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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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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5〉

    분홍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5〉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당신은 따뜻했지요.한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웃음은…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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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4〉

    뒤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4〉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저 소리 뒤편에는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저 모습 뒤편에는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천양희(1942∼)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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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봄의 기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2〉

    새 봄의 기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2〉

    이 봄엔 풀리게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풀리게 하옵소서.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새 소리, 물 소리에귀는 열리게 나팔꽃…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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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동시편·9 ―간이역[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1〉

    원동시편·9 ―간이역[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1〉

    작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너무 작은 것은몸으로 봅니다.내 몸이 머무는 곳에보랏빛 제비꽃은피어 있습니다.언덕 아래몸을 숨기고원동역은 아득히 그곳에 있습니다.―고영조(1946∼)

    •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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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0〉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0〉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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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묻는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9〉

    나에게 묻는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9〉

    《꽃이 대충 피더냐.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어떻게 생겼더냐.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모두 아름답더냐.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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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8〉

    오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8〉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좁다란 오솔길이 있고,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향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그곳에서 다시 오리,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두메 위에 앉았고오리만 가면오리만 더 가면어…

    •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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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우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6〉

    달우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6〉

    폭풍이 씻어간 밤하늘이검은 수정처럼 깨끗하다바다는 모른다모른다 하고흩어진 폐허가 아직잔설 같다그 위로샘물같이 솟아오르는 만월!찢어진 날개를물에 적신다타는 물줄기를 따라물을 들이킨다달빛이 얼음보다 차다,차다!―조예린(1968∼)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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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목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5〉

    다시 목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5〉

    사월이 오면목련은 왜 옛 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어머님 가신 지 스물 네 해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잔디잎이 눈을 뜰 때면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하루 아침엔 날이 흐리고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나리더니목련은 한잎 두잎 바람에 진다…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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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멍[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4〉

    빛멍[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4〉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를 …

    •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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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2〉

    그림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2〉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함민복(1962∼)

    • 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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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솥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1〉

    한솥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1〉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핀잔을 주다가/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날갯죽지 근육이 …

    • 20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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