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파격적 성과주의, 민간수준 인사 시스템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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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개혁 드라이브]
‘노동·연금·교육+정부’ 3+1 개혁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간 수준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과 파격적인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며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에 ‘정부 개혁’을 포함한 ‘3+1 개혁’을 집권 2년 차 핵심 과제로 공식화했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비효율성이 민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보고 과감한 정부 체질 개선에 착수한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과 규제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직자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개혁 차원에서 공무원 인사와 성과급 체계 등에 대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정부혁신전략회의체’(가칭)를 구성해 정부 개혁을 주도할 방침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2022년도 45개 정부기관 업무평가 결과도 보고됐다. 기관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현 정부에서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여성가족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및 경찰국 신설 파동을 겪은 경찰청이 가장 낮은 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尹, 공직자 철밥통 인식 비판… “안바뀌면 경제전쟁 못버텨”


노동·교육·연금이어 정부 ‘3+1 개혁’

尹 “민간 수준 유연한 인사 시스템
일하는 방식-생각 과감히 변해야”
요식행위 ‘레드 테이프’ 개선도 지시


#1. “민노총과 싸워 이기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이어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을 두고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우려가 대통령실에 전달됐다. 첫 파업에서 ‘어정쩡한 봉합’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은 대통령실은 연말 파업에는 ‘노사 법치주의’로 대응했고 화물연대는 파업을 풀었다. 대통령실에선 “고용부가 노동개혁보다 노조를 더 의식한다”는 말이 나왔다.

#2.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지방 국립대에 사무국장을 보내 대학 총장이 눈치 보게 만드는 교육부가 정상인가”라고 질타했다. 고등 교육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사무국장으로 보내던 고위직 스물일곱 자리가 사라지자 교육부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다. 한 국립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개혁이 교육부의 일자리보다 중요한데도 반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尹, 민간 혁신 발목 잡는 정부 비효율 개혁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이 7일 20대 중점관리 과제를 압축하면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정부혁신’을 더한 ‘3+1’개혁을 화두로 올렸다. 고도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민간의 혁신 속도에 뒤처지는 정부와 공공분야의 비효율을 과감하게 걷어내기 위해 과감한 정부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 관료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3대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임을 언급했지만 공직자들의 일하는 방식과 생각도 과감하게 변해야 된다”며 “공직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 전쟁에서 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들의 “안정되게 정년까지 먹고살 수 있는 철밥통 인식”을 비판한 윤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바꾸라고 강도 높게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 첫해 국정 운영 성과를 점검하며 정부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속도를 체감한 뒤에는 “정부시스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된다. 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불필요한 ‘레드 테이프’(관공서 요식행위)도 과감히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중앙부처의 규제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절차와 인허가 문제까지 더해지면 민간의 혁신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걸림돌이 되는 사례를 집권 1년 차에 여러 건 경험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성과 낸 공무원에 더 많은 보상
윤 대통령은 이날 “민간 수준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과 파격적인 성과주의도 도입해서 활력이 넘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철밥통 공무원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 만큼 민간 기업 수준의 인사, 성과제 도입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성과보상 체계 개편, 과감한 민간 전문가 영입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성과를 낸 공무원에겐 더 많은 유인과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보상 체계의 개편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무원 성과급을 민간 수준으로 완전히 변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평가 등급별 차이를 두고 최고 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는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공직자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애정을 갖고 있다”며 “공무원을 적으로 세우는 정부개혁이 아니라 훌륭한 인재들이 신나게 일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게 개편의 방향”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부처 업무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20가지 중점과제를 선정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중점과제 이행을 위해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팀장으로 하는 ‘중점과제 관리 태스크포스(TF)’를 대통령실 내에 구성할 방침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공무원#성과주의#3+1 개혁#노동·연금·교육+정부#레드 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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