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지휘를 두고 대검찰청 지휘부와 수사팀이 큰 의견 차를 보였던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대검은 “일단 석방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수사팀은 “즉시항고 해야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대검의 결정에 따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 등 불복절차는 밟지 않기로 하고 향후 형사재판에서 구속기간 산입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을 다투기로 했다.
● 27시간 20분만에 석방 지휘… 과거 헌재 결정 등이 ‘부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대검찰청은 8일 오후 5시 20분 경 각각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7일 오후 2시경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 약 27시간 20분만이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7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즉시항고를 하면 구속취소 집행이 정지돼 구속 상태가 이어진다. 하지만 윤 대통령 사안의 경우 검찰이 즉시항고 등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의 결정에 따른 석방지휘를 한 것이다.
대검은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구속취소와 유사한 성격인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결정에서 석방 효력을 막는 검찰의 즉시항고 규정에 대해 1993년과 2012년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구속 여부 판단 주체는 법관이라는 것이 우리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인데, 검찰의 즉시항고만으로 계속 구속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이러한 위헌 결정이 구속 취소 즉시항고에도 적용될 가능성 등을 검토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취소가 워낙 이례적이고 사문화됐던 조항인 탓에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와 달리 위헌심판 대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구속 취소를 결정하며 지적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절차적 흠결 문제 역시 검찰에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법원은 전날 결정문에서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 공수처-검찰 간 구속 기간 배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절차적 하자가 있을 경우 상급심의 파기 내지 재심 사유가 된다”고 했다. 향후 공소유지를 담당해야하는 검찰로서는 재판 과정에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해야 했다는 것이다.
● 수사팀 “잘못된 결정” 반발…심 총장, 직접 석방 지휘
이 같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대검과 수사팀의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심우정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 직후 대검 부장급(검사장) 간부들을 소집한 회의에선 ‘불복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대검 부장들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 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이를 헌재에서 문제 삼으면 헌재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일단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대검 부장들은 법원이 ‘구속 기간 내에 기소했더라도’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에 추후 위법수사, 불법 구금 문제가 불거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7일 오후 특수본에 즉시항고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특수본 수사팀은 “법원의 잘못된 결정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맞느냐. 즉시 항고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버젓이 살아있기 때문에 항고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며 반발했다고 한다. 특수본 내부에선 “왜 하필 대통령 사건에서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라는 것이냐”며 “법원이 관례를 뒤집은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문제 삼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부분에 관해서도 수사팀은 “실제 기소할 때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건 공수처가 아닌 특수본과 경찰의 수사 내용”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8일 새벽까지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대검과 특수본은 이날 오전 다시 협의를 이어갔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4시반 경 직접 특수본에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 특수본은 오후 5시 15분 교정당국에 석방 지휘서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출소 절차 후 오후 5시 48분경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대검은 즉시항고 대신 구속취소 정지 효과가 없는 ‘보통항고’를 법원에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다만 즉시항고 규정이 있을 땐 보통항고를 하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항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의견대립은 수사팀이 대검 방침에 따라 “향후에도 특수본은 같은 의견을 계속 주장, 입증해 나갈 것”이라는 특수본 명의의 입장문을 내면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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