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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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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나를 위한 협주곡[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40〉

    누나를 위한 협주곡[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40〉

    네다섯 살쯤 된 소년의 눈앞에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진다. 한 살 위인 누나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몸을 비틀고 숨을 헉헉거린다. 그는 옆에 누워 누나를 안심시키려고 말을 건다. 안쓰러운 마음이 그에게서 흘러나온다. 그는 누나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알지 못하고, 누나가 발작…

    •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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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의 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9〉

    슬픔의 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9〉

    인간은 때때로 신화의 힘을 빌려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득한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두가 지독하게 가난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희한한 풍습이 생겼다. 누구든 일흔 살이 …

    •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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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8〉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8〉

    문학은 이따금 우울한 세상을 비춤으로써 독자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일종의 거울이다. 김혜진 작가의 ‘중앙역’은 그러한 거울이다. 이 나라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노숙자들 얘기다. 가장 우울한 장면 중 하나. 한밤중에 응급차가 광장에 도착한다.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 차마 눈 뜨고…

    •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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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임브리지를 다시 떠나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7〉

    ‘케임브리지를 다시 떠나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7〉

    예술은 환대를 가르친다. 다르고 낯선 것에 대한 환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시인 쉬즈모(徐志摩)의 ‘케임브리지를 다시 떠나며’는 예술이 지닌 그러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시다. 이 시는 제목이 암시하듯 시인이 케임브리지를 다시 찾았다가 떠나면서 느끼는 애틋한 마음을 노래한다. 이…

    •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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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은밀한 독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6〉

    작가의 은밀한 독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6〉

    도스토옙스키의 나라가 전쟁 중이다. 이런 때 그가 소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는 위대한 작가였지만 이념적으로는 국수주의자에 가까웠다. 폴란드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랬다. 폴란드 영토였던 우크라이나 베르디치우에서 태어난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가 그를 싫어한 것은 그래…

    •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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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동사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5〉

    사랑은 동사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5〉

    3주간에 걸친 단식을 끝낸 남자는 큰 판지를 들고 서 있었다. 거기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그것은 행동하는 단어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의 두 문장은 그가 좋아하는 트립합 밴드 ‘매시브 어택’의 ‘눈물방울’에 나오는 노랫말로 그가…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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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은 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4〉

    ‘먹은 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4〉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왕이 밭을 갈아 모범을 보이며 풍년을 기원하는 날. 왕의 쟁기는 금으로, 신하들의 쟁기는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왕이 쟁기를 잡고 출발하자 신하들도 출발했다. 화려한 의식이었다. 그런데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의 몸은 앙…

    •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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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려움을 가르치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3〉

    두려움을 가르치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3〉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지혜의 빛을 잃지 않는 고전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의 ‘에밀’은 그러한 고전이다. ‘교육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그중 4권에 나오는 연민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루소는 이렇게 질문한다. 왕은 신하들에 대한 …

    •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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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콥스키의 우크라이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2〉

    차이콥스키의 우크라이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2〉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회식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의 도입부가 흘러나왔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크로스컨트리 매스스타트 50km 종목의 우승자가 러시아 선수였기 때문에 러시아 국가가 흘러나왔어야 했다. 폐회식은 마라톤에 해당하는 그 종목의 시상식을 겸하는 자리였다. 그…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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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디 가가의 문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1〉

    레이디 가가의 문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1〉

    작가의 작가, 예술가의 예술가인 사람들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그러한 작가 중 하나다. 작가들은 물론이고 매릴린 먼로, 더스틴 호프먼 같은 배우들까지 그를 우러러보았다. 가수인 레이디 가가는 아예 릴케의 말을 팔에 문신으로 새겼다. 사실 그의 문신은 릴케의 편지에 나오는 독일어…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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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지러운 말[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0〉

    간지러운 말[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0〉

    서양에서는 가족 사이에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 수 블랙이 쓴 죽음에 관한 명저 ‘남아 있는 모든 것’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딸의 사연이 나온다. 자기 얘기다.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었다. 모르핀을 맞아 혼수…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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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가도 된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9〉

    돌아가도 된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9〉

    자식은 부모에겐 늘 아이다. 어른이 되어도 품어줘야 하는 어른아이. 신경숙 작가의 ‘아빠에게 갔었어’는 그러한 아빠와 딸에 관한 소설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의 희생적인 삶에 관한 감동적이면서 가슴 시린 이야기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화자이자 작가인 딸이 아버지에게서 위로를 받는 이…

    •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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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나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8〉

    다시 태어나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8〉

    살다 보면 한 번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거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어? 우스갯소리지만 세상을 충분히 살지 않은 아이나 젊은이에게는 감히 할 수 없는 질문.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도 생전에 그런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경험을 ‘일 잘하…

    •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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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흐의 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7〉

    고흐의 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7〉

    고통스러우면서도 따뜻하고, 따뜻하면서도 고통스러운 화가의 눈이 느껴지는 그림이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슬픔’이 그러하다. 단색으로 된 데생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림 속의 여자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무슨 고민이 있는지 무릎에 팔을 …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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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야광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6〉

    슬픈 야광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6〉

    겉으로는 어른이어도 속으로는 아이인 사람들이 있다. 유년 시절에 깊은 상처를 경험한 사람들이 종종 그러하다. 최진영 작가의 ‘내가 되는 꿈’은 그러한 아이, 그러한 어른에 관한 소설이다. 아이의 부모는 늘 싸웠다. 서로를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격렬하게 싸웠다. 아이가 울기도 하고 소리…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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