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에서 2인자까지…노태우, 전두환과 함께한 애증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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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 16일 쿠데타 및 비자금 항소심 재판. 동아일보DB
1996년 12월 16일 쿠데타 및 비자금 항소심 재판. 동아일보DB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였다. 막역한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은, 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최고통치자와 2인자 관계가 됐다.

두 사람은 1952년 육군사관학교 11기로 입학한 동기다. 다만 군 생활부터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보다 한 발씩 늦었다. 육군참모총장 수석부관에서 대통령 경호실 작전차장보, 보안사령관, 민주정의당 총재 그리고 대통령까지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이 맡았던 자리를 5차례 이어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 노 전 대통령이 2인자 역할을 지키면서 유지됐던 두 사람의 ‘동지적’ 관계는 1988년 제6공화국 출범과 함께 ‘5공 청산’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1987년 12월 20일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부부 동반으로 모인 육사11기 모임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씨가 “우리는 국민이 직접투표로 뽑아 준 대통령이어서 체육관 대통령 하고는 달라요”라고 전 전 대통령 부부에게 말했다고 한다.

야권의 거센 ‘5공 비리 청산’ 요구에 노 전 대통령은 민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한 곳에 가 있으라고 했고, 1988년 11월 전 전 대통령이 강원도 백담사로 떠나면서 두 사람의 ‘40년 지기’ 관계는 사실상 끝이 났다.

박철언 전 의원이 2005년 펴낸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내가 상당히 무리해서 노태우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는데…. 차라리 암살범을 시켜 후임자가 선임자를 죽이는 것이 깨끗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그들(5공 측 인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독재자라는 것이 나의 철학이었다. 그런 인식 차이로 인해 전임자는 나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서운해 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썼다.

두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5년 나란히 구속돼 법정에 서서 손을 맞잡은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2014년에는 전 전 대통령이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찾아갔다. 전 전 대통령은 병상에 누워 있는 노 전 대통령에게 “이 사람아, 나를 알아보겠는가”라고 말했고, 김옥숙 씨가 “알아보시면 눈을 깜박여 보시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눈을 깜박였다고 한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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