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초음속미사일 쏜 北국방과학원 콕 찍어 제재…“동맹 동참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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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2.01.12. [서울=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대북 제재를 단행해 대북 접근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 시위에도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로키(low key·저강도)’로 대응하던 데서 벗어나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이날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북한 국방과학원 소속 간부인 북한인들을 콕 집어 제재 대상에 올렸다. 국방과학원은 북한의 11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를 주관한 기관이다. 북-미 대화가 시작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를 미국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 유엔 안보리 제재 카드까지 꺼낸 美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 만인 12일(현지 시간) 미국에선 북한을 향한 강도 높은 메시지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의 독자 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가 이날 오전 북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관련 개인 7명과 기관 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WMD 개발을 규탄하고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별도의 성명을 내놓은 것. 특히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데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도발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장을 날렸다.

북한에 대한 경고는 미 의회에서도 나왔다. 이날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제임스 오브라이언 국무부 제재정책 조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에서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지금 북한의 호전성이 재발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겨우 한 조각의 제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오브라이언 지명자는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 정책에 착수하고 있다”며 “강력한 제재는 동맹들과 함께할 때 북한에 대한 정책의 일환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가 일회성이 아니며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제재 계획은 곧바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통해 구체화됐다. 미국의 독자 제재가 나온 지 약 10시간 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국무부와 재무부의 제재 외에 미국은 유엔 제재를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4년 넘게 논의되지 않던 새로운 안보리 결의나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 극초음속미사일 美에 직접 위협 판단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 시도뿐 아니라 제재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등 첨단 신무기 개발이 주한·주일미군 기지 등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은 13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툭 하면 제제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추가 제재를 반대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러의 대북 제재 회피 행위가 포함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3월 연례보고서를 둘러싸고도 미국과 갈등할 전망이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는 11일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하반기 (지난해 공개한) 화성-16형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이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에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한국도 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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