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 3차례 모두 기각…공수처, 80일 넘은 수사 ‘빈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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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2차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수사 동력이 사실상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9월 9일 고발사주 의혹으로 윤 후보와 손 검사 등을 피의자로 입건한 공수처는 3일까지 86일 동안 관련 의혹을 수사했다. 하지만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경로 등 핵심 의혹을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영장심사서 고발장 작성자 오락가락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일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손 검사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공수처는 주임검사인 여운국 차장검사를 비롯해 총 5명의 검사가 직접 참석했다. 공수처는 영장심사 때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한 손 검사가 성모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모 대검 검찰연구관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 공무원으로부터 1차 고발장을 전달받아 촬영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를 준비해 지난해 4월 당시 대검찰청 조직표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PPT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성모 2담당관-임모 검찰연구관 등으로 이어지는 직제를 설명하며 “순차적인 지시 구조가 있었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고발사주 사건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수처에 “고발장 작성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 “임 검사인 것 같다” “검찰 공무원” “특정하기 어렵다” 등으로 우왕좌왕하며 답변을 계속해서 바꾸었다고 한다. 재판부로부터 수차례 질책을 받은 공수처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논의를 했고, 그 뒤 여 차장검사가 “임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하고, 성 담당관이 감수한 것으로 의견을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2차 구속영장 심사 당일에도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경로를 여전히 특정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3일 새벽 0시 10분경 “구속의 사유와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손 검사의 영장을 기각했다. 손 검사는 3일 새벽 0시 48분경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거듭된 공수처의 무리한 구속영장청구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손준성에 3전 3패’ 공수처, 6일 출석 통보
공수처는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 검사의 신병 확보를 위해 올 10월 2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10월 23일 청구한 1차 구속영장과 지난달 30일 청구한 2차 구속영장까지 연거푸 3번에 걸친 영장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여기에 손 검사는 지난달 30일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했다. 법원이 인용하면 공수처가 일부 확보한 일부 물증마저 증거 능력을 상실한다. 앞서 법원은 김 의원이 “불법적인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한 준항고를 받아들인 바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 기각된 지 13시간 만인 3일 오후 1시경 손 검사 측에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 사건과 관련해 6일 오전 10시까지 공수처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사건은 올 6월 한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고발했고, 공수처는 4개월 뒤인 올 10월 윤 후보와 손 검사를 재판부 사찰 문건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한 피의자를 두고 세 차례나 구속을 시도하는 것이나 영장이 기각된 직후 곧바로 다른 사건의 피의자로 출석 통보를 하는 것은 ‘인권 친화적 수사기관’을 표방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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