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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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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그럴 때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5〉

    정말 그럴 때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5〉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1934∼)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중략)…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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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4〉

    바람의 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4〉

    바람의 말 ―마종기(1939∼ ) 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꽃잎 되어서 날아가…

    • 20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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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밭 가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3〉

    채소밭 가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3〉

    채소밭 가에서 ―김수영(1921∼1968)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중략)… 돌아오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 헬레니즘 시대에 플로티노스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가 정말 위대한 철학가…

    • 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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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2〉

    봄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2〉

    봄날 ―이문재(1959∼) 대학 본관 앞/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급브레이크를 밟는다/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백목련 사진을 급히…

    •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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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1〉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1〉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배영옥(1966∼2018)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시가 향 무성한 공동묘지에서 카스트로의 동상에서 이국의 아이들 목소리에서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중략)… 혁명 광장을 지키는 독수리떼의 지친 울음소리가 이토록 내…

    • 202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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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는 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0〉

    잊는 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0〉

    잊는 일 ―손택수(1970∼) 꽃 피는 것도/잊는 일/꽃 지는 것도/잊는 일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잊는 일/아슴아슴/있는 일 ‘기억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혹은 가볍게 쓰는 표현이다. 기억은 실체도 없고 지난 일이니까 중요하지 않…

    •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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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이 뜨고 진다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9〉

    달이 뜨고 진다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9〉

    달이 뜨고 진다고 ―이수정(1974∼)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중략)… 은지느러미의 분수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편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한 사람의 목숨은 하나지만 한 시의…

    •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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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8〉

    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8〉

    밀물 ―정끝별(1964∼)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오늘은 정끝별 시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처음 이 시를 읽고…

    •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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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방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7〉

    이슬방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7〉

    이슬방울 ―이태수(1947∼)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중략)…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 인터넷 세상이 열…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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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나민애 시가 깃든 삶]〈236〉

    독감[나민애 시가 깃든 삶]〈236〉

    독감 ―박소란(1981∼)죽은 엄마를 생각했어요/또다시 저는 울었어요 죄송해요고작 감기일 뿐인데/어디야? 꿈속에서 응, 집이야, 수화기 저편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내가 모르는 거기 어딘가 엄마의 집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엄마의 집은 아프지 않겠구나병원에는 가지 않았어요고작 감기일 뿐인…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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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지 밥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5〉

    신문지 밥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5〉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중략)… 해방…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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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4〉

    두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4〉

    두 사람 ― 이병률(1967∼)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

    •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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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3〉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3〉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 ― 신현림(1961∼ ) 내 몸은 폐가야내 팔이 하얀 가래떡같이 늘어나도 당신에게 닿지 않는다 사랑하는 당신, 어디에 있지 사랑하는 당신, 함께 나무 심어야 하는데 사랑하는 당신, 나는 몹시 춥거든 보일러가 고장 났거든 문마다 잠기고, 일어설 수도 없이 몸은 자꾸…

    • 20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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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생에 할 일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2〉

    다음 생에 할 일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2〉

    다음 생에 할 일들 ― 안주철(1975∼ ) 아내가 운다.나는 아내보다 더 처량해져서 우는 아내를 본다.다음 생엔 돈 많이 벌어올게.아내가 빠르게 눈물을 닦는다.나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다음 생에는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거야.아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다음 생에는 힘…

    • 202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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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1〉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1〉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 이제니(1972∼)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중략)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

    •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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