군대도 없어질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대학 등록금은 더 비싸졌고 군대도 복무 기간만 줄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내 조카 세대에는 등록금도, 군대도 사라지…
동네에 자주 가는 빵집이 있다. 가게 문을 오전 11시 정각에 여는데, 손님들은 10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큰 비닐봉지에 빵을 가득 담아서 사가기 시작하고 빵집은 오후 2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 나도 몇 번 줄을 서서 빵을 사 먹었고 오후 2시 정도에 갔다가 빵…
요즘 테니스에 푹 빠져 있다. 조카의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재밌고, 칠수록 즐겁다. 잘 치고 싶어서 동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생전 안 보던 윔블던 대회도 챙겨보고, 틈만 나면 테니스 생각뿐이었다. 실내 테니스 연습장에서 두 달 동안 레슨을 받고 실외 테니스장으로 나와서 또다시 …
대학을 졸업하고 극단에서 연극하던 시절, 나는 친구네 집에 얹혀살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눈칫밥을 먹으며 생활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됐고, 나는 그 집에서 나와야 했다. 가진 돈은 없고 연극은 해야 하고, 결국 큰 가방에 이불이랑 옷…
요즘 택시 잡기가 참 어렵다. 특히 퇴근시간이나 술자리가 파하는 오후 10시 전후, 또는 밤 12시 전후에는 그야말로 택시잡기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도 술 한잔 하고 밤 12시가 넘어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고 있는데 역시나 택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운 좋게 …
톰 크루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여학생이 나를 버리고 톰 크루즈를 닮은 내 친구에게 가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한다고 편지도 여러 번 보내고, 용돈을 모아서 샀던 LP도 여러 장 선물했는데, 받을 건 다 받아놓고, 나의 순애보는…
“너도 그래? 나도 요즘 그게 고민인데.”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쌍꺼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처지고, 안검하수 때문에 눈이 졸려 보이는 게 고민이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다들 눈두덩이 내려앉은 것 같고, 유난히 눈이 처져 보였다. 흐르는 세월을…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평소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인데 그날따라 앞선 미팅이 늦게 끝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예약했다. 잠시 후 도착한 택시에 올라탔는데, 타자마자 기사님이 비타민 음료 한 병을 건네주셨다. “어?” 놀란 얼굴로 기사님을 쳐다봤더니 “아, 저는 손님들…
얼마 전 끝난 아카데미 시상식이 화제다. 남우주연상이나 여우주연상, 작품상보다 더 화제가 된 건 배우 윌 스미스가 시상자인 크리스 록의 따귀를 때린 사건이었다. 록이 스미스의 아내를 향해 선을 넘는 농담을 하자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가 록을 폭행한 것이다. 농담도 농담이지만 자기 가족…
월요일 밤, 자려고 누웠는데 목이 칼칼했다.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는데 여전히 목이 칼칼하고 약간의 미열이 있는 것 같았다. 목이 답답해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는데 …
서울과 경기 가평을 오가며 도시에서 주중을, 지방에서 주말을 지내는 ‘5도2촌’ 생활을 하고 있다. 가평 생활은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구들장에 불을 피우고, 장작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앞산이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주말 동안 열심히 먹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눈물이 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얼마 전 함께 연극하던 선후배들을 만난 자리에서 ‘스트리트댄스 우먼 파이터’ 이야기가 나왔다. “난 옛날 생각 나서 볼 때마다 울어.” “나는 ‘싱어게인’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중년이 된 우리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