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된 65세 무임승차… 오세훈 “연령상향 논의” 홍준표 “70세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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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무임승차 연령 65세서 상향 논의
서울시 “적자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할인제 도입-재정지원 방안도 검토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이 현재 65세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출퇴근 시간대 등에 노인들의 무임승차 제한, 전액 보전이 아닌 할인제 도입, 지방자치단체 적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시가 무임승차 운영 등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선언하자 정부 여당이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이와 관련해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해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가 고스란히 감당하기엔 사정이 많이 어렵다”며 “이제는 공격적으로 (제도 개선책을) 정리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는 지자체의 부담이 누적되는 만큼 이제 ‘65세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것. 국민의힘은 그간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중앙정부의 무임승차 재정 지원도 논의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연령별, 소득계층별, 이용시간대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 국회,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당정, 기준 상향 논의
고령층 늘며 지자체 부담 눈덩이
교통요금 인상땐 시민들 물가부담
노인들 “대책도 없이” 반발이 변수


3일 국민의힘이 노인들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노인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 조정 검토 방침을 밝힌 건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들이 적자를 이유로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면 물가상승 부담이 커져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제라도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면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중앙정부를 향해 무임승차 적자에 대한 보전 대책을 압박한 서울시는 올해 4월 약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300∼400원을 인상하는 계획을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지자체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당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 명분 커져”
국민의힘은 일단 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명분은 커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무임승차 제도 도입 후 39년이 지나 노인 인구가 늘고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법적 무임승차 기준은 65세 그대로라는 것. 1984년 제도 도입 당시 5.9%였던 전체 인구 대비 노인 비율은 지난해 17.5%로 늘었다.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도입 당시에는 노인이 아주 적었고 지원 금액이나 경제 성장으로 봤을 때 지자체가 부담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한 달에 무임승차를 몇 회로 제한할지, 거리 제한을 둘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한 공론화에 즉각 나설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날 “노인회와 연초부터 논의를 시작했다”며 “2월 중순으로 토론회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1524억 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현재 무임승차 기준이 되는 65세 노인 연령이 법률로 정해져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무임승차 연령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65세 이상에게 100% 할인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어 이를 자체적으로 올리면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박탈하는 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홍 시장은 “(무임승차 규정이)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무임승차의 근거가 되는 노인복지법과 시행령에 ‘65세 이상의 자’라고 쓰여 있어 지자체가 상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인들 거센 반발이 변수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가 본격화되면 노인들의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일터에서 정년 연령이 60세인데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것은 전철에서 노인을 몰아내는 것밖에 더 되느냐”며 “연령을 높인다면 그에 맞는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거나 노령 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선자 씨(68)는 “4월이 되면 대중교통 비용도 오른다고 들었다”며 “연금 빼면 어떤 노후자금도 없는 노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 대책 등 교통비를 충당해줄 수 있는 대안도 없이 무턱대고 연령만 올리면 돈 없는 노인들이 길바닥에 나앉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무임승차 상향#적자 대중교통 요금 인상#할인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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