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갈등, 국민께 사과”…고개 숙인 與 비대위, 혼란 가라앉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8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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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한다. 분열한 조직은 필패하게 돼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비대위 첫 회의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건 화합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겉잡을 수 없이 커진 당의 갈등을 반드시 봉합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 존치를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공개적으로 분출되는 등 ‘이준석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도 당 비대위 전환에 반발하며 낸 가처분 소송에 이어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며 장기전 돌입에 나서 당내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주호영 “당의 갈등, 국민께 사과”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갈등과 분열이 생긴 뒤 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걱정까지 가게 된 일, 민생을 잘 챙겨서 유능한 집권당이라는 인식을 조기에 국민에게 주지 못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 새 정부를 제대로 견인해 조기 안착시키고 신뢰 받도록 하는 데 소홀한 점 등을 모두 국민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당 내홍 사태와 수해 현장 실언 논란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반성으로 비대위의 첫 발을 뗀 것. 비대위원들은 이날 주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사과의 의미로 90도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날 주요 당직자 인선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속도전에 나섰다. 당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김석기 의원이 임명됐다. 비대위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해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한 당 조직부총장 출신의 김 의원을 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대변인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춘추관장과 대변인을 지낸 박정하 의원이, 주 위원장 비서실장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1팀장으로 일했던 친윤(친윤석열)계 정희용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주 위원장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인선에 대해서도 “(후보가)압축돼 가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 혁신위 놓고 갈등, 이준석은 장기전 예고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 혁신위를 두고 공개 이견이 노출됐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비대위와 혁신위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당에 혼란이 많으니 하나로 통일하자는 얘기”라며 혁신위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형 의원은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고, 주 위원장도 “혁신위가 활발히 활동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최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혁신위 논란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윤계로부터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혁신위를 문제 삼아 ‘반(反)이준석’ 표심 결집에 나섰다는 것. 여기에 비대위 출범으로 사실상 12월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기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다른 당권주자들의 행보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어 당내 갈등이 더 지속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당장 이 전 대표가 당을 상대로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은 일단 이번 주를 넘기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신중한 사건 검토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번 주 내로 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이 전 대표는 본안 소송까지 냈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심문기일 하루 전인 16일 국민의힘을 상대로 최고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 의결 등에 관한 무효 확인 청구 소송도 제기했고, 사건은 서울남부지법 민사11단독 재판부에 배당됐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인용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질문 자체에 답변을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법적 대응에 신경쓰지 않고 당을 수습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가처분에 이어 본안 소송까지 내면서 비대위 출범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게 됐다”고 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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