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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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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400> Edges of illusion (part VII)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400> Edges of illusion (part VII)

    ―정재학(1974∼ ) 바다에 가라앉은 기타, 갈치 한 마리 현에 다가가 은빛 비늘을 벗겨내며 연주를 시작한다 소리 없는 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부끄러워져 당분간 손톱을 많이 키우기로 마음먹는다 백 개의 손톱을 기르고 날카롭게 다듬어 아무 연장도 필요 없게 할 것이다 분산…

    •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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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8>전화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8>전화

    전화 ―데이비드 예지(1966∼ ) 전화가 올 때 당신은 외출 중이다. 메시지를 듣고 답신을 하자, 그다지 친하지 않은 누군가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의 파트너가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그녀는 당신이 개인적으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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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97>강남춘(江南春)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97>강남춘(江南春)

    산에 산에 두견 너는 어이 멀리를 우짖는가. 너는 어이 가까이를 우짖는가. 달 가운데 계수나무 그늘도 짙을러니 내 후생하여 너를 엿듣는 봄은 이리도 화안히 유난하다. 일찍이 내가 먼 곳을 떠돈 것이 내가 나를 맴돎이었으니, 미쳐 떠돎이 한결같이 쉬지 않았으니 도화는 붉고 오얏꽃은 …

    •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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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6>황홀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6>황홀

    황홀 ―허형만(1945∼ ) 세상의 풍경은 모두 황홀하다 햇살이 노랗게 물든 유채꽃밭이며 유채꽃 속에 온몸을 들이미는 벌들까지 황홀하다 더불어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내가 다가가는 사람이나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 미치게 황홀하다 때로는 눈빛이 마주치지 않는다 해도 그렇다 오,…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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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5>묵매(墨梅)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5>묵매(墨梅)

    묵매(墨梅) ―강영은(1956∼ ) 휘종의 화가들은 시(詩)를 즐겨 그렸다 산 속에 숨은 절을 읊기 위하여 산 아래 물 긷는 중을 그려 절을 그리지 않았고 꽃밭을 달리는 말을 그릴 때에는 말발굽에 나비를 그리고 꽃을 그리지 않았다 몸속에 절을 세우고 나비 속에 꽃을 숨긴 그들은 보…

    •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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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4>달걀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4>달걀

    단단한 껍질로 둥그스름 감싸인 달걀, 유정란이라면 그 안에 한 점 생명의 씨앗이 점도(粘度) 높은 양수에 잠겨 있다. 그 생명 다 자라 스스로 깨고 나올 때까지 달걀 껍데기는 문 없는 벽, 바깥세상이 틈입할 여지가 없다. 그런 정도로 화자는 세상에 벽을 치고 통로를 차단했단다. 왜냐?…

    •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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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3>월요시장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3>월요시장

    월요시장 ―여태천(1971∼ ) 어제와 같이 오늘의 날씨를 생각하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본다 향료를 싣고 인공의 도시를 찾아다니는 푸른 눈의 낙타 길게 속눈썹을 늘어뜨린 채 걸어오고 있다 도시의 사막에서 발이라도 빠질까 조심조심 걷는다 되새김질을 하며 얇은 모래의 언덕을 오르는 낙…

    •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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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2>희망촌 1길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2>희망촌 1길

    희망촌 1길 ―임형신(1948∼ ) 은사시나무 포자가 눈처럼 날리는 언덕에 희망촌이 있다 상계4동 배수지 아래 철거민들이 모여들어 사십 년 넘게 희망을 먹고 산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마다 만신들의 깃발이 펄럭이고 그 옆에 엉거주춤 태극기도 붙들어 매져 있다 기울어진 담벼락에 나…

    •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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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0〉세월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90〉세월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세월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샘 레벤슨(1911∼1980) 매력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하게 말하십시오.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십시오.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배고픈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십시오. 아름다운 머릿결을 원한다면 하루에 한 번 어…

    •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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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9>혼선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9>혼선

    혼선 ―전영미(1978∼ ) 돌은 돌의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의 말을 하고 바람은 바람의 말을 한다 당신은 당신의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한다 한데 뒤섞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당신을 향하던 내 말은 당신에게 가기도 전에 뒤섞이고 만다 서로의 말은 한 번도 서로의 말인 적이…

    •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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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8>은혜와 원수 맺음을 경계하였건만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8>은혜와 원수 맺음을 경계하였건만

    은혜와 원수 맺음을 경계하였건만 ―송일순(1955∼ )찬바람 부는 강변길을아무 생각 없이 걷던 겨울밤꽥! 꽥! 꺅! 꽥!새가 괴이하게 울며푸덕푸덕강변 둔치로 날아들고 있었다순간 큰 소리로너 왜 그러니?그러자날아 앉던 새가흠칫! 한다그때새의 앞발에 채어 비명을 질러대던작은 새 한 마리가…

    •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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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7>그이 얼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7>그이 얼굴

    그이 얼굴 ―김연희(1981∼ )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맛있는 거 못 사 먹고 기저귀도 못 사고 갑자기 똑 떨어지니 어떡해 이럴 줄 몰랐는데 어떡해 난 몰라 난 몰라 생기겠지 생기겠지? 저녁에 해지고 애들이랑 구루마* 끌고 온 그이 마중 문 앞에서 그이가 웃는다 그을린 얼굴엔 …

    • 20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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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6>반짝반짝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6>반짝반짝

    반짝반짝 ―임경섭(1981∼ ) 무츠키가 다섯 살 되던 해의 일이었다 애벌레가 꿈틀거리는 가을이었고 달이 환한 밤이었다 무츠키는 부모와 함께 비탈진 솔숲 사잇길을 걷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어머니의 검지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중지와 약지 사이에 잠든 잠자리의 날개를 끼워 든 채 무츠키는…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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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5>산양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5>산양

    산양 ―고이케 마사요(1959∼ ) 호타카의 깊은 산속 온천에서 산양과 마주쳤던 다섯 살 가을 산양은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자옥한 수증기 속에서 알몸인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산양을 물끄러미 맞바라보았다 무리에서 벗어난 산양과 외톨박이로 홀로 있던 나 나는 손으로 온천물을 떠서 산…

    • 20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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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4>새떼들에게로의 망명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4>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1965∼ )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녁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 하나 보인다 2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

    •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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