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딸 두고 6·25 참전한 父…70여년만에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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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6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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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 고(故) 임호대 일병 유해 발굴·수습 현장. 국방부 제공
6·25 전사자 고(故) 임호대 일병 유해 발굴·수습 현장. 국방부 제공
갓 태어난 딸을 뒤로한 채 6·25 전쟁에 참전한 전사자가 약 7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는 26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지난 2010년 5월 강원도 화천에서 발굴한 한국전쟁(6·25전쟁) 전사자 유해 4구 가운데 1구의 신원이 고 임호대 일병의 유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임 일병의 유해는 강원 화천 하남면 서오지리에서 다른 전사자들과 집단 매장된 형태로 발굴됐다. 당시 쇄골·상완골·요골 등 부분 유해와 수류탄 고리·칫솔 등 유품이 함께 수습됐다. 국유단은 임 일병의 딸 형덕 씨(72)로부터 2009년 채취한 유전자 시료와의 대조 분석을 통해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24년 3월 경남 김해에서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임 일병은 농업에 종사하다가 26살 때 배우자를 만나 혼인했다. 그러나 1950년 10월, 그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딸을 남겨둔 채 6·25전쟁에 참전했다.

국군 제6사단 소속이던 임 일병은 ‘춘천-화천 진격전’에 참전했다가 화천 서오지리 279고지에서 전사했다. 해당 전투는 당시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인 경북 영천에서부터 강원도 춘천·화천을 거쳐 북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투다.

고인의 딸 임형덕 씨는 부친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에 “아버지의 위패가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자체로 체념하고 살았는데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라고 전했다.

국유단은 유가족과 협의해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연 뒤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다.

군 당국의 6·25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시작된 2004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총 180명이며, 이 가운데 23명은 올해 신원이 확인됐다.

국유단은 “최근 발굴된 전사자 유해를 비롯해 과거 발굴한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 시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재분석하는 노력을 통해 신원 확인율을 높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6·25 전사자 유해 소재 제보나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참여 문의는 국유단 대표전화 1577-5625(오!6․25)로 하면 된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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