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김혜영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내고향축구단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도쿄 베르디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26.5.24/뉴스1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우승 기자회견 도중 ‘북측’이라는 표현에 반발해 퇴장했다.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대회 이후 8년 만의 북한 선수단 방남을 계기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축구단의 시종일관 냉랭한 반응으로 한반도 경색 국면이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는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의 결승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리 감독은 우승 소감으로 “창립한 지 1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와 당의 따뜻한 사랑, 보살핌 덕분”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우승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김경영, 김혜영 등 선수들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응원단의 격려 속 이동하고 있다. 2026.5.24 . 사진공동취재단갈등은 이후 국내 취재진의 질문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고 운을 떼자, 리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질문을 제지했다. 이어 통역관을 통해 “국호를 제대로 불러라.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기자가 재차 원하는 표현을 묻자 김경영은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답했다. 이후 이들은 회견장을 빠져나갔고, 다른 선수들 또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취재진 질문에 답변 없이 지나갔다.리 감독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과의 8강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기자가 ‘북측’이라고 언급하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경기 전날인 22일 회견에서도 리 감독은 한국 취재진이 내고향과 도쿄 베르디와의 결승전을 두고 “한일전 못지않게 치열할 것 같다”고 하자 “‘한일전 못지않게’라는 게 무슨 말인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는 남북을 한민족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5.23 . 뉴스1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4일 우승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도, 경기가 한국에서 개최된 사실과 정부가 남북교류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한 남한 민간단체들의 공동응원 사실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공동응원단은 준결승전 당시 상대 팀인 수원FC위민의 지소연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 환호하고, 북한 내고향팀의 득점에 더 큰 함성을 질러 국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이징으로 출국하며 1주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와 함께 “이번 대회가 평화와 화합이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공은 둥글고 우리는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수원=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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