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개편 ‘싸늘’·개딸 ‘통제 불능’… 이재명, ‘내홍 봉합’ 난감[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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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29.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29. 뉴시스
“갈등을 치유하는 탕평과 대통합의 계기로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임선숙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민주당의 화합과 단결을 이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임 최고위원은 사퇴를 공식 발표하며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커도 당 밖의 민주주의 위협 세력에 비하면 작을 것이다. 안에서는 비판하더라도 고난과 위기의 순간에는 손잡고 함께 싸워야 동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임 전 최고위원이 물러나며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호남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의원이 임명됐다.

정책위의장은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성환 의원에서 김민석 의원으로 교체됐고, 이 대표의 최측근 의원 그룹인 ‘7인회’ 소속 김병욱 의원이 맡았던 정책위 수석부의장에는 김성주 의원이 임명됐다.

또한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은 7인회 소속 김남국 의원에서 박상혁 의원으로 교체됐다. 7인회 출신 문진석 의원이 맡았던 전략기획위원장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한병도 의원이 임명됐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권칠승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되는 등 대변인단도 바뀌었다.

이 대표가 당직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달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비명계의 인적 쇄신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통해 비명계를 달래고, 사법 리스크로 촉발된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해 통합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지난 15일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통합, 탕평, 안정을 고려해 당직 개편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15. 뉴시스


아울러 이번 당직 개편은 당 지도부가 친명계로 구성됐다는 당내 비판을 극복하고, 일부 비명계 의원 등에게 당직을 맡겨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8일 당직 개편에 대해 “안정적인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지난해 말 정도에 느꼈다. 소통이 부족해지고 단합이 강조되니 말도 못 하고 불편함이나 불만이 차곡차곡 쌓였던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에 힘들게 인사 개편도 하게 된 것이고, 결국 결과가 말해줄 텐데 시간을 조금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명계는 내년 총선의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이 유임된 것과 관련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가 방탄정당 이미지 등을 쇄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당직자인 사무총장을 교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직 개편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28일 “가장 큰 문제는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프레임 때문에 아무리 민생을 얘기하고 정책을 꺼내도 전혀 힘을 못 받고 있는 것”이라며 “근본적 해법은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렇지만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아 끄집어 내리는 것도 안 된다. 차선책으로 내세운 게 방탄 이미지 고착화에 기여한 임명직, 지명직 전원이 물러나라는 것”이라며 “조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대표를 두둔하는 일들을 수차례 했다. 방탄에 앞장을 섰다”고 말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27일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당직을 바꾼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 민주당의 당면 위기는 사법 리스크 때문이고 이 대표의 거취 정리가 빠를수록 좋은 상황”이라며 “방탄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키우는 데 사무총장의 역할이 컸는데 유임한 것은 이 대표 본인은 물론 당 전체 기조도 변동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공세도 이 대표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공세 수위는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일부 지지층이 체포동의안 이탈표 색출을 넘어 비명계 의원 자택 앞 등에서 시위까지 벌이면서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수박 깨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3.3. 뉴시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수박 깨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3.3. 뉴시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25일 “(집회 공지에 게시된)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 악마가 필요했냐”며 “이제 개딸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온다”고 밝혔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도 24일 “민주당의 총단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내부를 공격하고, 분열을 선동하는 개딸”이라며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에서 출발한다. 민주당의 화합을 위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25일 “거듭 호소한다.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을 공격하고 모욕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며 “조작된 이미지로 민주당 소속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가 당의 화합을 위해 비명계를 달래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지지자들을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조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명계에서도 비명계 일각에서 나오는 개딸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오만한 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27일 “오히려 정치인들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약간 오만한 태도로 오히려 거꾸로 국민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당원과 국민은 민주당 국회의원들보다 진심으로 민주당을 위해서 헌신한 분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존중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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