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별일을 다 봤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한에 들어가 연락 두절된 이번 사건은 정말 황당했다. 21세기엔 달나라에 간다 해도 연락이 두절되는 일은 없을 텐데, 서울에서 불과 몇 시간 떨어진 평양에서 스타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 실종 사건이 벌어졌고, 우린 속수…
남쪽에 와서 새로 익힌 공휴일 중 하나가 개천절이었다. 북에 있을 때 노동신문을 통해 가끔 남북이 단군릉에서 개천절 공동 기념행사를 열었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이날이 휴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노동신문도 직책이 높은 간부들에게나 보급되기 때문에 한국에 온 탈북민 중에는 …
이웃집이 아무리 가난하고 불쌍해 보여도 돕고자 할 때 방법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자네 사정을 잘 아니 받아” 하며 무턱대고 돈 봉투를 내밀었다가 이웃의 자존심에 상처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까지 추진하던 대북 식량지원이 이런 예에 해당한다. 통일부는 16일 국회…
지난달 말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를 찾았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올해 4월부터 6·25전쟁 전사자 남북공동유해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DMZ 통문 앞에서 국군의 방탄모와 방탄조끼를 받아 입었다. 플라스틱 재질의 방탄모가 북한군 철갑모보다 훨…
미사일과 방사포 시험 발사에 몰두하던 북한이 최근 청와대를 향해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 “겁먹은 개”라며 비아냥거릴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새벽잠 설치지 말고 그냥 푹 자도 되지 않을까?” 찾아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 미사일 도발로 새벽에 국가안전보…
김정은은 최근 보름 동안 동·서해를 오가며 4차례나 미사일과 방사포 시험 발사를 주관했다. 그는 2010년 11월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군의 방사포탄이 명중률도 한심하고 불발탄도 많자 충격을 받고 담당자들을 닦달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시험한 신형 조종 방사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
한반도 최고의 ‘자력갱생(自力更生) 전문가’는 북한에 있다. 김일성부터 시작해 김정은까지 3대째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60년 가까이 우려먹고 있다. 한 우물을 이만큼 오래 파면 저작권까지 생기는지 위키피디아는 자력갱생을 ‘북한어’라고 소개한다. 북한에서 자라 김일성대에서 사상 교육…
지난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함양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안내원과 1951년에 일어난 거창 산청 함양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951년 2월 8∼11일 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는 지리산 인근 20여 개 산골마을에서 1400여 명을 학살했다. 군인들은 부락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4일 독일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를 찾았다. 현재 이곳은 동서독 통일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라이프치히 시위 30주년을 맞아 새 단장이 한창이었다. 교회 앞 번들거리는 돌바닥을 보며 1989년 10월 9일 이곳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십만 명의 시위대를 떠올렸다. …
6월 4일은 북한의 ‘보천보전투 승리기념일’이다. 북한은 보천보전투를 ‘김일성이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첫 조국진공작전이며, 조선의 정신을 깨운 사건’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김일성이 보천보전투 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자료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부는…
최근 만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상당액의 물자가 북으로 가는 중인데 연락이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물자가 가면 누가 받으러 나간다는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데 대답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들을 만나자고 중국에 불러놓고는 23일 당일에 “상황이 생겨 실무협의를 취소한다…
“올해에 군민이 힘을 합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최단 기간 내에 완공하자.” “그 무엇에 쫓기듯 속도전으로 건설하지 말고 공사기간을 6개월간 더 연장하여 다음 해 태양절까지 완벽하게 내놓자.” 앞의 말은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이고, 나중은 그가 올해 4월 6일 원산을 …
평양에는 냉면집이 제법 많다. 그중 남쪽 사람들도 다 아는 옥류관부터 청류관 평양면옥 평남면옥 선교각 평천각 천지관 고려호텔 평양호텔 룡흥식당 등은 10대 냉면집으로 불리며 맛집으로 통한다. 이 외 인민무력성 본부에 있는 장령식당도 냉면 맛이 상당히 좋지만, 장성에게 할당된 식권이 있…
2008년 4월. 평양의 유명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여대생 영희(가명·17)는 부푼 희망을 안고 등굣길에 올랐다. 하지만 꿈은 몇 달 안돼 깨지기 시작했다. 6월 말부터 평양 대학생들은 9월 9일 공화국 창건 60주년 행사에 동원됐다. 2008년 여름은 악몽이었다. 그늘 한 점 없이 …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31)이 다음 달 초 석방된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1일 흐엉에게 3년 4개월 형을 선고했는데 그가 이미 2년 넘게 수감 생활을 한 데다 통상적인 감형 절차까지 고려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