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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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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에 지불하는 값[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5〉

    글쓰기에 지불하는 값[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5〉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다. “당신, 나에 대해 쓰진 않겠지.” 자신의 연인이 사적인 경험을 글로 쓰는 작가이기에 노파심에서 한 말이다.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가 바로 그 작가다.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에르노는 그 남자와의 일을 ‘단순한 열정’이라는 책에 담아 펴냈다…

    •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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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년 만에 지킨 약속[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4〉

    33년 만에 지킨 약속[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4〉

    한없이 순수한 사람들이 있다. 그 순수함으로 어두운 세상을 덜 어둡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2021년에 맨부커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 작가 데이먼 갤것의 ‘약속’은 그러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아모르라는 인물이 그러하다. 그는 농장에 사는 스워트 부부의 막내딸이다. 죽어가는 아내가 …

    •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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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밭 가는 여인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3〉

    밭 가는 여인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3〉

    당나라 시인 대숙륜(戴叔倫)의 ‘밭 가는 여인의 노래(女耕田行)’는 여인들이 밭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한 명시다. 가난한 집안의 두 딸이 칼을 갖고 밭을 갈아 곡식을 심고 있다. 그들은 남들이 행여 알아볼까 봐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결혼도 못 한 오빠는 군대에 갔고/작년에는 …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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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와 용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2〉

    돼지와 용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2〉

    미움이 과하면 평정심을 잃는다. 유대인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가 그러한 경우였다. 그는 학문적인 글에서도, 방송에서도 그랬다. “그들은 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잘 자고 잘 먹고 잘 삽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으면 고통스럽고 궁상맞게 살아야 정상인데…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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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에 고정된 우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1〉

    영원에 고정된 우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1〉

    두 사람은 2차 세계대전 중 스위스 로잔에서 우연히 만났다. 20대 초반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80대 초반에 죽을 때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만큼 서로를 사랑했다. 여자의 사랑은 남자의 글에 깊이와 지혜를 더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철학자 앙드레 고르와 그의 영국인 부인 도린 케…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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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자의 사진미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0〉

    타자의 사진미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0〉

    겉장을 넘기면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약자에게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있고, 다음 장을 넘기면 어쩐지 스산해 보이는 사진이 나온다. 건설 중인 콘크리트 장벽 위로 새들이 날아가는 사진이다. 사진이 스산해 보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정은진의 희망 분투기’라는 에세이 속으로 들어가야 한…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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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고맙습니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9〉

    그래도 고맙습니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9〉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더 아프고 더 오래간다. 의사와 작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올리버 색스의 경우에는 그 상처가 평생을 갔다. 그가 열여덟 살이었을 때였다. 아버지가 그를 앉혀놓고 여자한테 관심이 없느냐,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아들이 여자 친구를 …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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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 여인의 기다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8〉

    백제 여인의 기다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8〉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감정만큼 보편적인 것도 없다.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옛 가요 ‘정읍사’가 천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그 보편성 때문이다. 밖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이야기는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정읍사’는 그런 노래다. 행상을 나간 남…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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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만 남는다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7〉

    기도만 남는다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7〉

    이달 초순에 세상을 떠난 영국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동화를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글이 없고 그림만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펼치는 ‘눈사람 아저씨’다. 그런데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지 어른들을 위한 그래픽 소설들도 남겼다. 19…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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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귀납법[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6〉

    슬픈 귀납법[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6〉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고통도 없었을 테니까요.” 구약성서의 욥이 절망 속에서 했던 절규와 엇비슷한 내용으로,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인사’에 나오는 말이다. 화자는 이렇게 대꾸한다. “살면서 느끼는 기쁨도 있지 않아요?” 그러…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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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의 과잉[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5〉

    슬픔의 과잉[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5〉

    신앙심이 깊은 사람도 때로 극심한 슬픔 앞에서는 평정심을 잃는다. 세계적인 기독교 변증가인 C S 루이스도 그러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자 신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왜 그분은 우리가 번성할 때는 사령관처럼 군림하시다가 환난의 때에는 이토록 도움 주시는 데 인색한 것인가.” …

    •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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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스 보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4〉

    ‘호스 보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4〉

    아이가 이웃집 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벌렁 누워 킥킥 웃었다. 발굽에 짓밟힐지 모르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섯 마리 중 두목에 해당하는 사나운 암말이 머리를 낮추더니 아이를 핥았다. 자발적인 복종의 표시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 아이가 누구…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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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기 전에 당근 먹어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3〉

    “식기 전에 당근 먹어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3〉

    2003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연회장에 모인 1200명의 하객이 순간 조용해졌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J M 쿳시의 소감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며칠 전만 해도 그는 단편소설을 무미건조하게 읽는 것으로 수상기념 연설을 대신했다. …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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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의 탈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2〉

    개성의 탈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2〉

    “시는 감정을 풀어놓은 게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시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서구 모더니즘 시인 T S 엘리엇의 말이다. 자신의 감정과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억제하고 승화하는 것을 미학적 원리로 삼았던 엘리엇다운 발언이다. 이것은 건축가 김원에게도 적…

    •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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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편지[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1〉

    아버지의 편지[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51〉

    “아들아, 나는 너를 학대하였다. 영원히 미안할 것 같다.” 중국의 현대 번역가 부뢰(傅雷·1908∼1966)가 피아니스트 아들 부총(傅聰)에게 보낸 편지에서 했던 말이다. 폴란드 유학 준비를 위해 아들이 베이징으로 떠난 다음 날 쓴 편지였다. 그는 그러한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엄한 …

    •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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