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때도 추진했던 ‘일베’ 폐쇄…이번엔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4일 22시 15분


李 “일베 폐쇄 검토 지시”…선거 앞 이슈 부상
2018년 폐쇄 추진 실패…與 “입법 대안 검토”
李 세월호 참사-사이렌 연결해 “악질 패륜”
野 “개딸 선동” “李 본인 성찰하라” 반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5.24.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5.24.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논란이 불거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대해 사이트 폐쇄와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한 조치 검토를 국무회의에서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특정 사이트 폐쇄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등 5·18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희화화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 차원의 혐오, 차별, 조롱 표현 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베 폐쇄’, ‘스타벅스 불매’ 등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정치권 공방도 격렬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극단적 혐오, 조롱이 불법 계엄이고 내란”이라며 ‘내란 척결’을 부각하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국가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李 “일베 조롱 혐오 처벌 검토”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엄격한 조건하에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베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베처럼 조롱, 모욕으로 사회 분열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21일엔 국가폭력 범죄 미화, 피해자 모욕 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순히 특정 사이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좀먹는 약자 혐오, 인권 침해, 역사 왜곡 등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글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심의에 따라 사이트 폐쇄까지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 해당 게시물을 차단하는 조치에 그칠 뿐 사이트 전체를 폐쇄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불법 게시물이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이 되면 일베 폐쇄가 가능하다고 보고 폐쇄를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또 7월 5일 시행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차별, 혐오 표현을 ‘불법 정보’, ‘허위조작정보’로 분류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는 언론사나 대형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 해 일베 이용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일베 폐쇄를 위한 후속 조치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혐오 콘텐츠를 방치·조장하는 플랫폼에 대한 과징금과 폐쇄 조치,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도입을 포함한 입법적 대안을 폭넓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주한미군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이라며 “북한 찬양 사이트들만 누리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與 “잘못된 역사관 바로잡아야” 野 “건수 잡아 선동”

이 대통령은 23일 민주당 정진욱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202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스타벅스코리아가 ‘사이렌(Siren) 클래식 머그’를 출시한 것에 대해서도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라며 “인두겁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공유된 글에서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사이렌을 세월호 참사일 이벤트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스타벅스코리아(SKC컴퍼니)는 “스타벅스 사이렌은 글로벌 스타벅스의 핵심 브랜드 로고”라며 세월호 참사 조롱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은 노랫소리로 선원을 유혹해 방향을 잃게 만드는 바닷속 존재로 스타벅스는 미국에서 창립된 1971년부터 사이렌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애당초 이벤트는 없었다. ‘사이렌 클래식’ 신제품 나왔다고 알리는 평범한 출시 공고”라며 “그런 식이라면 4월 16일에는 ‘사이렌 오더(온라인 주문)’도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건수 하나 잡은 김에 ‘개딸’들 선동해서 판 뒤집어보려고 난리가 났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대통령이 매일 바라보며 성찰하고 꾸짖어야 할 상대는, 스타벅스도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도 일베도 아니다”라며 “거울 속의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은 분노도 불매도 강요한 바 없다”며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자는 당연한 상식을 정쟁과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2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스타벅스 이벤트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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