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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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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9> ㅅ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9> ㅅ

    ㅅ ―김현(1980∼) 말하렴 너에게 마지막 밤이 추적추적 내려올 때 너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너는 이야기를 눈처럼 무너뜨리거나 너는 이야기를 비처럼 세울 수 있다 그 질서 있는 밤에 너에게 안개 또한 펄펄 내려올 때 들어보렴 맨 처음 네가 간직했던 기도를 너의 공포를 너의 공…

    •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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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50> 풀눈꽃눈 뜨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50> 풀눈꽃눈 뜨니

    풀눈꽃눈 뜨니 ―이향지(1942∼) 배가 고프다. 땅거미가 가장 먼저 바위틈에서 기어 나온다. 엄동 직전 폭설에 떠밀린 냉동사마귀가 땅거미의 밥이다. 깊은 눈 속에 자연 저장되어 있던 냉동메뚜기 냉동여치가 땅거미의 밥이다. 풀눈꽃눈 뜨니, 깡총거미도 배가 고프다. 모두가 전광석화처…

    •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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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9> 아직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9> 아직

    아직 ―유자효(1947∼) 너에게 내 사랑을 함빡 주지 못했으니 너는 아직 내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내 사랑을 너에게 함빡 주는 것이다 보라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그들의 사랑을 함빡 주고 가지 않느냐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들의 사랑이 …

    •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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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8> 노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8> 노을

    노을 ―이강하(1966∼)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항구다 네 모습이 붉다 내 모습도 붉다 무수한 생명이 남겨놓은 소리 양면성을 지닌 발자국 소리가 빛의 균열에 순응하면 파르르 오감을 느끼는 노을 속 구멍들 먼 바다를 향해 붉은 깃을 세운다 펄럭거리던 돛, 아득히 밀려드는 섬의…

    •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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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7>앨범 속의 방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7>앨범 속의 방

    앨범 속의 방 ―허혜정(1966∼) 검은 마분지로 만들어진 갈피마다 하얀 습자지로 덮여 있는 빛바랜 사진들. 하나의 방처럼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모여든 얼굴들이 기억의 영사기에 비춰오듯 흐릿하다. 딱히 언제 사진인지 짚어낼 순 없어도 앨범 속에 죽어 있던 풍경이 스며드는 방. 산 자…

    •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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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6>찬밥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6>찬밥

    찬밥 ―전남용(1966∼) 즐거움을 함께하지 못한 ― 찬밥이 있다 즐거움이 끝나고 더는 즐거움이 없을 때 찾는 ― 찬밥이 있다 뜨거운 시간을 홀로 식혀온 ― 찬밥이 있다안방에서 친구들과 법석을 떨며 놀다 보면 아랫목 이불 속에 묻혀 있던 밥주발이 나동그라지곤 했다. 어머니가…

    •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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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5>화사(花蛇)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5>화사(花蛇)

    화사(花蛇) ―서정주(1915∼2000)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잃은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

    •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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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4>통증의 형식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4>통증의 형식

    통증의 형식 ―김희업(1961∼) 생각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세상에 존재하듯 아프고 안 아프고의 차이는 아픈 차이 통증은 쪼그리고 앉아 오래오래 버티다가도 정들 만하면 어느 새 날아가는 바람둥이 새 순간을 제치고 몸속 한 획을 긋는 통증 먼 …

    •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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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3>가지와 앵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3>가지와 앵무

    가지와 앵무 ―이제니(1972∼) 가지가 있다 가지가 하나 있다 하나의 가지 뒤에 또 다른 가지 하나가 또 다른 가지 뒤에는 앵무가 하나 온다 앵무는 날아온다 날아와서 앉는다 가지 위에 가지 위에 가지런히 가지 위에 가지 위에 앵무 하나 가지 위에 앵무 둘 사라지지 않기 위해…

    •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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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2> 잠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2> 잠시

    <342> 잠시 ―박승자(1958∼) 저녁을 짜게 먹었다 싶어 슬리퍼 끌고 슈퍼 가는 길 환하게 불 밝힌 슈퍼 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주인 백 팻말이 손잡이에 걸려 있다 잠시라는 문구에 등 돌리지 못하고 발자국으로 보도블록 위에 꽃판을 만들고 있는데 잠시 만에…

    •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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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1> 나의 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1> 나의 손

    <341> 나의 손 ―최금진(1970∼) 과거는 토굴이었고, 손바닥엔 언제나 더러운 때가 끼어 있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친구들의 당돌한 악수가 무서웠다 학교에선 숙제를 안 해온 벌로 손바닥을 맞고 아이들은 입을 가리고 웃는 나를 계집애라고 놀렸다 그 손이 늙은 것이다 …

    • 201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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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0>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0>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김왕노(1957∼) 애초부터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이건 처녀에게 폭력적인 것일까, 언어폭력일까. 내가 알던 처녀는 모두 아줌마로 갔다. 처녀가 알던 남자도 다 아저씨로 갔다. 하이힐 위에서 곡예하듯 가는 처녀도 아줌마라는 당당한 미래를 가졌다. 퍼질러 앉아 …

    • 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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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9>말소된 주민등록 ‘아버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9>말소된 주민등록 ‘아버지’

    <339>말소된 주민등록 ‘아버지’ ―이광석(1935∼) 등 굽은 세상 더 탓하지 말게 살다 보면 굽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 아버지의 등 굽은 허리 너도 벌써 보았겠지 쇠주 한 잔 품고 돌아온 어느 겨울 저녁 축 처진 어깨 너머 꽁초처럼 찍어 밟던 단 한 줄의 일기……. …

    •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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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8>숲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8>숲

    숲 ―이제하(1937∼) 밤새 격렬하게 싸우다 달아난 애인을 뒤쫓아 숲까지 갔더니 웬 녀석이 사과궤짝까지 들고 와 새벽부터 웅변연습을 하고 있다. 구케의원이라도 돼 또 나라를 말아먹으려나 싶어 야리다 보니 한 옆에는 낯짝 우두바싸고 세상의 고뇌란 고뇌는 혼자 짊어진 듯이 신음소리를…

    • 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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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7>물방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7>물방울

    물방울 -최해돈(1968~) 비 오는 날. 물방울. 물방울. 보도블록 위에 외출 나온 물방울. 물방울. 물방울이 톡톡 튕긴다. 물방울이 걸어온다. 걸어오면서 울고 있다. 울고 있는 물방울 옆에 물방울. 물방울. 물방울. 물방울이 외출 나온 보도블록 위에 고요가 한 켤레 두 켤레 쌓인…

    • 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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