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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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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와 고양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295〉

    아버지와 고양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295〉

    초등학생이던 그는 고양이를 담은 바구니를 안고 아버지가 모는 자전거 뒤에 타고 있었다. 그들은 2km쯤 떨어진 해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가는 길이었다. 20세기 중반에는 고양이 유기가 그다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버린 이유는 모른다. 집에 들어와 사는 암고양이의 배가 불러오자 …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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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4〉

    “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4〉

    그녀는 영정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세 살짜리 조카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기 손에 있던 과자를 이모의 손에 쥐여준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그녀는 남편을 잃었다. 물에 빠진…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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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원하는 여인[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3〉

    애원하는 여인[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3〉

    어떻게 보더라도 슬픈 작품이 있다. 카미유 클로델이 국가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는 청동상 ‘성숙’은 구도부터가 애처롭다. 젊은 여자는 무릎을 꿇고 늙은 남자를 향해 두 손을 뻗으며 뭔가를 애원하고, 그 남자는 그녀를 외면하고 늙은 여자에 이끌려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목에 충실하…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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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르만 헤세의 ‘여씨춘추’[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2〉

    헤르만 헤세의 ‘여씨춘추’[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2〉

    “태평한 시대의 음악은 고요하고 명랑해서 정치가 올바르고, 불안한 시대의 음악은 흥분하고 분노로 가득 차 있어서 정치가 괴이하고, 망해가는 시대의 음악은 감상적이고 슬퍼서 정치가 위태롭다.” 여불위(呂不韋)의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말이다. 독일계 스위스 작가 헤르만 헤세는 …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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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기의 비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1〉

    관기의 비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1〉

    김소월의 스승이었던 안서 김억은 시인이면서 선구적인 번역가였다. 대부분의 번역이 일본어 번역본을 중역하는 상황에서 그는 원전 직역의 물꼬를 텄다. 일제강점기에 일종의 탈식민적 번역을 한 셈이다. 그는 서구의 시들은 물론이고 중국과 조선의 한시까지 우리말로 옮겼다. 그중에서도 여류시인들…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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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필버그의 복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0〉

    스필버그의 복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90〉

    “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선하다는 안네 프랑크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더 파벨만스’(파벨만 가족)를 내놓은 후에 했던 말이다. 여기에서 그가 인용한 안네 프랑크는 증오가 넘실대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선함을 믿었던, 우리가 잘 아는 일기를 쓴 유대인 소녀다. …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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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의 마법[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9〉

    제목의 마법[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9〉

    제목에 따라 의미가 결정되기도 한다.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작품이 그러하다. 하나는 모래에 묻힌 사람이 두 손만을 내놓고 기도하는 사진으로 ‘어머니’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사실 이것…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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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프루스트의 상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8〉

    어린 프루스트의 상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8〉

    아픈 상처가 때로는 예술의 질료가 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상처의 그러한 속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일화가 나온다.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다. 주인공은 유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와 같이 있다가도 잘 시간이 되면 위층…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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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완성품의 위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7〉

    미완성품의 위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7〉

    예술은 때로 미완성품이 완성품보다 더 심오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가 그러하다. 완벽에 가까운 ‘바티칸 피에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가 스물네 살 때 교회의 의뢰를 받아 만든 ‘바티칸 피에타’는 정말이지 완벽하다. 죽은 아들을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

    •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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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노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6〉

    시대의 노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6〉

    시대는 때때로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 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 시대의 성리학자 순암 안정복도 그러했다. 그는 당대의 가치관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남편이 죽었을 때 부인이 살아도 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의탁할 곳이 없는 시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경우와 자식들이 너무…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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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우세요”[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5〉

    “그냥 우세요”[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5〉

    작가는 때로 자신의 고통을 언어로 파고 새긴다. 도스토옙스키도 그러했다. 그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쓰고 있던 1878년 5월 16일, 막내아들 알료샤가 죽었다. 그에게서 물려받은 뇌전증 장애 때문이었다. 아버지 때문에 아들이 죽은 것이다. 그가 느끼는 고통과 죄의식은 이루 말할…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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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화가 난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4〉

    ‘그녀는 화가 난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4〉

    우리의 딸이 아주 어렸을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국에 입양되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다. 마야 리 링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그러한 딸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덴마크인 부모에게 입양된 링그…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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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예찬[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3〉

    음악 예찬[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3〉

    음악은 추상적인 소리만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다른 예술 장르는 좀처럼 따라잡기 힘든 경지다. 그래서 월터 페이터의 말처럼 “모든 예술은 끊임없이 음악의 상태를 지향한다.” 동양의 이솝우화라 불리는 ‘열자(列子)’에는 그러한 음악 이야기가 나온다. 진청(秦靑)과 설담(薛譚)은 스…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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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탄 속의 비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2〉

    비탄 속의 비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2〉

    슬픔에서 슬픔을 위로받을 때가 있다. 슬플 때 슬픈 노래나 이야기를 찾는 이유다. 마이클 프레임이라는 수학자가 ‘수학의 위로’에서 슬픔을 다루는 방식에는 묘하게 사람을 위로하는 구석이 있다. 슬픔은 우리말에서는 다양한 슬픔을 총칭하는 말인데, 프레임 교수는 그것을 비탄(grief)…

    •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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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적 연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1〉

    실천적 연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81〉

    따뜻한 이야기는 반복하여 들어도 매번 좋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정수사 구빙녀(正秀師 救氷女)” 이야기, 즉 정수라는 스님이 추위에 죽어가는 여자를 구한 이야기도 그렇다. 추운 겨울에 일어난 따뜻한 이야기다. 신라 애장왕 때니까 지금부터 1200여 년 전의 이야기다. 스님은 날이 …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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