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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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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6>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6>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이근화(1976∼) 나의 기분이 나를 밀어낸다 생각하는 기계처럼 다리를 허리를 쭉쭉 늘려본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화초가 말라 죽는다 뼈 있는 말처럼 손가락처럼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죽으면 죽은 기분이 날 것이다 아직 우리는 웃고 말하고 기분을 낸다 …

    •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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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5>겨울햇빛에 대하여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5>겨울햇빛에 대하여

    겨울햇빛에 대하여 ―고은(1933∼) 겨울햇빛 너는 흙 속의 씨앗들을 괜히 깨우지 않는다 가만가만 그 씨앗들이 잠든 지붕을 쓰다듬고 간다 이 세상에서 옳다는 것은 그것뿐 겨울햇빛 너는 지상의 허튼 나뭇가지들의 고귀한 인내를 밤새워 달랠 줄도 모르고 조금 어루만지고 간다 이 세상에서 …

    •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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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4>11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4>11월

    11월 ―임성용(1965∼) 감나무 가지에 감 하나 달려 있다 오래도록 묵은 세월이 잔가지에 쌓여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손 매듭이 굵어졌다 감나무가 저만큼 자라도록 봄이면 꽃을 낳아 가을이면 하늘 흥건하게 기르도록 나는 감나무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어깨가 빠지도록 망치질만 …

    • 20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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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3>결혼한 독신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3>결혼한 독신녀

    결혼한 독신녀 ―문정희(1947∼) 쉬잇! 조용히 해 주세요 실수하는 재미도 없으면 무슨 인생인가요 상처와 고통이 혀를 태우는 매운 양념으로 비빔밥을 버무리어 땀 흘리며 먹는 것 이것이 결혼인지도 모르겠어요 우연과 우행으로 덜컹거리며 사막도 식민지도 아닌 땅을 걸어가며 어버버! 입…

    •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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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2>황락(黃落)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2>황락(黃落)

    황락(黃落) ―김종길(1926∼) 추분(秋分)이 지나자, 아침 저녁은 한결 서늘해지고, 내 뜰 한 귀퉁이 자그마한 연못에서는 연밤이 두어 개 고개 숙이고, 널따란 연잎들이 누렇게 말라 쪼그라든다. 내 뜰의 황락을 눈여겨 살피면서, 나는 문득 쓸쓸해진다. 나 자신이 바로 황락…

    • 201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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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1>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1>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화자는 남자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일 테다. 반 아이들을 대강 파악한 4월 어느 볕 좋은 날, ‘밥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부린 후/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학교 앞 야산에 오른’ 점심시간이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너무 가파르다고, 목마르다고/지랄발광을’ 한다는 표현에서 화자의 애정이 배…

    •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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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0>목마와 숙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0>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박인환(1926∼1956)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

    •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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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9>먼 풍경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9>먼 풍경

    먼 풍경 ―황명자(1962∼) 간월산 오르는 길, 입동 오기도 전에 마른 억새풀 서걱이더니 새싹 하나 불쑥 솟았다 길 잃은 어린 초록뱀이다 좁은 등산길 따라 꿈틀꿈틀 몸 옮기는 뱀은 차디찬 골짜기 돌무덤을 찾아들 터, 그조차도 여의치 못하면 얼어 죽을 수도 …

    •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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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8>CITY100 다이어리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8>CITY100 다이어리

    CITY100 다이어리 ―서효인(1981∼) 등에 뜨거운 바람이 분다 번지가 여러 개인 골목이 길게 숨어서 휘파람을 분다 대실된 모텔에서처럼 길고 순한 알몸들이 끈끈하게 들러붙기 전에, 가야 한다 과속 방지 산맥을 넘고 넘어 달리는 오토바이의 다리는 볶은 양파의 깔깔한 교태에 있는 …

    •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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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7>이우성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7>이우성

    이우성 ―이우성(1980∼) 금요일 밤인데 외롭지가 않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에 있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줄넘기를 하러 갈까 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다시 띄우는 순간엔 왠지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얼굴은 이만하면 됐지만 어제는 애인이 떠났다 나는 원래 애인이 별로 안 좋았는데…

    •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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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6>얼큰한 시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6>얼큰한 시월

    얼큰한 시월 ―전영관(1961∼) 작년에 나, 뺨 맞았잖아 장성댐이 깊기는 깊더구만 가을이 통째로 빠졌는데 흔적 없고 조각구름만 떠다니더군 백양사 뒷산 정도야 그 남색 스란치마에 감기면 깜박 넘어가지 않겠어 뛰어들까 싶기도 한데 집사람 얼굴이 덜컥 뒷덜미를 채더군 피라미 갈겨니…

    •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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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5>맨드라미와 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5>맨드라미와 나

    맨드라미와 나 ―김경미(1959∼ )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다 흐린 날씨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면 두통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화단의 맨드라미는 더 심하다 온통 붉다 못해 검다 곧 서리 내리고 실내엔 생선 굽는 냄새 길에는 양말 장수 가득할 텐데 달력을 태우고 달걀을 깨고 …

    •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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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4>기도원의 아침 풍경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4>기도원의 아침 풍경

    기도원의 아침 풍경 ―이승하(1960∼ ) 절벽에 세워진 집이다 먼동이 터 오는 시각 저 아래 저잣거리 아직 조용하기만 한데 이 방 저 마루 깨어 일어난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기도하기 시작한다 제각각의 기도 내용과 손짓 갓난아기를 먼 나라로 보내고 온 미혼모 돈 벌러 나갔다가 노…

    •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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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3>정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3>정전

    정전 ―윤재철(1953∼ ) 교무실이 갑자기 정전이 되고 컴퓨터가 모두 꺼지니 금방 전기가 다시 들어오려나 얼마쯤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생님들이 하나둘 일어서더니 서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손발 움직이며 맨손체조도 하고 그러고는 미안한 듯이 컴퓨터 때문에 대화가…

    •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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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2>세련과 난감 사이 겨울나무 사이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2>세련과 난감 사이 겨울나무 사이로

    세련과 난감 사이 겨울나무 사이로 ―한경용(1956∼ ) 오늘도 영등포역 버스 정류소에서 심야 버스를 기다린다. 자정이 되도록 세상과 싸우는 나를 태우기 위해 어둠을 밀치며 다가올 것이다. 버스가 먼저 숨이 막혀 떠나고 취객들에게 삶을 호소하는 여인들은 나뭇잎으로 떨어져 나갔다. 택…

    •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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