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남국, 조국 총선 출마하나” 기대하는 與 [한상준의 정치 인사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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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22/뉴스1 ⓒ News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22/뉴스1 ⓒ News1
“정말 출마할까요?”

얼마 전 만난 국민의힘의 한 원외(院外) 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자 즉각 반응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더불어민주당 일이니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이라며 운을 뗀 뒤 이렇게 털어놨다.

“마음 같아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조국 전 장관도 다 하나의 깃발로 뭉쳐 총선에 나왔으면 좋겠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우리 당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마음일 거다.”

여권 인사들의 이런 인식은 세 사람의 총선 출마가 수도권, 중도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론’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번에도 거대 양당 간 맞대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면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이 표를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 “민주당, ‘조국의 강’ 이어 ‘남국의 바다’에서 허우적”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3.5.22/뉴스1 ⓒ News1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3.5.22/뉴스1 ⓒ News1
실제로 최근 국민의힘은 ‘이재명-김남국-조국 트리오’를 함께 묶어 공격해 전선(戰線)을 끌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곧 돌아오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 여기에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조 전 장관까지 한데 묶어 공세를 펼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19일 원내대책회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국민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중략) 그런데도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자들은 ‘조국 수호’에 이어 ‘남국 수호’ 모드에 돌입했다. ‘조국의 강’도 건너지 못한 민주당이 이제 ‘남국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김 의원이 ‘친이재명’ 그룹과 ‘친조국’ 그룹의 대표적인 교집합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던 김 의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며 불현듯 정치권에 등장했다. “조국 교수님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기도하면서 잔다”고 했던 그는 ‘조국 키즈’로 불리며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뉴스1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뉴스1
이후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서 김 의원은 ‘이재명 수호대’로 변모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 의원 그룹인 ‘7인회’에서 막내인 그는 경선 당시 이 대표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수행실장을 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변호사가 된 뒤 서울대 대학원에 다녔고, 거기서 조 전 장관과 교류하게 됐다”며 “이 대표와는 중앙대 선후배라는 접점이 있어 김 의원이 자연스럽게 친명 그룹의 핵심이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여권 내부에는 만약 세 사람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경우 선거의 프레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며 “다만 세 사람이 모두 출마한다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심판 선거’ 등으로 판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이런 관측에는 “지난해 6·1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가 또 한 번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당시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민주당에 내줬지만,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뒀다.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 66개 시·군·구청장 중 46곳(69.7%)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중도층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가 계양을 후보로, 계양을 국회의원이었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에 대한 반감이 엄청났다”며 “상징적이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1, 2개 지역구의 공천이 수도권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전체 승부까지 좌우하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 與 내부에서도 “쇄신 노력 없이 반사이익만 노리나” 우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상대방의 헛발질에만 기대하는 무책임한 정치로 어떻게 총선을 이길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 전직 의원의 지적.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유권자가 야당이 싫어져서 여당 찍어 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집권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면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데 전혀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당 지지율도 도토리 키 재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대결은 몇 달째 30%대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직전인 3월 첫째 주에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 등으로 두 당의 지지율 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여당 최고위원들의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접전으로 돌아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름까지도 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당 쇄신의 포문을 여야 중 누가 먼저 여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최근 국민의힘이 당정 협의회를 연이어 열고 정책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한 여당 의원은 “다음 달 초에는 새 최고위원이 뽑히고, 비로소 지도부를 둘러싼 문제도 수습될 것”이라며 “이제는 정책적인 면은 물론이고, 정무적인 면에서도 득점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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