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다음정부 짐 클 것” 李 “그 짐 지고싶다”… 野 “선거 개입”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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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2021.10.26. /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2021.10.26. / 청와대 사진기자단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 형식으로 50분 간 회동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16일 만이다. 전날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20대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회동을 계기로 “정권 재창출의 후임자로 공인 받았다”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은 두 사람의 만남이 대통령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명백한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李, 文에 “지난 대선 때 모질게 했던 부분 사과”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정치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듯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 등 현안보다는 덕담 위주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당내 경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이렇게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일요일(24일)날 이낙연 전 대표님하고의 회동,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 후보께서 새로운 후보가 되셔서 여러모로 감회가 있다.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라고 말하며 웃자, 이 후보는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다”라고 화답했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 제가 좀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답했다고 배석했던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후보의 공개 사과는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언급하면서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았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공감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정책을 많이 개발하고, 또 정책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달라”고 당부하자, 이 후보는 “저도 경기도지사로 일한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라며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과 관련해 이 수석은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사전에 이 후보 쪽과 얘기한 것은 선거 관련된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체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문 대통령과 야권 대선 후보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 “야권 후보가 선출이 되고 그 후보가 요청을 하면 검토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尹 “명백한 선거개입…文, 李 선거 캠페인 병풍서준 것”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대통령의)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며 맹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그런 과거 관행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정치”라며 “이번 만남은 누가 봐도 이재명 후보 선거 캠페인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이 캠페인의 병풍을 서준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이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대장동 게이트’ 핵심 혐의자인 이 후보를 만나는 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이 후보를 보호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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