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담대한 구상’…尹 밝힌 비핵화 6가지 인센티브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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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6가지 경제협력을 담은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Audacious Initiative)’을 밝혔다. 이번 구상은 5월 10일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군사와 정치 분야에 대한 계획들도 전부 마련해뒀다”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사·정치 계획도 마련”


윤 대통령이 밝힌 6가지 인센티브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사실상 개발원조에 가깝다.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맞춰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게 골자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국가전략사업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수요를 고민한 흔적으로 보인다.

5월 취임사 당시 ‘담대한 계획’에서 진화한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논의와 경제 협력이 함께 진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과정부터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될 경우 단계적 조치에 상응해 남북 경제 협력을 위한 남북 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북한의 광물·희토류 등 지하자원과 연계한 대규모 식량공급 프로그램을 포함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한국과 국제사회가 활용하는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생필품을 한국이 지원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광물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부분적 완화도 논의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진전 사항을 논의했다”며 “미국이 북한의 반응에 관심을 갖고 있다. 비핵화 협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 안보리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당사국과 마음을 열고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로드맵에 북한의 최대관심사인 안전보장은 포함되지 않아 “반쪽짜리 유인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의 비전은 결국 경제 군사 정치 세 가지 분야에서 남북이 초보적인 협력을 논의하고 실천하고 심화하는 과정에서 비핵화도 동시에 합의되고 실천되는 것”이라며 군사, 정치 분야의 구상도 있음을 알렸다. 다만, 선공개한 경제협력에 북한이 호응하는지를 봐가며 군사, 정치 분야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北 호응 없는데 ‘면피성 구상’ 지적


문제는 북한의 수용 여부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담대한 구상’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국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서 핵을 포기하게 한다는 주장을 북한 체제 부정으로 간주한다”며 외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도 “북측의 호응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제안했는데도 북이 계속 안 받는다고 한다면 명분쌓기 용 면피성 구상이라는 비판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성과 없이 끝난 ‘비핵·개방·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은 비핵·개방·3000에 없는 정치 군사 요소를 로드맵에 포함했고, 비핵화 합의 도출을 위해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 경제조치를 (먼저) 취했다”고 차별화했지만 북한 매체는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힌 휴지조각을 꺼내들었다”며 담대한 구상을 비난했다.

대북제재 부분적 완화 논의도 쉽지만은 않다. 식량 프로그램을 빼면 공히 유엔과 미국의 크고 작은 제재 매듭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항만과 공항 현대화는 스케일 면에서 허용수준을 장담할 수 없고, 국제투자 및 금융지원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상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해 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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