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새로 만든 무궤도전차를 보며 크게 만족해하는 사진이 4일 북한 매체들에 실렸다. 김정은은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하고 손색없이 잘 만들었다”고 치하하고 “인민들이 낡아빠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불편을 느끼고 거리에는 택시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무거웠는…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을 보내주겠습…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빈손으로 평양에서 돌아온 것을 보며 미국이 북한을 깊이 ‘학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전리품에만 관심이 있지, 전 재산을 도박판에 올려놓은 북한의 심정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선 종전협정을 맺고 핵 목록 신고를 하면 …
2011년 8월 김정일은 뇌중풍(뇌졸중) 후유증으로 절뚝거리며 힘겹게 생애 마지막 해외 방문에 나섰다. 나흘 동안 열차로 3900km를 이동해 간 곳은 러시아 아무르주. 이곳에서 그는 서울 면적(6만 ha)의 3배가 넘는 빈 땅 20만 ha를 임차해 농사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싱가포르로 날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며 18세기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을 떠올렸다. 외진 산골에 박혀 있던 허생은 굶주린 아내의 질책에 7년 만에 집을 나서더니, 서울 최고 부자에게서 1만 냥을 빌려 순식간에 100만 냥을 만들었다. 김정은도 집권 7년째에 문을 열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보낸 날.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알 수가 없었지만 해외에 나와 있는 대사관, 주재원, 파견 근로자 사회엔 소식이 즉각 전달됐다. 해외에 체류 중인 한 북한 사람은 24일 밤 쓰린 가슴 달랠 길이 없었던지 내게 연…
요즘 남한 언론을 열심히 본다고 하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시한 북한 지도부가 이 글도 자세히 읽어줬으면 좋겠다. 북한이 북-미 수교를 통해 정상국가로 나가면, 남한과 국제사회의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다. 역사상 처음 오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절대로 허겁지겁 지원을 받아오는 것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북한 권력자가 탄 특별열차가 중국에 갔다. 집권 후 첫 중국 방문이었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 수뇌부를 만나 대남정책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살길을 찾겠노라 역설했으리라. 이것은 2000년 5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이야기다.…
북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김일성이 들려주었다는 ‘황금덩이와 강낭떡’ 동화를 배우며 자란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옛날 어느 마을에 대홍수가 나자 지주는 제일 소중한 황금덩어리들을 보자기에 싸 들쳐 메고 나무에 올라갔다. 그의 머슴은 강낭떡(옥수수떡)을 싼 보자기를 메고 옆 나…
“오늘밤 테레비에서 남조선 공연을 방영한대.” 소문은 바람처럼 빨랐다. 어린 나도 어른들 따라 일찌감치 TV와 마주앉았다. 그때가 1985년 9월이었다. 분단 이후 최초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 행사가 진행됐고, 북한은 이를 생중계했다. 내가 본 첫 남…
2년 전 3월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1년 가까이 여야가 옥신각신 싸운 끝에 가까스로 통과되긴 했지만, 법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법은 두 가지 핵심 이행사항을 담고 있다. 하나는 통일부에 북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하는 것이었…
나쁜 손버릇이 미투(#MeToo)로 고발되기 훨씬 전부터 난 고은을 “양심 없다”고 욕했다. 김정일 앞에선 감격에 겨워 시를 낭송하고, 북한 인권은 “가보지 않아 모른다”고 대답한 이중성도 싫었지만, 진짜 이유는 그가 매달려온 남북 공동 국어사전인 ‘겨레말큰사전’ 때문이다. …
한국이 핵미사일 앞에서 무방비라면, 북한의 최대 약점은 체제 위기다. 근래에 한반도라는 그라운드에서 한미연합팀과 북한팀 사이에 벌어진 게임은 늘 반(半)코트 싸움이었다. 북한은 상대의 약점을 노린 극단적 공격 전술로 나왔고, 한미는 방어에만 급급했지 상대의 약점을 노려 반격하지 …
1996년 11월 26일 연평도로 북한 병사 정광선이 탄 목선이 표류해 왔다. 한국 경비정에 구조된 그는 조사 뒤 북으로 돌아갔다. 얼마 뒤 노동신문은 그를 ‘혁명전사의 귀감’이라며 한 개 면을 털어 크게 내세웠다. “괴뢰 놈들이 배를 끌고 가려 할 때 도끼를 휘두르며 정신 잃을 때까…
29999호. 오늘자 동아일보 지령(紙齡) 번호다. 내일(26일)이면 지령 3만 호다. 2만 호 발행이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 10월 1일이었으니 3만 호 발행까지 31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이 기간은 내가 철들어 살아온 시대와 일치한다. 지령 3만 호를 맞아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